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리버풀에게 덜미를 잡힌 까닭
맨유가 리버풀에게 덜미를 잡힌 까닭
  • 이근형
  • 승인 200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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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3연패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감독을 역임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현 리버풀)은 03-04 프리메라리가 금자탑, 그리고 03-04 UEFA컵 우승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무엇보다 2000년대 들어 발렌시아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승의 균형’을 맞췄다는 점에서 특히 공이 컸다.

베니테스 감독은 이후 제라르 울리에 감독의 후임으로 리버풀 사령탑에 올랐고, 04-05 데뷔 시즌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9월 13일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리버풀을 이끌고 맨유를 이기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은 리버풀 팬들과 베니테스 감독에게 있어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치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이 근래 들어 맨유를 상대로 연거푸 쓴 잔을 들이킨 것이 말이나 되겠는가.


06-07 시즌 막판 라운드 안필드에서 펼쳐진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전후반까지 맨유의 예봉을 잘 틀어막으며 그들의 리그 우승에 제동을 걸 수도 있었건만, 흘러 나온볼을 냅다 골문으로 질러버린 존 오셰이의 한방에 승리를 넘겨준 사례는, 지금도 축구 팬들에게 회자되는 내용이다.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는 ‘장미 전쟁’이라는 다소 우아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사실 2000년대 들어서는 맨유와 아스날의 우승 다툼에 더 초점이 맞춰졌으니 빛이 바랬다고 해도 무관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더 콥스 (The Kops, 리버풀의 애칭) 일원들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맨유를 상대로 오직 안필드에서 시원하게 이겨줄 날만을 기다려왔고, 그 소원은 마침내 이뤄졌다. 2008년 9월 13일, 안필드에서 펼쳐진 08-0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리버풀과 맨유의 경기에서, 리안 바벌의 통쾌한 결승골에 힘입어 맨유를 2대1로 무찌르고 리그 선두로 올라선 것이다.

맨유는 센터백 네마냐 비디치의 후반 막판 퇴장이라는 불운까지 겹치며 무기력하게 리버풀에게 덜미를 잡혔다. 리버풀의 베니테스 감독은 맨유를 잡은 것에 대해 격앙된 모션을 여러 차례 보였으며, 리버풀 구단으로서도 상당히 의미 깊은 경기로 기록됐다.



리버풀 신입생 로비 킨의 비교적 결정적이지 않은 공격력을 굳이 탓하지는 않겠다. 그는 아직까지도 리버풀 스타팅 멤버 페르난도 토레스와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어쨌거나 특유의 돌파력과 이름만으로도 느껴지는 위압감은 리버풀에게 큰 도움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평하듯 리버풀이 맨유를 잡은 승리의 요인은 역시 윙 플레이어들의 활발한 조달과 막판 스티븐 제라드의 투입이 컸다. 스페인 에스파뇰에서 건너온 중견급 윙어 알베르트 리에라는 리버풀 데뷔전에서 활발한 사이드 침투로 돋보였고, 그와 후반 교체되어 들어간 윙어 리안 바벌은 다름아닌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리버풀이 08-09 프리미어리그 초반 라운드에서 맨유를 잡은 것은 7년만의 승리를 차치하더라도 꽤나 큰 의미를 가져왔다. 먼저 시즌 초반 뉴캐슬, 포츠머스와의 경기를 거치며 ‘리그 2연패’의 아성에 걸맞지 않는 행보를 걸어온 맨유를 초반부터 제압했기 때문에 리버풀로서는 리그 선두권 및 우승 레이스에 청신호가 켜졌고, 거의 비슷한 조건 하에 신입생의 상태를 실험했던 베니테스 감독이 좀 더 수월한 팀 운용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늦게 발동이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 맨유를 초반에 잡아서, 앞으로의 선두권 다툼에 기선 제압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맨유의 패착 요인① 퍼거슨 답지 않은 공격 전술


그렇다면 리그 9위라는 다소 주춤거리는 행보를 걷는 맨유가 7년여 만에 리버풀에게 승리를 헌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팬들과 축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변칙적인 공격 전술이다. 주지하다시피 맨유는 리버풀전을 앞두고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팀의 중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명단에서 제외했다. 역시 같은 윙어 자원 박지성 선수도 리스트에서 뺐다. (여기에 대해 굳이 말을 더하지 않겠다. 맨유 내에서의 입지 부족, 혹은 전술 변화에 대한 것은 각자의 의견이다) 그래서 활발한 윙어의 움직임과 공격수의 결정적 찬스를 노리는 맨유의 기본적인 4-4-2 전법 구사가 힘들었다.


해서 맨유는 4-3-3을 들고 나왔다. 토트넘에서 비싸게 데리고 온 불가리아산 특급 스트라이커 베르바토프를 타깃맨으로 심어놓고, 왼쪽 윙포워드에는 카를로스 테베스, 그리고 오른쪽 윙포워드에는 웨인 루니로 결정했다. 중원의 안데르송 - 캐릭 - 스콜스 트리오는 각자 패스 전진, 그리고 중앙 홀딩 모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꽤 괜찮은 전술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웨인 루니였다. 루니는 맨유의 전술에 의해 가끔씩 윙어로도 출전했다. 그리고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해냈다. 그러나 루니는 전문 윙어가 아니다.


