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사르코지는 잘 통할 것. 티에르 드 몽브리알
이명박과 사르코지는 잘 통할 것. 티에르 드 몽브리알
  • 김세원
  • 승인 200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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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소장 / 김세원



[인터뷰365 김세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사르코지 53세, 이명박 당선인 66세) 야심적이고 정력적이며 강력한 개혁의지를 갖고 친기업적 개혁을 추구하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닮았다. 한국과 프랑스는 민주주의의 과도기에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티에리 드 몽브리알 소장이 지난 주 제7차 한불포럼 참석차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으로 방한했다. 1979년 IFRI를 설립한 드 몽브리알 소장은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양성기관인 에콜폴리테크닉과 국립광산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학사원 회원이기도 하다. 좌파가 우세한 프랑스 학계에서 기 소르망과 함께 우파의 의견을 대변해 왔다. 1차 때부터 프랑스 대표로 한불포럼에 참석해 온 그는 한국과 프랑스가 세계 무대에서 중간 규모의 강국으로 미국 중국같은 수퍼 파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과 프랑스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아 한국 측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지구상 가장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프랑스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비판하면서 규제 완화, 시장 중시, 작은 정부, 교육 개혁, 세제 개편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사르코지의 개혁을 해부했다. 10년만의 정권 교체로 정부의 새 틀을 짜기에 분주한 한국의 인수위원회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에 방한한 티리에 드 몽브리알 소장과 포럼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 동행하며 일주일간에 걸쳐 그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프랑스 사회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스는 혁명을 거쳤지만 사실상 군주제 국가나 다름없다. 대통령 의존도가 매우 높고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도 막강하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이다. 외국인들은 프랑스하면 모던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노쇠하고 비대한 국가다. 혁명을 일으켰지만 역설적이게도 개혁에 둔감하다.



그리고 정부가 비대하다보니 비효율적이다. 유로화 화폐를 발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독일보다 세 배나 많을 정도다. 최근에 들어서야 정부 전산시스템이 도입됐다. 프랑스인은 국왕(루이 16세)의 목을 자를 정도로 혁명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혁에 저항적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한번 얻은 이익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과감하게 폐지하는 대신 우회하거나 일부 개정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프랑스는 한 번도 (경제 정책 측면에서)자유주의 국가인 적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54%가 시장경제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의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는 콜베르주의(국가개입주의) 때문이다. 프랑스의 역대 대통령도 모두 자유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 때가 자유주의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들이 국가와 정부, 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 이래 이처럼 활력넘치는 지도자를 보지 못했다. 야심찬 계획을 갖고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니면서 프랑스를 바꾸려고 엄청난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바캉스라는 단어를 아예 모르는 것 같다.


사르코지 리더쉽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는 국가개입주의라는 전통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랑제콜 같은 명문대학이나 공무원 출신도 아니어서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프랑스 혁명 이후 최초의 자유주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정치지도자들보다 나이가 젊은 뿐 아니라 좌우로 갈라놓는 이념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 보수 정당출신인데도 자신의 정부에 과감하게 사회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영입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창설자인 사회당의 베르나르 쿠슈네를 영입했고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을 IMF총재로 추천했다. 뿐만 아니라 미테랑 대통령의 특보로 10년간 사회당 정권의 정책 참모였던 자크 아탈리를 성장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고, 미테랑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자크 랑을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에 영입했다. 이념과 정당의 벽을 뛰어넘은 그의 파격적인 인사 때문에 사회당은 와해 위기에 놓여있다. 매스컴을 좋아하고 활용하려고 한다. 대단한 웅변가지만 스타일은 매우 서민적이다. 가끔 문법이 틀리는데도 국민들은 오히려 좋아한다. 미국에도 콤플렉스가 없어서 대미관계에도 적극적이다.


사르코지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르코지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더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자’는 말로 요약된다.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그동안 어느 대통령도 감히 이런 발언을 공공연하게 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경제정책은 기업의 임금(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었다. 어느 근로자가 80유로를 임금으로 받는다면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은 그의 사회보장비용까지 합해 160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나라가 프랑스다. 고용창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반면 사르코지의 경기 활성화 대책은 규제를 풀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회당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퇴직연령을 60세로 앞당기고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한 것이다. 근무시간은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데 법적으로 근무시간을 규정한 것은 프랑스가 유일할 것이다. 사르코지는 이를 폐지하는 대신 초과근무시 지급하는 임금에 면세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는 우파정부 아래서도 자본세를 유지했던 몇 안되는 국가중 하나다. 영화배우, 스포츠스타 등이 세금폭탄을 피해 스위스나 벨기에로 이민을 가도록 만들었던 부유층에 대한 과도한 세금부과 정책도 시정될 전망이다. 아무리 부자라도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세금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사르코지의 철학이다. 그동안 집을 사기위해 돈을 빌릴 때 이자에 대한 세금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주택자금 대출 금리에 대한 비과세 정책은 성공을 거둘 것 같다.



사르코지는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있다. 공무원 세 명이 하는 일을 한 명이 하도록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법제도는 나폴레옹 시절에 만들어졌고 사법개혁을 마지막으로 실시한 것이 1954년이다. 이 때문에 지도상의 법원 소재지는 현재의 인구분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이 고등교육에만 집중된 나머지 문맹률이 높은데 사르코지는 초등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부분 국립인 대학개혁도 추진중인데 대학 자립도를 높이고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게 목적이다. 이민정책도 손을 보려고 하는데 프랑스의 이민자들은 노동이민보다는 부인이 여러 명 있는 일부다처제 국가의 남자가 본국에 있는 부인들을 불법적으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개혁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 혁명의 유산 중 하나가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중개자나 조정자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처럼 민간이 출자한 재단이나 비정부기구가 활성화하지 못했다. 타협보다 파업에 의존하는 문화도 걸림돌이다. 외부에 비춰지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는 노조가 약하다.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이 10%도 안되고 재정도 취약하다. 그래서 주장이 과격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이 가히 혁명적이다. 협상을 하기보다 먼저 거리로 나선다. 선 파업, 후 협상 방식이다.


사르코지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새 정부에 조언한다면.

사르코지는 일련의 개혁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8개월간 굉장한 많은 것들이 등장했고 예고가 됐다. 매일같이 법안이 통과되고 정책이 시행돼 무엇이 그의 개혁인지 헷갈릴 정도다. 오직하면 몇몇 국회의원이 ‘사르코지 없는 날’을 제정하자는 청원서를 제출했겠는가? 3월에 지방선거 나가 있고 올 하반기에 프랑스가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게 되기 때문에 그전에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계획만 있고 성과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나는 선거에서 사르코지에 표를 던졌지만 그의 동시다발적 개혁을 프랑스 사회가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한국은 동시다발적 개혁의 장단점이 무엇인가 또는 한국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던져보고 따져보면서 개혁정책을 치밀한 일정아래 우선 순위를 매겨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신들이 사르코지의 친미정책을 빗대어 영국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이은 부시의 두 번째 푸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사르코지는 대미 관계를 실용적 차원에서 개선하려 할 뿐 절대 미국의 편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거나 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부시는 내가 보건대 역사상 가장 나쁜 미국 대통령인 것 같다. 그는 이미 끝났다. 그러니 한국의 이명박 당선인도 부시대통령에게 너무 투자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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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동아일보 기사, 파리특파원, 고려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현 카톡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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