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영화 13색 연기, 배우 엄정화
13편 영화 13색 연기, 배우 엄정화
  • 이승우
  • 승인 2009.05.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찍고 노래하는 내 삶을 즐긴다"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첫 악역을 맡았다.

엄정화는 한국영화 최초로 미술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서 미술계의 큰손 배태진 역을 맡아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극중 명예, 권력에 대한 욕심뿐 아니라 정재계를 주무르는 배태진을 표현하기 위해 엄정화는 영화 의상과 악세서리에만 2억 원 가까운 돈이 들이며 ‘폼나게 표독스러운’ 캐릭터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엄정화는 참한 인상과 조근조근한 말투, 귀여운 웃음까지 소녀와 여인의 중간쯤에서 특유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영화 중 강렬한 헤어와 메이크업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끝나면 머릴 자르는 버릇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꽤 길다.

사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때만 자른 건데, 매번 작품 끝나고 자르는 걸로 와전된 거다. 이번 '인사동 스캔들'에서는 가발을 쓰는 바람에 영화 촬영 내내 길렀다. 오히려 가발이라 만지기가 쉬웠다. 앞머리가 더 길어야 그 포스가 가능했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는 배태진 역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내가 맡은 배태진 자체가 따듯한 마음을 가진 여자는 아니다. 자신의 성공과 돈에 관계서만 응집된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나. 사실 여자가 남 위에서 그렇게까지 강하게 자기 권력을 행사하기란 쉽지 않은데 '거기까지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나쁜 짓을 했을까' 에서부터 시작했다.


남자 보디가드의 뺨을 후려치거나 여자 큐레이터들을 혼내는 장면은 연기 같지 않았다.

정말? 감사하다. 난 그런 평가가 듣기 좋다. 시나리오 볼 때부터 여태까지 내가 연기하지 않았던 인물이라 술술 읽혔다. 이런 장르도 생소했고, 남자들이 서로 격투를 벌이는 영화를 단 한번도 안 해봐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정말 새로운 캐릭터였다. 배태진이라는 여자는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신이 단 한 컷도 없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의미에서 맡게 된 거다.


아무리 연기지만 진짜 그 감정을 안 느끼면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인사동 스캔들'에서 감정이입이 안돼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

내 경우는 내가 먼저 느끼지 않으면 연기로 안 나온다. 극중 과거 회상 신에서 송화백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찍을 때 진짜 표독스럽게 해야 되는데 그게 안돼 좀 힘들었다. 송화백을 연기하시는 분을 그날 처음 뵈었고, 그 장면 자체가 어렵고 센 편이라서. 극중 호진사 사장으로 나오는 고창석씨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뺨을 툭툭 치는 씬도 정말 어려웠다.


자신이 당하는 게 낫지 누군가를 때리는 연기가 힘든 편인가 보다.

아무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니까. 보디가드로 나온 김정태 씨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세게 안 때려도 되는데 너무 강하게 가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나보다 어른들은 아무래도 어렵다.



비슷한 캐릭터는 맡지 않기로 유명하다.

비슷한 역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이미 했던 모습과 비슷하면 어쩌지?' 라는 부담감도 있고, 한 이미지로 가는 것도 싫다. 안 해본 거 연기하는 게 재미있다.


필모그라피를 보면 이렇게 고를래야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굳이 공통점을 따지자면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인물이란 점이다.

인간은 모두 외롭지 않나.(웃음)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사실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방법을 찾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아직까진 결혼보다 일이 좋은 것 같다.

일 안하고 있으면 아주 오랫동안 여행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더 (결혼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 올해 계획된 스케줄이 모두 끝나면 오랫동안 여행을 갈 작정이다. 이렇게라도 얘기를 해야지 떠나지 안 그러면 못 간다. 6개월간 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훌쩍 다녀온 뒤 책 또 내는 거 아닌가?

아휴. 그때 '뉴욕일기' 썼는데. 내가 알기론 만부 이상 팔리진 않았다. (웃음) 하지만 사실 글 쓰는 걸 무척 즐기는 편이다.


노래에 춤, 연기도 하고, 책까지 쓰니 한마디로 팔방미인이다.

