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성도·연출 돋보인 수작 '준대로 받은대로'
[리뷰] 완성도·연출 돋보인 수작 '준대로 받은대로'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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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는 안봤으면 후회했을 수작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관람한 셰익스피어 작품 '준대로 받은대로'(원제 Measure for Messure)는 처음 보는 무대인데도 낯설기는 커녕 재미가 있다.

재미있었다는 것은 공연의 완성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연출(오경택)이 돋보였으며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가 물이 올라 생기발랄했다는 의미다.

회전 경사무대에 중세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무대세트(임일진)도 아주 멋졌고 극을 생동감 넘치게 해주었다. 이번 작품은 무대를 십분 활용한 동선도 경쾌했다. 특히 배우들이 무대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 번역극 같지 않았다.

번역극에서 가장 문제였던 국적불명의 어투도 없었다. 이것은 번역(김종환)과 윤색(김민정), 드라마투르기(이현우)의 협업이 이뤄낸 결과로 보였다. 왜 이 작품이 그동안 자주 공연되지 않았을까. 

우선 이야기가 희비극적 요소를 갖추었다. 주제가 특히 재밌다.

"허위에는 허위로, 배신은 배신으로, 지은 죄는 지은 죄대로 갚게하라"

상황이 최악인데도 오히려 웃음이 나고, 웃기는 시추에이션인데 슬픈 감정이 솟는 반전의 반전이 이 작품의 매력이고, 셰익스피어의 위대성 아닐까.

또 작품이 재밌다는 것은 배우들이 역할을 잘 소화했고 앙상블을 이뤘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발성이 깊은데서 우러나와 잘 뻗었고 잘 들렸다.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모든 배우가 고른 연기력을 보였지만 필자가 그중 으뜸을 꼽으라면 공작 역의 배우 이동준이었다. 이 극장에서 '고곤의 선물'을 할때만 해도 경직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훤칠한 체격과 유연한 연기, 명료한 대사로 극을 이끌에 가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클로디어 역의 배우 이기돈도 호소력 있는 연기를 보였고, 감초 같은 루시오 역의 배우 박윤희도 개성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다. 여주인공 이사벨라 역의 배우 신정원도 거침없는 연기로 신선한 매력을 드러냈다.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셰익스피어 고향의 글로브극장을 본뜬 무대는 감시창이 있는 거대한 감옥을 연상시켰고 회전무대의 반사 바닥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임일진 무대디자이너의 설명에 수긍이 간다.

어수선했던 한해를 마감하는 송년에 이처럼 재밌고 주제의 깊이도 있는 작품을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하모니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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