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선생 며느리가 선보이는 '뿌리 깊은 밥상'
간송 선생 며느리가 선보이는 '뿌리 깊은 밥상'
  • 이수진 기자
  • 승인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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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회 맞은 '한국인의 밥상'서 내림음식 장김치와 누름적 등 공개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인터뷰365 이수진 기자 = 간송 전형필 가(家)의 내림음식 장김치와 누름적, '와사등'의 김광균 시인이 사랑했던 솔만두가 처음으로 방송에서 공개된다. 또 유튜브 조회수 600만 회를 돌파한 영상의 주인공, '씽씽'의 소리꾼 이희문과 어머니 고주랑 명창의 밥상을 만난다. 25일 500회를 맞은 KBS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우리의 혼을 지켜온 이들의 '뿌리 깊은 밥상'을 소개한다. 

 간송 전형필의 며느리, ‘와사등’ 김광균 시인의 딸, 전통 매듭장 김은영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서울시 성북구, 북한산 구진봉이 뻗어내린 자락에 ‘북단장’이 아늑하게 들어앉아있다. 많은 이들이 ‘간송미술관’으로 알고 있는 그곳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의 일본 밀반출을 막아내고 간송미술관이란 국내 최초 사립 미술관을 세웠다. 사력을 다해 되찾은 유물이 쌓여가자 간송 선생은 1934년 성북동 일대의 땅을 매입했고,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위창 오세창 선생이 선잠단의 북쪽에 있다 해서 ‘북단장’으로 이름 붙였다. 그 뒤 1938년에 단아한 2층 건물의 미술관이 완공돼 한동안 ‘보화각’이라 불리다 현재의 간송미술관이 됐다.

간송 선생이 지켜낸 우리 문화재엔 하나하나 절절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훈민정음 한문 해설서인 훈민정음해례본(국보 제70호)은 있다는 말은 돌지만 누구도 실물을 본적이 없던 전설의 책이었으나 간송 선생의 집념으로 1940년에 발견됐다. 하지만 그 기쁨은 광복 때까지 억눌러야 했다. 괴산 팔각당형부도(보물 제579호)는 일본이 군대까지 동원해 강탈해가던 것을 인천항에서 극적으로 되찾았고, 청자상감운합문매병(국보 제68호)은 기와집 스무 채 값을 치르면서까지 지켰다. 심지어 신윤복의 풍속화첩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은 이미 일본으로 팔려간 것을 4년 동안 공들여 되찾아온 것. 이 사연들을 조부인 간송 선생을 꼭 빼닮은 장손 전인건(간송미술관장)씨가 소개한다.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전통 매듭장(서울시 무형문화재 13호) 김은영 씨(78)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며느리이자 '와사등', '추일서정'으로 잘 알려진 김광균 시인의 딸이다. 그런 김은영 씨에겐 50년이 넘은 요리 노트가 있다. 결혼선물로 받은 가죽 노트는 붉은 색이 갈색으로 변할 만큼 낡았어도 여전히 그의 손 가까이 있다. 거기엔 간송 가문의 서울식 밥상과 개성에 기반을 둔 친정의 밥상, 그리고 전통 매듭장으로서의 섬세한 감각을 보탠 새로운 음식들이 총망라 돼있다. 그는 요즘도 그 속에 새로운 조리법을 기록한다.

간송 선생 기제사를 앞두고 김은영 씨가 향한 곳은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봉구 방학동의 ‘간송 옛집’. 생전의 선생이 가장 좋아하던 김치인 장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라는데. 간송집안 내림음식인 장김치는 골패 쪽 두께로 나박나박 썬 갖은 채소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모양을 내고, 소금 대신 간장으로 절이는 게 특징이다. 또 옛 조리서에 ‘누르미’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누름적’이 간송 가(家)에서는 여전히 제사상에 오른단다.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김 씨는 ‘송밈’과 ‘솔만두’라는 독특한 이름의 음식도 선보인다. 송밈은 위가 좋지 않아 고생했던 간송 선생이 즐겼던 것으로 인삼과 대추, 생강을 넣어 끓이는 찹쌀미음. 솔만두는 부친인 김광균 시인이 사랑했던 것으로 개성지방 향토음식인 편수에 김은영 씨의 아이디어로 오방색 고명을 얹은 뒤 솔잎을 깔고 쪄내는 것이다. 

어머니 김 씨의 솜씨를 고스란히 빼닮은 딸 전인아 씨와 야무진 살림솜씨의 며느리 윤은화 씨가 이 ‘뿌리 깊은 밥상’을 함께 차린다.

경기민요 소리꾼 '씽씽' 이희문과 어머니 고주랑 명창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중요무형문화제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희문 씨(46)는 뜨거운 주목을 받는 소리꾼이다. 그가 이끄는 민요록밴드 '씽씽'이 한국인으로선 처음 미국 공영방송 NPR에 출연, 유튜브 영상 조회수 600만 회를 훌쩍 뛰어넘은 이후로 ‘오방신과’며 ‘깊은 사랑’ 까지 그의 활동은 매순간 화제가 된다. 

이 씨의 공연을 보는 이들은 어김없이 두 번 놀란다. 누가 봐도 남성이건만 ‘폭탄 퍼머’ 머리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심지어 하이힐까지 신은 그의 독특한 차림새에 놀란다. 그 다음엔 그가 뿜어내는 기막힌 절창에 두 번째로 놀라게 된다. 이런 그의 재능은 어머니에게서 왔다. 

그의 어머니는 경기민요 이수자인 고주랑 명창(75). 젊은 시절 빼어난 미모에 맑은 애원성으로 인기가 높아, 쉴 틈 없이 방송에 초대됐고 해외공연도 많았던 스타 소리꾼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어린 이희문은 항상 ‘엄마가 고팠’다. 결국 어머니는 떼를 쓰며 매달리는 어린 희문을 데리고 공연에 가길 수차례, 희문의 입맛은 ‘애어른’이 되었다고. 공연장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탕이나 무침 등 어른들이 먹는 음식이라서 그랬단다.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된 이 씨가 소리 배우던 시절의 젊은 어머니가 자주 드셨던 상추쌈과 콩나물무침을 배워 만들고, 그의 냉장고에 늘 상추가 있는 사연도 들려준다. 또 어머니 고주랑 명창은 우리 소리에 반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던 열여덟 살의 열정을 회상하며, 스승인 안비취, 묵계월 선생과 소리친구 이춘희 선생 등 경기민요 명창들이 사랑했던 꽈리고추멸치볶음과 천엽조림, 콩나물수제비해장국을 차려낸다.

KBS '한국인의 밥상'./사진=KBS

최근 드라마 '구미호 레시피' 출연과 여러 공연으로 바쁜 이 씨는 홀연히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찾는다. 옆집이라 해도 족히 수백 미터는 떨어진 산 속 마을을 누비게 된 까닭은 고추장 때문이었다. 우리 소리만큼 우리 밥상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그에게 메주 맛이 선명하고 물엿 대신 엿기름으로 담근 ‘옛날 고추장’은 미각을 넘어서는 생존의 문제다. 해발 400미터의 산속에서 그가 찾아낸 고추장과 태백산맥 골짜기로 퍼져나가는 그의 ‘청춘가’를 만나본다.

이수진 기자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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