워낙 처음부터같이 시작을 해서 그냥 여러 가지를 하는 게 내 운명인 것 같다. 가수 활동할 때 연기를 같이 해서 너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것이 내 운명인 것 같다. 또 두 분야 모두 내가 너무 좋아한다.


가수가 좋은지, 연기가 좋은지를 묻는 질문도 많이 받을 것 같다.

둘 다 좋으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하나가 너무 버겁거나 힘들었으면 분명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거다.


사실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성공한 사람으로는 독보적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보나?

그렇다.(웃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운이 너무 좋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거기서 위안을 많이 받는다. 요즘엔 책임감도 느낀다.


사랑 받는 공인으로서 끝까지 기억되는 책임감을 말하는 건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고 싶다 할까. 나 스스로도 너무 애착을 가지고 있고, 간혹 이제는 나이도 있는데, 음반을 계속 낼 것인지, 아니면 계속 댄스곡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왜 우리나라는 나이가 이렇게 문제인 거지?'라며 혼자 슬퍼했기에 더욱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외국 예를 들자면 53세에도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셰어도 있다.

지금에도 나미 선배님 김완선 씨 같은 분이 활발하게 멋진 댄스곡으로 활동을 하시고 계셨다면 분명 그런 질문을 받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내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나중에 누군가 내 후배는 좋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거다. 뭐든지 선배가 있으면 든든하고 좋지 않나. 연기 쪽으로는 얼마든지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분이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여가수들을 보면 마음이 참 불안할 것 같다. 예전에는 서른 지나고 나서 내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땐 정말 한창때에다가 어린 나이였다. 지금 내 나이도 10년이 지나면 분명 그럴 생각할 테고. 그래서 항상 멋있게 있고 싶은 거다.


그러면 본인의 삶이 피곤하지 않을까.

어떤 사명감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그런 내 삶이 좋다. 지금처럼 영화 찍고 드라마도 가끔 하면서 가수로도 사는 내 삶 자체를 즐기니까 가능한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엄정화는 대중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임에도 의외로 대중들에게는 평가절하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수와 연기 활동 두 가지를 다 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은 감수할 만하다고 본다. 어쩔 땐 그런 평가가 좀 서운하기도 하고. (잠시 침묵) 사실 그럴 때가 많지만 그것조차 안고 가야 할 것 같다.


섹스 어필한 이미지 때문에 흔히들 잘 놀 것 같다는 말도 한다.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고맙다.(웃음) 그리고 실제로 잘 놀기도 하고. 그런 건 모두 데뷔 초에 했던 고민들이지, 이제는 거의 초월했다. 예전에는 어떤 일이 닥치거나 해를 입으면 당장 화를 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같아 반성하고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냐고? 35살 넘으니깐 돌아보게 되던데.(웃음)


영화 마지막 차 안에서 던지는 '이 XX 새끼야"라는 욕은 찍으면서 은근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았다.

사실 욕할 기회가 너무 없어서 이번 역할 하면서 작정하고 욕을 많이 하고자 했는데, 그런 여자는 아니더라. 하지만 그 신은 정말 재미있었다. 한번에 오케이 됐으니까. 나는 찍을수록 감정이 덜하는 편인데, 감독님이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인사동 스캔들'은 거의 한 두 테이크 안에 마친 것 같다. 난 연기가 반복될수록 연기가 더 안 된다.


매 장면을 굉장히 디테일 하게 보는 것 같다. 옷차림부터 사진 각도까지 세세하게 본다.

보통 여배우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예전엔 진짜 꼼꼼히 따졌는데, 요즘엔 덜한 편이다. 그땐 왜 그렇게 어렸는지. 하지만 지금도 괜찮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내 나이를 다 안다는 게 문제지.(웃음)



데뷔작인 '바람 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부터, 간단해 보이지만 여배우로서는 쉽게 덤벼들지 못하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인사동 스캔들'이 내 13번째 영화다. 참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 활동만 하면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 왜 나한테는 시나리오가 안 올까 고민하고, 영화를 하면 이 장르는 나한테 참 어렵구나를 느낀다. 그 끈을 놓을 때쯤 유하 감독님이 주신 시나리오(‘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나를 영화인으로 이끌었다. 왠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심기일전 하고 뛰어든 만큼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어렵고 힘든 걸 뒤돌아 볼 시간은 없었다. 게다가 모두 의미 있는 작품들이었고.


