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서 읊조리는 가을 연가
남이섬에서 읊조리는 가을 연가
  • 이 달
  • 승인 200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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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배 타고 그리고 걷고 / 이달


[인터뷰365 이달] 섬에 들어가는 배에 오르는 사람들. 작고 낡은 배들은 은퇴하였는지 새로 만든 커다란 누드호만 운행하고 있었다.



배 안에서 본 남이섬은 멀리서 보기에도 가을색이 가득하였다.





일년 만에 찾은 남이섬은, 언제나 그렇듯 많이 변해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나무들뿐이다.

모든 잎을 떨구고 가벼워진 나무들과 희미해진 색이거나
불긋해진 색으로 준비를 마친 나무들이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남이섬엔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



남이섬이 다른 섬과 다른 것 중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것은

잘 정돈된 나무길과 포장을 하지 않은 흙길이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강물은 남이섬에 사는 나무들에게 생기를 주고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 준다. 그냥 주욱 뻗은 나무길보다 그것은 훨 운치가
있는 법이라 사람들은 강물을 보며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남이섬의 나무길들은 계획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청평댐의 건설로 섬이 된 이곳에는 애초에 골프장이 만들어졌었다.
그래서 넓은 잔디밭이 많다.

골프장이 실패하자 초대 회장께서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고
숲이 무성해지자 유원지 노릇을 하였다.

남이섬 나무들은 대략 30년 정도의 비슷한 또래들이 대부분 무리를 이룬다.

인공으로 조성된 것들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관리의 철저함도 있겠지만

그 재료가 나무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길을 서성이다가 타조를 만났다. 그는 머리를 계속 땅에 처박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작년에 왔을 때 타조가 전멸해 버린 것을 알게 되어 몹시 마음이 아팠었다.

이 순하고 덩치 큰 동물들은 연일 넘쳐나는 관광객들에 치여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떼를 지어 생활하던 타조들 몇마리가 자연사 한 뒤 나머지는 섬 밖으로 내보냈다 들었다.

한가롭게 섬 곳곳을 돌아다니는 타조의 자태를 감상하지 못하는 것은 섭섭하였으나

다시는 남이섬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여전히 청설모가 가장 많았다. 탐욕스럽고 잔악한 것들...


이 늠름한 대장 닭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기백이 여전하였다.



몹시 시끄러운 오리가족은 참 뻔뻔한 무리로 여전히 잘 살고 있다.

한동안 줄었던 토끼들도 간혹 보이고 못보던 동물들도 눈에 띄었지만

가장 그리운, 점잖던 사슴가족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새로 오픈한 갤러리샵에 들어갔다. 이름부터 냄새가 풍긴다. 남문, 남이섬 달...의 짬뽕준말이다.

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이곳 책임자가 되었다고 몇달 전부터 오라는 것을 이제야 찾았다.

처음 보는 직원이 혼자 뻘쭘하게 있기에, 심심하겠어요, 농담 한마디 건네고 맛 좋은 커피 한잔 얻어 마셨다.

이곳은 갤러리, 아트샵을 겸한 카페였는데 너무 럭셔리한 분위기 탓인지 썰렁하였다.



나무와 흙으로 꾸며진 매장에는 백프로 수공으로 만든 상품들만 판매를 한다. 도자기, 유리, 염색 제품이 주를 이룬다.



내가 찾는 인간은 갤러리 뒤쪽에 새로 지은 공방에서 전시장에 내 놓을 작은 리스를 만들고 있었다.

남이섬 공방에서는 섬 안에서 소요되는 대부분의 소품들을(호텔 식기나 이불 인테리어 소품 등) 자체 제작한다.


공방의 총 책임자로 있는 이 여성동지는 남이섬에서 하는 일이 억수로 많은 인간인데 어쩔려고 한가한고... 했더니만

샵에 내 놓은 것들이 전부 판매가 되어 물품이 딸린다고 바쁘게 손을 놀리는 중이었다.

어른 얼굴 크기만한 유리리스는 깨트린 유리병 조각들을 가마에 구워낸 것으로 초록색은 거의 소주병이다.

그것들에 단순한 장식을 하여 이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나 같으면 절대 안 사겠지만 ^^ 제법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공방을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였다.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는데 남이섬에 전용전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맘에 들었으나 감히 욕심낼 수 없는 것이었다. 아직 가마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화장실 지붕 장식. 소주병을 통째 가마에 구우면 이렇게 된다.


캔을 압축한 덩어리들. 섬 곳곳엔 이런 것들이 숨어있다.



화장실 입구. 거울에 비치는 곳은 큰 물건을 제작하는 공장.

단 하루도 공사가 그치질 않는 남이섬인지라

공장은 늘 지저분... 그나마 규모가 많이 줄었다.


화장실 앞에서 다시 만난 타조. 자태는 여전하였으나

맑고 순한 눈동자는 이제 기대할 수 없었다.

타조는 계속 먹이를 주워먹고 돌아다녔다.




공방 옆 오리 막사에서 먹이를 먹는 타조. 저 불만에 가득한 오리의 표정을 보라.


타조, 참 품위 떨어지게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던 명랑 타조의 모습을 잃은 것에 마음이 안 좋았다. ㅠㅠ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기는 섬 내의 탈 것들은 크게 땅위의 것과 물위의 것으로 나뉜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다. 물론 유원지의 상징 오리보트도 있다. 보트류는 남이섬 운영이 아니다.

내 시선으로는 쓸데없이 비싸다 생각되지만 걷기 싫은 사람들이라면 저런 것도 괜찮겠다.

하지만 한여름도 아닌데 요트를 타는 사람들의 심정은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남이섬은 내부가 볼 만한 곳이지

거제도나 홍도처럼 바깥 경관이 멋들어진 곳은 아니기 때문에 보트 타기란 그저 물장난이다.



이번에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강변에 설치한 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방갈로 앞쪽 강물에 접한 이 길을 따라 산책하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난간을 보며 참으로 남이섬답다는 생각을 했다.



정관루 주변의 석등과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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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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