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 뿌리내린 호젓한 병꽃나무
산촌에 뿌리내린 호젓한 병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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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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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누가 심은 것인지 아니면 자생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산촌의 뒷산 올라가는 길섶에 꽃나무 한 무더기가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것이 병꽃나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 불광동에서 북한산 오르는 숲길에서 만난 붉은 꽃의 야생 꽃나무를 보고 일행이 가르쳐 준 덕분이었다. 낯익은 수많은 종류의 화초를 보고도 이름을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턱없이 많은 탓에 새로운 이름을 알고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더구나 꽃의 모습이 수수한데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니 더욱 정감이 가는 꽃나무이다.

사물을 기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기에게 필요하다거나 연관이 되는 것들은 비교적 기억하기 쉽고 오래 남는다. 제아무리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라 해도 공감하는 부분과 구절이 없다면 정독을 한들 책을 덮고 나면 머리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이로운 것만 기억에 생생히 남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면서 나쁜 기억 역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을 만큼 끈질기게 오래 간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고통스런 경험을 했으면서도 그에 대한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건망적인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져 간 외환위기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런 건망증에 대해 미국의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은 자신의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에서 지적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건 금융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을 막론하고 무엇이든 지난날의 쓰라린 경험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상기하며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저기에서 군락을 이루지 않은 채 야산에서 홀로 꽃을 피우는 모습이 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젓하기조차 한 병꽃나무가 산촌에 널리 뿌리를 내려 마을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야생화로 오래오래 남아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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