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승헌 “내 첫사랑을 ‘인간중독’ 김진평처럼 했다”
[인터뷰]송승헌 “내 첫사랑을 ‘인간중독’ 김진평처럼 했다”
  • 김보희
  • 승인 201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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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은 '인간중독'에서 부하의 아내를 사랑한 군인 김진평 역을 맡아 에로틱하면서도 극한의 감정까지 닿은 남자의 감성을 선보인다.

【인터뷰365 김보희】최근 사랑에 미친 한 남자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19금 영화임에도 개봉 6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영화 ‘인간중독’의 배우 송승헌(37)이 바로 그이다.

‘인간중독’은 ‘음란서생’ ‘방자전’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송승헌은 극중 부하의 아내를 사랑한 엘리트 군인 김진평 역을 맡아 생애 첫 19금 베드신에 도전해 만만치 않은 노출을 선보인다. 여기에 사랑에 목말라 감정이 밑바닥까지 드러낸 한 남자의 모습을 표현해내며 전작 ‘에덴의 동쪽’ ‘닥터진’ ‘마이 프린세스’ ‘남자가 사랑할 때’ 등에서 보여준 정의로운 이미지를 과감하게 깨버렸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개봉 직전 예능출연으로 열정적인 홍보도 했다. 예능에서 보기 드문 배우 중 하나였던 송승헌은 MBC ‘라디오스타’와 JTBC ‘마녀사냥’에 출연해 아이유 팬 인증과 ‘낮져밤져’라는 파격 발언 등을 하며 자신을 과감하게 내려놓았다.
그래서일까, 송승헌은 ‘인간중독’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작품에서 오는 자신감과 스스로 가둬두었던 답답한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말하며 또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도 덧붙였다.

‘인간중독’이 박스오피스 1위다. 중년층 여자 관객들이 극장가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데. 오랜만에 영화 흥행 소감이 어떤가.
다행스럽게도 관객분들이 영화를 찾아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기쁘다. 물론 더 잘되고 싶은 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면보다도 송승헌이 새로운 시도를 했고, 변화를 하는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물론 영화에 대한 혹평도 있고 호평도 있지만 갈리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판 ‘색.계’라는 평도 있었데.
‘색.계’와 비교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좋다. 하지만 ‘마녀사냥’에서 ‘색.계’에서 엉덩이 발언이 나와 재밌었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두 영화 모두 노출이 우선이 아니다. 물론 마케팅적으로 노출과 불륜이 강조됐지만 실제로 ‘이 사랑이 너무 슬펐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불륜이 불륜으로 안보이고. 김진평과 종가흔(임지연)의 사랑을 진심으로 그려내는 것이 고민이고 숙제였다.
감독님도 전작들과는 다르게 베드신에 대해 크게 집중을 안 하셨다. 오히려 감정에 더 집중했다. 노출 수위가 더 높은 장면도 있었고 야한 분위기를 더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런 장면을 찍기도 했지만 완성본을 보니 딱 두 사람에 감정에 맞게 덜어내셨다.

송승헌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전작이었던 ‘남자가 사랑할 때’의 19금판인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 ‘인간중독’과 ‘남자가 사랑할 때’ 차이가 있다면.
음. 일단은 두 작품 모두 사랑을 주제한 작품이지만, 연장선에서 보면 인물 관계가 다르다. 유부남이 부하의 아내를 사랑한다는 설정이 파격이었다. 이 작품을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노출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반듯한 이미지에서 불륜남이라는 캐릭터 도전은 내게는 큰 모험이었다.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했다. 20대 때는 뭐가 뭔지 모르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연기자로서 갑작스레 데뷔를 하게 되고 연이어 작품을 하게 되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 20대 송승헌은 일로 연기를 해야 하는 느낌이 컸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도 없었다. 항상 짜여진 이미지와 매번 비슷한 캐릭터를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만들어졌고 만들고 있더라. 30대 초반이 되니 점점 마음속에는 답답함이 생겼지만, 변화를 주기에는 그동안 만든 내 이미지가 강해서 내게 오는 시나리오 역시 한정적이었다. 그런 갈증을 느낄 무렵 도전하게 된 ‘인간 중독’은 나에게 의미가 깊다. 흥행을 떠나서 배우로서 자신감이 생겼으며 ‘울타리 안에서 놀면 안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줬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송승헌을 다시 보는 눈빛이 오면서 다양한 캐릭터가 제안이 온다. 정말 기쁘다.

김대우 감독과의 첫 만남 어땠나.
감독님의 전작들은 다 봤지만 정작 감독님에 대한 사전 정보 없었다. 부푼 마음으로 만나 뵀는데 말씀이 별로 없으시고 낯을 가리시더라. 나 역시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내성적인 편이라서 처음에는 어색했다. 감독님의 첫 인상은 깐깐해 보이고 거칠었다. 고집스러워도 보여서 ‘나와 맞을까’라는 선입견을 안고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촬영장에서 자상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잘 못 생각했구나’ 느꼈다.

송승헌이 벗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웠다. 그 만큼 믿음이 있었을 것 같은데. 김대우 감독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신뢰가 컸나.
‘정사’ ‘스캔들’ ‘음란서생’ ‘방자전’을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 검은 마음을 끄집어 내서 표현해냈다. 인간들이 사랑하는 모습과 가면을 쓰고 살아간 욕망이 어우러진 모습.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감독님의 전작과는 색깔이 달랐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연출을 하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김대우 감독님이 아닌 분이 이 작품을 제안했다면 안했을 것이다. 전작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결정했다.

그동안 했던 인물이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사랑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자의 순정을 많이 보여줬다. 일상생활 속 실제 송승헌은 어떤 남자인가.
꿍하지는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B형이기도 하고. 그렇게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뿐이지 인간 송승헌은 직선적이고 낯도 가리고 내성적이고 하지만 고집도 세고 성격도 급하고.

