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定礎)' 글씨, 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한국은행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定礎)' 글씨, 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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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 현지조사 자문단 구성 현지 조사 시행..."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 있어"
(사진 위)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에 남아있는 정초(定礎) 글씨. (사진 아래)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토 히로부미 서체./사진=문화재청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정초석)에 새겨진 ‘정초(定礎)’글씨가 일제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현지조사 자문단을 구성해 20일 현지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 맞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라는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특이사항으로는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7.11.)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고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이며,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된다고 밝혔다. '융희(隆熙)'는 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다. 

문화재청은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자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현지조사에는 지금까지 입수된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에 게재된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에 게재된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왼쪽 하단부의 정초석 부분을 확대해보면 '정초(定礎)' 왼편에 “명치 42년 7월 11일 공작이등박문”이 새겨져 있다./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로, 일제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침탈을 자행했다.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으며,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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