‘이미테이션 게임’ 독이 든 사과를 먹은 컴퓨터의 시조 앨런 튜링

【인터뷰365 유이청】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사과(apple)가 3개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 그리고 앨런 튜링의 사과이다. 앞의 두 사과는 인류의 시작과 역사를 바꿨지만 마지막 사과는 개인의 비극으로 마무리 됐다.

앨런 튜링(1912-1954)는 영국 출신 천재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이며 오늘날 없어서는 안될 컴퓨터를 처음 만든 사람이다.

튜링은 어릴 때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영재들만 모인 영국의 최고 사립학교 셔본스쿨에서도 그의 수학능력은 인정받았다.(이곳에서 튜링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첫사랑인 크리스토퍼 모컴을 만난다. 불행히도 모컴은 18세에 결핵으로 사망한다.)

18세에 케임브리지대학에 진학한 튜링이 대학원 연구원 재직시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가상의 연산기계 ‘튜링머신’은 획기적이었다. 튜링머신은 순서에 따라 계산이나 논리조직을 행하는 기계로 적절한 기억장소와 알고리즘만 주어진다면 어떤 계산도 가능한 머신이다. 1938년 26세의 튜링은 기존의 튜링머신을 보완한 하이퍼계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케임브리지로부터 교수로 남아달라는 제안을 뿌리치고 영국으로 돌아간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당시 지식인들의 캠프였던 블레츨리파크의 암호해독반 팀장이 된다.

독일의 거대한 암호체계 애니그마를 해독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튜링은 1950년 자신의 논문에 기초한 기계 ‘봄베’를 만든다. 독일의 애니그마는 보통 문장을 이해할 수 없는 암호로 바꾸는 장치로 무려 2200만개의 암호조합을 만들어내는 암호생성기이다. 튜링의 봄베는 하나당 12개의 원통형 연산기로 이뤄져 있으며 24시간 동안 가동되면서 독일 무전들 가운데 유의마한 철자들을 걸러냈다. 봄베 수가 15개로 늘어나면서 연산속도도 빨라졌다.

1943년 튜링은 마침내 독일의 암호들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 사실은 당분간 대외비가 된다. 독일이 암호해독을 눈치채면 즉각 암호체계를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암호 해독으로 영국 함대사령부는 독일 잠수함의 위치와 공격계획을 미리 알게 됐고 이에 따라 연합군 선박의 격침수는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독일 잠수함 수는 크게 늘어났다. 이로써 히틀러는 사실상 대서양 전투에서 패배했다.

영국 정부는 2차대전 후 블레츨리파크를 폐쇄했고 이들의 활약상을 비밀에 묻었다. 이는 암호해독팀의 기둥이었던 튜링의 비극적인 죽음과도 관계가 있다.

전쟁이 끝난 후 1948년 튜링은 맨체스터대학 컴퓨터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된다. 그의 관심은 인공지능에 집중됐다. 1950년 그는 튜링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같은 질문에 대해 컴퓨터와 인간이 답을 내놓고 그것이 구별이 안된다면 컴퓨터를 인간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후 튜링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바꾸는 컴퓨터의 제작에 매달린다. 1951년 튜링은 영국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지만, 그의 절정은 거기까지였다.

1952년 도둑사건으로 인해 튜링의 성적 정체성이 밝혀진다. 튜링은 당시 우연히 만난 19세 청년과 동거를 하고 있었는데, 이 청년이 집을 털어 도망간 것이다. 경찰의 추궁에 튜링은 순진하게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다. 그에게 내려진 벌은 3년간의 교도소행 아니면 화학적 거세였다.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택한 튜링은 1년간 여성호르몬을 의무적으로 복용한다. 그 부작용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그는 1954년 사과에 청산가리를 넣은 독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독이 든 사과를 베어물고 잠이 든 백설공주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의 선택이었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튜링이 베어 먹은 사과가 훗날 애플의 로고가 됐다고 한다.)

그후 20여년 동안 튜링의 업적은 묻혀졌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세계 과학계의 청원으로 2009년 영국 정부는 튜링의 동성애 유죄판결에 대해 사과하고 2013년 엘리자베스여왕이 특별사면을 함으로써 그의 명예는 회복됐다. 또 1966년부터는 컴퓨터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어워드’도 매년 시상하고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키이라 나이틀리는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 여우조연상 후보에,모튼 틸덤 감독(사진 오른쪽)은 감독상 후보에 올라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의 이야기다.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테스트의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컴퓨터와 인간을 구별해 내는 게임을 뜻한다.

튜링 역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컴버배치는 집중력있는 연기로 튜링을 그려내고 나이틀리는 독득한 매력이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하며 편집이 뛰어나다. 튜링에 관해 기초지식을 알고 이 영화를 보면 그의 삶을 두 시간여에 담기에는 너무 짧다고 느껴질 것이다.

한편 ‘이미테이션 게임’은 오는 22일 시상되는 제87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국내 개봉은 오는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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