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발상의 전환 해낸 육갑이 (8)
‘왕의 남자’ 발상의 전환 해낸 육갑이 (8)
  • 김다인
  • 승인 200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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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8 쓰는 대신 그려라


[인터뷰365 김다인] 연산군을 웃게 만듦으로써 궁 안에서의 데뷔전을 잘 치러낸 장생들은 왕의 명에 따라 ‘희락원’에 묵게 된다. 왕실 전속 광대가 된 것이다. 환관 처선이 다음 놀이판에서 중신들을 소재로 해서 놀아보라고 귀띔을 해주자 장생은 공연 규모를 키우기 위해 광대 공모에 나선다. 시쳇말로 광대 오디션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오디션 공고를 내기 위해 장생과 공길은 공고문을 쓰고 육갑 칠득 팔복도 이를 따른다.

장생과 공길의 필체는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똑같다. 공길이 쓴 글을 베껴 쓰면서 장생이 글을 배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필체가 똑같다는 것은 영화의 후반부를 위한 복선이기도 하다. 육갑 칠득 팔복은 장생이 쓴 방을 그대로 베끼기 시작하는데 유독 육갑만이 돌아앉아 글을 베끼는 대신 그림을 그린다. 궁궐을 배경으로 광대들이 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그림이다.



생각포인트
=발상의 전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블루 오션
발상의 전환이란 모든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믿고 있는 것을 뒤집어 생각하기, 거꾸로 생각하기다. 영화 중 육갑이 장생의 글을 베껴 쓰는 대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곧 발상의 전환이다. 광대 가운데는 육갑이나 칠득, 팔복처럼 글을 읽지 못할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림이 훨씬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베껴 쓸 때 그릴 수 있는 발상의 전환, 이것은 창의적 논술의 핵심과도 통하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사고방식이나 견해가 종전과 크게 달라지고 변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근세 철학을 집대성한 독일 철학자 엠마뉴엘 칸트(1724~1804)가 자신의 인식론적 입장을 밝힐 때 사용했다.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의 천체학자로 천동설이 당연시 여겨지던 16세기에 지동설을 발표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주장이었고 후대의 과학자들은 지동설이 맞음을 입증했다. 칸트는 이 말을 인식론에 대한 자신의 학설을 발표하면서 사용했는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는 뜻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칭했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21세기적으로 표현한 것이 ‘블루 오션’(Blue Ocean 푸른 바다)이다. 이는 한국인 김위찬 교수와 프랑스 르네 마보안 교수가 90년대 중반 제창한 기업혁신이론이다. 블루 오션이란 이미 수많은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레드 오션(Red Ocean)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가 없는 무경쟁시장을 의미한다. 이 시장은 저비용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발상으로 제품을 만들어내, 싸울 필요도 없이 이길 수 있는 시장이다. 예컨대 어묵은 당연히 뜨거워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차가운 어묵을 개발해 내놓는 사람은 블루 오션으로 성공한 이다. 더 큰 예를 들자면, 두바이의 루메이라 앞 바다에 돌과 흙을 퍼부어 야자수 모양의 섬을 만든 ‘팜 루메이라’는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상상 속의 일을 현실로 만든 블루 오션의 성공적인 예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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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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