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사건 25주년, 잊혀진 희생자 묘역
아웅산 사건 25주년, 잊혀진 희생자 묘역
  • 김두호
  • 승인 20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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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에서 숨진 17위 나란히 잠들어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10월 9일은 ‘아웅산 사건’의 25주년 되는 날이다. 1983년 그 날 미얀마(당시 버마)의 수도 양곤에 위치한 아웅산 묘역에서 발생한 그 사건은 테러범들이 미리 설치해 둔 폭탄이 터져 대통령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해 대기하던 수행공직자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비록 군사정권 시절에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희생자들이 공무수행 중에 당한 불의의 변고였고 모두 유능한 엘리트들이었다는 점에서 25년 전 그들이 억울하고 참담하게 숨진 그 때 그 사건을 새삼 돌이켜 보게 한다.


25주기를 이틀 앞둔 7일 그들이 잠든 국립묘지를 찾았다. 국가유공자 묘역의 언덕 중턱에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잠든 아웅산 희생자 17위(位)의 묘역은 사건 이듬해인 1984년 기자가 1주기 때 찾았을 때와 변한 게 없었다. 그러나 당시는 유가족과 일반 참배객들의 발길이 쉬지 않고 이어졌고 가을 국화 송이가 묘역마다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지금은 관리인들이 똑같이 꽂아 놓은 듯한 조화들만이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여기 잠들다. 한 주먹의 강물을 마신 뒤..그는 여기에 누워 저기 저 나무와 함께 긴 꿈을 꾸고 있으리라..’ 대통령 경호원이었던 정태진 씨의 묘비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었다. 1주기 때 만난 묘역 관리인이 함병춘 비서실장의 미망인 심효식 여사(당시 57세)가 1년을 두고 하루에 한 번씩 부군을 찾아온다며 감동어린 이야기를 전해 준 일이 있다. 그 분도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면 어느 덧 82세에 이른다.


‘..언론에 몸담아 젊음을 불사르던 사진기자 이중현 잠들다..’ 동아일보 기자로 수행기자단의 일원이었던 그도 유공자 묘역에 잠들어 있다.

‘..그 어느 날 통일의 큰 꿈 이뤄져 평양가는 첫 기차 서울 떠나는 기적소리 울릴 때 임이여 무덤 헤치고 일어나소서’ 이범석 외무부장관의 묘비는 고인의 고향후배인 김동길 교수가 썼다. 평양에서 중학교를 함께 다닌 두 사람은 경의선을 타고 고향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 이 장관 곁에는 서석준 부총리가 누워 있다. 귀엣말을 주고 받을 만한 두세 뼘 거리를 두고 그들은 이승에서 못다 나눈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살아서는 향기를 멀리멀리 풍기고 맑음을 날로날로 더해 가던 그대..그대는 너무 총명했기에 그대가 아쉽고..’가 새겨진 김재익 경제수석의 묘비는 송복 연세대 교수의 글이다.

그밖에 강인희 이기욱 민병석 김동휘 서상철 이계철 심상우 김용한 이재관 한경희 씨 등 순국외교사절 17위는 두 층계를 사이에 두고 굽이치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나란히 잠든 채 25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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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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