이번 영화는 미술이란 소재를 친숙하게 풀어내 더 흥미로웠다. 그림에 조예가 있는 편인가.

그림 못 그린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미술시간이 진짜 힘들었다. 색 배합도 어렵고, 어떤 애들은 크레용으로도 잘 그리는데, 나는 그림 솜씨는 정말 꽝이었다. 풍경화도 나무 몇 개만 그려놓고 배경구성을 못해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 그림은 정말 몰랐는데 요즘 변화가 생기긴 했다. 이것도 35살 넘어서 안 건데, 엄마들이 왜 그렇게 꽃을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자연이 좋아지고, 뭔가 몸에 좋다는 걸 먹고 싶어지는 것들. 예전엔 선물로 꽃 주는 사람이 정말 싫고, 차라리 먹을 걸 사오라고 타박했는데 지금은 꽃 선물 받는 거 너무 좋아하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졌다. 틈틈이 전시회 보러 다니고 얼마 전에는 클림트 전시회도 다녀왔다. 미술 중에서도 팝 아트에 관심이 많다.


엄정화에겐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언니, 댄싱 디바, 마돈나, 섹시 퀸 등등.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떤 건가.

여배우다. 그 다음이 섹시 퀸? 하하하.


동생인 엄태웅과 함께 가장 성공적인 연예인 가족으로도 꼽힌다.

그런 것 같다. 태웅이가 너무 잘해주고 있으니까 든든하고, 보면서 '저 애가 내 동생이야'란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같은 배우라도 창피할 수도 있는 건데. 잘 못하면 '쟤 왜 저래?' 그럴 텐데. 정말 자랑스럽고 같은 분야라서 더욱 좋다. 깊은 얘기까지 할 수 있는. 비밀 얘기를 해도 말이 나갈까 두려워하지 않는 든든한 동생이자 동료 배우다.


실제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자신이 유명해질 줄 알았나.

내가 유명해질지는 몰랐지만 이쪽 일을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와 연기 모두 꿈꿨으니까. 조용한 시골에서 자란 탓에 너 뭐가 되고 싶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간호사나 선생님을 말했어야 했다. 가수는 너무 튄 대답이었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시선 받는 걸 좋아하고 지금도 즐기는 편이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

예전에는 쉬지를 못했다. 운동이나 마사지를 하던지 나 스스로를 달달 볶았는데, 요즘에는 집안에서 책 읽거나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미친 듯이 관리했지만 그런 부분이 덜해진 것 같다. '나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웃음)


'인사동 스캔들'이 배우 엄정화의 필모그라피에 포인트가 될 만한 영화라고 보나.

포인트가 될 만한 영화가 될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해서 한 건 아니었으니까. 지금까지 가장 기억나는 작품을 꼽으라면 '오로라공주'다. 뭐든지 가장 힘든 게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감정상으로 크랭크인 몇 달 전부터 내 애가 없어졌고 죽었다는 생각으로 살아서 그 작품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눈물 날 정도다.


꽤 솔직한 답변이다. 사실 흥행 때문이라도 개봉작을 추천하는데?

내가 그런 면에서 좀 순진한 편이다. '인사동 스캔들'을 해서 내 연기 인생에 한 획을 그을 욕심으로 덤빈 영화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평가를 하겠나. 그런 부분은 관객들이 해주시리라 믿는다. 내가 아무리 포인트가 되는 영화라고 우겨도 관객들이 아니라고 보면 할 수 없는 거다. 이건 그냥 장르적으로 새롭고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고, 내가 안 해 봤던 영화여서 애착이 간다.



다음 작품 계획은?

영화는 아마도 8월 중 새로 들어갈 것 같다. 스릴러인데 호러가 섞인 영화다. 아주 무서운 영화이니 기대해 달라.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interview365@naver.com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심가는 이야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terview365@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