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영화의 얼굴
포스터, 영화의 얼굴
  • 채윤희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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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희의 <극장 밖 영화>


[인터뷰365 채윤희] 요즘 영화 포스터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부러울 정도로 정성을 들인 작품들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포스터는 관객들이 가장 가깝게 마주치는 영화의 얼굴이요 표정이다. 얼굴이 흉하면 매력이 떨어진다. 포스터 제작이야말로 관객 심리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실패할 위험이 높다.



과거에는 스틸사진 몇 장을 적당히 조합해서 만든 조잡한 포스터가 많았다. 영화 분위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해 관객을 유인한다는 본래 기능보다 백화점식으로 출연배우 얼굴을 나열하는 게 고작이었다.



요즘은 한국영화 포스터의 경우는 영화 컨셉에 맞춰 출연 배우들을 연출하여 찍을 수 있으니 좀 더 다양한 선택이 열려 있다. 하지만 외국영화의 경우 한정된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니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워낙에 글로벌 시대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각국 특색을 살려 디자인한 포스터들도 있다. 박쥐들이 한강을 뒤덮었던 <배트맨 비긴즈>나 남대문이 꽁꽁 얼어버린 <투모로우>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그런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해외 포스터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외 디자인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면 오리지널 포스터와 사뭇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와타나베 켄 주연의 일본영화 <내일의 기억>은 한국에서 새로 제작한 포스터이다. 마침 영화를 위해 국내 내한한 와타나베 켄은 새로 제작한 한국판 포스터를 보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귀국할 때 특별히 포스터를 챙겨가기도 했다. 예전 영화인 <씨클로>도 한국용으로 새로 제작했었다. 영화 개봉에 맞추어 트란 안 홍 감독을 한국으로 초청했는데 우리 포스터를 보더니 대단히 마음에 든다며 좋아했다. 프랑스에서 만든 오리지널 포스터는 자기 영화의 특색을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트란 안 홍 감독도 귀국하면서 우리 포스터를 여러 장 챙겨 간 것은 물론이다.

썩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하나를 털어놓겠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는 데 영화 <리틀 부다>를 개봉했을 당시 포스터의 반응이 꽤 좋았다. 키아누 리브스의 얼굴을 크게 담은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원래 그 사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틸사진에는 없던 것이다.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감독은 <마지막 황제>로 지명도가 높았지만 <리틀 부다>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가 아니었다.



이미 외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한데다 국내 개봉도 늦어졌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고민 끝에 베루톨루치 감독보다는 주연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강조하기로 했다. 그런데 키아누 리브스 사진이 마땅치 않았다. 영화 장면 사진을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배우 사진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외국 통신사에도 알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찾으면 구한다고 했던가. 외국잡지에 실린 키아누 리브스 사진 한 장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이 오리지널 포스터로 알고 있는 <리틀 부다>의 포스터는 그렇게 저작권을 침해해서 만든 것이다. 물론 고의는 아니었다. 시간 여유만 있었다면 미국에서 키아누 리브스 사진을 다시 찍어 공수라도 해왔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어떻든 이 포스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개봉일 매표창구 앞에 길게 늘어선 관객을 보니 마음이 흡족했다. 그러나 더 기뻤던 것은 매표창구보다 포스터 판매대 앞에 더 긴 줄이 늘어선 일이었다.



하지만 때론 배우의 얼굴을 내세우는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근래 <일본침몰>의 경우는 반대로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의 얼굴이 커다랗게 박혀 있는 오리지널 포스터 대신에 일본이 무너지는 장면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배우보다는 무너져 가는 일본의 모습을 보는 통쾌함(?)이 필요했던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속에는 자연재해가 포스터만큼 확실하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관객들 중 많은 사람들이 포스터에 혹해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영화포스터를 수집하는 사람도 늘고 장식용으로도 수요가 꽤 많은 편이다. 커피전문점이나 카페에 들러보면 벽에 걸린 영화포스터가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런 포스터들이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멋진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우리 영화 문화가 한층 발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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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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