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청춘에게 말 걸다 “그대들을 두려워하며 기다린다”
공자가 청춘에게 말 걸다 “그대들을 두려워하며 기다린다”
  • 김다인
  • 승인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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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초상화







【인터뷰365 김다인】
“공자 왈 맹자 왈 하네.”
필자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이런 말을 가끔씩 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유식한 말을 할 때나 장황하게 자신의 지식을 늘어놓을 때 부러움 반 비아냥 반으로 던지는 말이었다.
지금은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사람들도 없다. 두 단어도 한 단어로 줄여 쓰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로 팽팽 돌아가는 이 시대에 왈, 가라사대 하는, 시작부터 질질 끌리는 리듬의 옛말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하지만 그 왈, 가라사대로 시작하는 옛말에 담긴 뜻마저 사라질 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그처럼 느린 말, 슬로우 워드(slow word)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신창호 교수가 써낸 신간 <공자가 청춘에게>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 시대 젊음에게 ‘느리게 말 걸기’이다. 그 말을 거는 장본인은 공자다.
공자는 지금으로부터 2563년 전 기원전 551년 9월 22일에 태어났다. 귀족 가문의 후손인 아버지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십대 소녀와 결혼해서 낳은 것이 공자다. 나이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무당 노릇을 하던 어머니마저 그가 십대 후반에 이르렀을 때 세상을 떠난 후 공자는 뿌리내리지 못하는 청춘을 보냈다.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면서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 애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의 시점을 일인칭, 즉 공자의 시점으로 잡아 말을 풀어내고 있다. 공자가 남긴 말, 그의 행적 등을 촘촘히 연구한 후에 지금의 세대가 읽기 편한 말, 이해하기 좋은 화법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내 외모가 좀 특이한가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든. 저 공구(孔丘)의 모습은 참 재미있어. 농구선수처럼 큰 꺽다리 키에, 짱구처럼 움푹 팬 머리 모양에. 거 참 볼품없네그려! 게다가 지적인 풍모라곤 전혀 없으니!”
맨처음 나, 공자가 말을 걸기 시작하는 내용이다. 이 공자의 말 걸기에서 이 책을 지은 저자의 의도는 오롯이 드러난다. 공자가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늬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점, 스스로 지적이라고 여기지 않는 겸손함이 있다는 점 등. 한마디로 지금 세대의 일반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말 거는 방법이 말랑하다고 해서 책의 내용도 그런 것은 아니다. 풍속이나 예절 등 지금 세대에 맞지 않는 것들은 다 제쳐놓고, 의미적으로 지금의 젊은이들이 알아두면 힘이 될 ‘공자 왈’ 39가지를 집어내어 풀어주고 있다. 굳이 39가지로 끝낸 것은, 저자 말에 따르면, 공자가 ‘사십이면 불혹(不惑)’이라 했기 때문에 나이 마흔 이전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책은 수신편, 진로편, 관계편, 직장편, 감정편, 정의편, 운명편 등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각 편마다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고 각 장미다 공자의 잠언 한마디로 결구를 삼았다. 말 거는 방법은 가벼워도 그 내용에는 그동안 유학과 동양철학에 정진해온 저자의 내공이 켜켜이 쌓여있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저자가 하고 싶은 ‘공자 왈’을 한마디로 줄이면 아마 ‘후생가외(後生可畏)’일 것이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로 ‘뒤에 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로 새길 수 있는데, 저자는 이 말을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청춘이여, 그대들의 가능성은 무궁하며 그대들이 미래에 이룰 성취는 기성세대가 두려워할 만큼 큰 것이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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