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목감독의 <춘몽>과 고양이 찾기 대소동
유현목감독의 <춘몽>과 고양이 찾기 대소동
  • 김갑의
  • 승인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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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의 ‘외설’논란을 일으킨 영화 <춘몽>에 숨은 이야기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유현목 감독이 거장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였다. 유현목 감독 작품계보에서 특별히 취급을 받을 만한 몇 편의 작품 중에 <춘몽>이라는 사디즘 소재의 영화가 있다. 한국영화에서 보기드문 표현주의적 작품인 이 영화는 거기에 다가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초의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춘몽>은 대한극장의 소유주이자 당시 굴지의 영화사였던 세기상사(대표 국쾌남)에서 제작했는데 한남동에 있는 세기촬영소에서 주로 촬영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박암씨가 예의 이상성격의 주인공이었고, 여 주인공은 한국전력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던 박수정씨가 말 그대로 ‘길거리 캐스팅’으로 픽업되어 영화출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었다. 2백평이 넘는 세트장 안에는 두자 높이정도의 니주(세트를 지을 때 쓰는 나무 단)가 쫙 깔렸고, 그 위에 곡선의 층계가 천장을 향해 올라가도록 장치되었다. 박암씨는 검은색 양복에 실크 모자를 쓰고 단장을 짚은 모습이었고, 박수정씨는 맨몸에 숄을 걸친 고혹적인 자태였다. 이 박수정씨의 고혹적 자태를 놓고 <춘몽>은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배우가, 그것도 난생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거의 알몸으로 연기를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입맛을 다시며 침을 흘리고 있는 많은 늑대들 앞에서는 더욱 힘들고 어렵지 않겠는가?



박수정씨는 촬영에 꼭 필요한 사람만 남으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촬영장에 촬영하러 나간 스태프들 중 필요 없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어쨌든 유현목감독의 “레디고!”는 세트장 안을 울렸고 박수정은 황급히 계단을 뛰쳐 올라갔다가 놀란 표정으로 다시 계단을 뛰쳐 내려온다. 그 순간, 아뿔싸. 박수정의 하이힐 굽이 계단 틈새에 끼면서 그만 층계를 구르고 말았다. 촬영은 잠시 중단됐다. 얼마간의 휴식이 끝나 박수정씨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자, 다들 슛할 준비해!” 유 감독의 지시에 따라 다시 촬영준비를 갖추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박암씨가 품에 안고 연기했던 고양이가 안 보인다. “아! 고양이 찾아봐. 그 고양이 연결인데 없어지면 어떻게 해!” 순식간에 세트장 안은 고양이찾기 대소동이 벌어졌다. 참 별난 일이었다. 고양이를 찾는 소리도 어쩌면 그렇게 각양각색일까! 30여명 되는 스태프-캐스트가 각기 저마다 고양이를 부르는데 “냐옹, 냐옹” “야웅, 야웅” “나비야, 나비야” “찍 찍(쥐소리)” “씁씁씁” “나무판자 살살 긁는소리” “탕탕탕(놀라게 하려고 니주치는 소리)” 등등 난리법석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고양이는 더더욱 놀라서 꼭꼭 숨어버리고...



소품부에서 다른 비슷한 고양이를 구하러 나간 얼마 후 조용한 틈을 타 그 고양이는 하품을 하며 어디 선가로부터 다시 나타났다. “와! 구세주가 나타났다.” 기쁜 함성과 함께 <춘몽>은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영화 제목처럼 고양이도 피곤에 지친 나머지 어딘가 숨어 한잠 늘어지게 자며 ‘춘몽’을 꾸고 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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