‘인간중독’을 통해 송승헌 스스로가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이라면 안 했을 것이다. 불륜이야기에 노출까지. 하지만 해보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해 진 것 같다. 옛날에 한 선배가 ‘배우가 되라’고 하신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미지에 한정을 두고 연기를 하지 말고 다양한 것에 도전해보라는 말. 개인적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자신감도 붙고 영화도 잘 돼서 정말 기쁘다.

반듯한 이미지에 답답함을 느꼈던 송승헌은 '인간중독'을 통해 스스로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감과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라디오스타’ ‘마녀사냥’등 예능 출연도 의외였다.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예능에 거의 출연을 안 한 것은 사실이다.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그 프로에 맞게 맞춰줘야 하는데 가식 리액션을 못하고. 난 안 웃겨서 안 웃는 것뿐인데, 예능에서는 그럴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또 개인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 ‘내가 작품에서 잘 하면 되지 왜 예능을 출연해야하나’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홍보까지도 배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최근에 들었던 것 같다. ‘마녀사냥’은 동엽이형이나 석천이형이 함께 출연해 마음이 편했다. ‘라스’도 혼자 출연하라고 하면 못했을 것이다.

‘마녀사냥’에서 아이유 팬 인증을 했던데.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그 친구의 맑음이 좋았다. 왜 삼촌팬들이 많은지 알겠더라. 처음 목소리를 듣고 아이유인 줄 몰랐다. 노래가 좋아 찾아보니 아이유였다. 귀엽고 목소리가 맑다고 해야 하나. 노래를 잘하더라. (웃음)

갑자기 다가온 운명적인 사랑, 그리고 그 순간 휩싸이는 감정들을 이해하는데 힘들지 않았나.
영화를 보고 몇몇 분들은 누굴 저렇게까지 사랑한다고... 말도 안 되지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랑을 해봤다. 나만큼 김진평을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무모하면서도 단순한. 극중 김진평이 처음 느낀 사랑이고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고. 다 시들어가는 김진평이라는 화분에 가흔이 물을 주는 듯한 느낌.
나 역시 첫사랑과 그런 만남을 했다. 길을 가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번개를 맞은 듯한 느낌이 왔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이후 이름과 나이 등을 알게 되었지만 쑥스러워 말을 못하다보니 그 친구는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다. 1년반 동안 마음을 숨겼다. 이후에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고백을 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첫 만남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 사람과는 3년 연애를 했다.
헤어졌지만 첫 만남 당시 ‘번개’ 같은 감정은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또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1년 반 동안 속앓이를 한 것이 너무 힘들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 이제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 한다.

송승헌은 편한 사람과 떨리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랑을 택하는 편인가.
떨리는 사람. 그래서 결혼을 못하는 것 같다.(웃음) 난 훅 빠져야지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그런 상태일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크다. 좋아하면 유치해지고 완전 닭살이다. 내가 빠지지 않고 누군가가 나를 좋다고 해서 사귀어 본 적은 없다. 이기적이라고 생각 수 있지만 미안하거나 고마워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서로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근거림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 아닌가.
보통 3년이라는 시간을 만나면 그렇다고 하더라. 초반 설레임 두근거림이 10년 20년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근거림보다는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선배들은 편한 사람과 공유가 되어야지 오래 간다고 하고, 내 형 누나들은 결혼해 조카들도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아직까지도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 그동안 연애에 있어서 누군가 주선해주는 미팅 등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어떤 선배는 운명적인 만남도 만나 봐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송승헌은 권태기 등 마음이 식었을 때 상대에게 솔직히 말하는 편인가.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거짓말을 못하는 스타일이다. 나 역시 관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한 것 같다.

‘인간중독’ 같은 사랑이 온다면 송승헌의 선택은.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랑 어렵다’와 ‘결혼 어렵다’를 또 한 번 느꼈다. 결혼을 했는데 상대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모습을 알게 되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아까 갑작스레 배우가 되었다고 했는데.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배우를 안했으면 아마 서비스업 쪽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막연하게 학창시절 진로란에 서비스업 호텔 쪽에서 일하고 싶다고 적었던 것 같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30대 초반에는 레스토랑 사업도 했었다. 내가 운영 등을 직접 하지 않았지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한 가지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생활에 더 집중하게 됐다.

배우를 한 것에 후회한 적 있나.
후회라기보다는 20대에는 하는 게 맞는 건가. 언제까지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그때는 내가 정한 것에 도전해보고 싶고 이 일인 것 같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으니까. 일찍 데뷔를 하다 보니 남들이 다 하는 캠퍼스생활 미팅, 데이트. 일상적인 것을 못해본 것이 아쉽다. 못해보고 살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가끔씩은 부럽다. 돌아가고 싶고. 누군가 소원을 들어준다면 학창시절 20대 전으로 돌아가서 그냥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그런 면에서 요즘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일찍 데뷔를 하는데 학창시절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에 재미를 느끼고 욕심이 더 생긴다. 앞으로 나이가 먹어서도 멋지게 늙어가는 배우가 목표이자 꿈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나.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예를 든다면 영화 ‘트레이닝데이’에서 부패한 경찰 역을 해보고 싶다. 악역이지만 후배인 착한 형사를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역할이다. 과거에 송승헌이라면 신참형사 역으로 제안이 왔겠지만, 이제는 부패한 형사 역할이 탐난다. 또 예전부터 막연하게 인간이 아닌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뱀파이어 같은. 인간이 아닌데 매력있는 판타지.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연가시’에 기생충 역할 어떠냐고 하더라. (웃음)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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