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동독 출신 세계적인 예술가 아힘 프라이어(80)가 한국에 온다.
유명한 오페라 연출자인 아힘 프라이어의 이번 한국 방문은 세 번째이며 3년 만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방문하는 예술가이다.
지난 3월 27일(한국 시각) 아힘 프라이어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 때 베를린 중심부의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남아있는 길이 1.3·㎞의 장벽을 박 대통령과 함께 관람했다. 개량한복에 훈장을 달고 양쪽 발에 서로 다른 색 신발을 신고 나타난 그는 박 대통령에게 “동서독의 통일과정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컸으며 남북한 통일에서도 예술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통일과 통합의 과정에서 예술가분들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번 한국 방문의 키워드는 바로 이때 프라이어가 한 말에 있다. 그는 박 대통령과 주고받았던, 통일에 있어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한국에 알리고 젊은 예술가들이 남북한 통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말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힘 프라이어는 독일 현대연극의 상징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수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평화주의자였던 그는 1971년 부자유와 압제 속에 살고 있는 동독 사람들을 그린 ‘저항그림’들을 전시한 것을 계기로 동독을 탈출, 서베를린으로 갔다. 베를린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브레히트로부터 배운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연출가로 자리매김 했다. 150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연출한 그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현역으로 활동 중인 오페라 연출가 중 가장 뛰어난 연출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가장 최근 프라이어의 작품으로는 LA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이다. '무대와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그림'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전 세계 오페라계에 화제를 뿌렸다. LA오페라 극장장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아힘 프라이어 연출가는 천재이며 그는 환상이 풍부한 매직 발명가이다” 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아힘 프라이어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그는 재혼한 재독 오페라 가수 에스터 리의 권유로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한국 방문시 에스터 리는 그를 국립극장장에게 소개했고 그 자리에서 창극 연출을 제안 받았다. 그는 ‘수궁가’ 연출, 무대디자인, 의상디자인, 조명컨셉디자인을 맡아 무대에 올렸고 300년 판소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연출가로 기록됐다.
이번 8박9일 내한 기간 동안 그는 성신여대, 충남대,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특강 및 워크숍을 통해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세계적인 예술적 동향에 대해 알려 준다. 또 브레히트의 수제자로서 책에서만 읽고 보던 브레히트의 예술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DMZ 방문,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겨울연가’의 윤석호 감독과의 템플스테이 일정도 짜여있다. 윤 감독은 1년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중 지인의 소개로 그를 알게 됐으며 직접 베를린을 방문해 인연을 이어왔다.
아힘 프라이어는 오는 21일 한국에 와서 29일 출국한다.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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