팀플레이를 중요시하는 루니가 패싱게임에 강점을 보인다지만, 그는 그 패싱 게임의 귀결 역할을 맡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결정적인 패스를 골로 연결시키는 데 더 강점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를 주연으로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과감하게 테베스와 루니 둘 중 하나를 제외하고 전형적인 4-4-2 전법으로 갔었어야 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후반전에 왼쪽 윙어 라이언 긱스가 교체되어 들어오고 나서야 맨유의 숨통이 트였다는 것을 말이다. 루니는 전후반 내내 고립무원이었다. 원래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가뜩이나 패스 조달자의 윙어 역을 맡았으니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맨유의 패착 요인② 적절한 교체를 놓치다


퍼거슨 감독은 라이언 긱스의 투입, 그리고 나니의 투입, 거기에 더해 중앙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의 투입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맨유의 두 번째 패착 요인이다. 앞서 언급했듯 긱스의 투입으로 인해 맨유는 윙 플레이에 있어서, 그리고 패싱 게임에 있어서 좀더 수월한 플레이를 펼쳤다. 4-3-3의 형태에서 중앙 미드필더의 양쪽을 좀 더 위로 올리고, 중앙 미드필더 하나를 내리는 단순함을 보였는데도 긱스의 투입 하나가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특히나 이미 경기 전부터 몸에 이상 징조를 보여 온 홀딩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이 긱스와 교체되니, 훨씬 더 그림이 좋아졌다. 한마디로 후반전 미드필더의 형태인 긱스 - 하그리브스 - 나니 트리오가 더욱 더 보기 좋았다는 말이다. 물론 나니를 호날두나 박지성 선수를 비견했을 때, 조금 모자란 듯한 플레이를 보여 기대 이하의 평을 받아냈지만, 윙어와 공격진의 소통이 사라진 맨유의 팀 플레이에 윙어 나니가 투입되니 어느 정도는 봐줄 만했다는 게 전체적 중론이다.

하그리브스 역시 가벼운 부상에서 회복하여 백업으로 투입되었다지만, 결론적으로 목발까지 짚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던 캐릭에 비해 더 안정적인 형태를 보였다. 캐릭이 불안불안하게 리버풀 중원의 숨통을 끊으려고 애쓸 때, 그리고 리버풀의 실력파 청소 요원 마스체라노와의 대결에서 열세를 보였을 때, 맨유 팬들은 왜 굳이 상태가 안 좋은 캐릭을 썼나 의문을 가졌다.


이것은 종합적으로 ‘적절한 교체를 놓쳤다’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교체라는 단어에는 선발 라인업 선수 조율, 그리고 후반전에서의 선수 투입을 모두 종합해서 언급할 수 있겠다. 스콜스는 리버풀전 선발 라인업에서 기본 이상의 플레이를 펼쳤기에 오히려 하그리브스와 짝을 맞춰 중앙 미드필더 듀오를 맡고, 긱스와 나니 같은 ‘작금 상태가 좋은 윙어’를 적극 사용해야 했다. 물론 현재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윙어, 중원 자원 안데르송을 중용한 것에 대해 반문을 달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대는 강적 리버풀, 그리고 장소는 그들의 홈 안필드였다. 좀 더 안정적인 포메이션을 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맨유의 패착 요인③ 수비 라인의 불안과 맨유의 요행


맨유의 세 번째 패착 요인은 축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한 목소리를 내는 점을 꼽겠다. 바로 맨유의 현재 가장 문제점이 되는 점, 포백 수비 라인의 완전하지 못한 형태다. 맨유의 수비 라인은 07-08 시즌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 전법에서 착안을 했다고 전해지는, 부지런한 존 디펜스와 적절한 치고 들어가기가 조합된 짜임새 있는 전술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른쪽 사이드백에서 누수가 생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른쪽 사이드백 게리 네빌의 영향력은 가히 지배적이다. 그는 현재 맨유의 주장이자, 맨유 역사의 산 증인이다. 오른쪽 사이드백에서의 영향력은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게리 네빌은 큰 부상을 당해 07-08 시즌을 통째로 날려먹는 비극을 맞이했고, 역시 이번 시즌에도 부활의 조짐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맨유 수뇌부는 상당히 고민했는데, 게리 네빌의 백업으로 웨스 브라운이 잘 해줬지만 역시 게리 네빌의 커버링 능력과 오버래핑 솜씨를 따라갈 수 없었다. 멀티 플레이어 오언 하그리브스가 있었기에 어느 정도 누수를 막았지만 말이다. 이 점을 두고 언론에서는 “언젠간 맨유의 오른쪽 사이드백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웨스 브라운은 전체적으로 리버풀 경기에서 오버래핑을 좀 삼가하고, 리버풀의 왼쪽 사이드를 차단하는 수비적 형태를 띠었다. 그래서 문제될 것은 많지 않았지만, 그를 상대하는 리버풀의 윙어는 다름 아닌 프리메라리가에서 화제를 일으킨 알베르트 리에라였다. 위협적인 윙어다. 게다가 저격수인 디르크 카윗 이 양쪽 사이드를 불문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맨유 수비진을 뒤집어 놓았다. 여기서 웨스 브라운의 ‘게리 네빌만큼 뛰어나지 않은 실력’과 주전급 경험 부족이 노출되었다. 그리고는 결국 1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어이없게 자책골을 난사했다.


리오 퍼디낸드와 짝을 맞춰 센터백 듀오를 이끈 네마냐 비디치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비디치는 전성기 시절 맨유의 야프 스탐 뒤를 잇는 센세이셔널한 센터백 자원이다. 06-07 시즌 결정적으로 빛을 발하며 많은 맨유 팬들 및 지역 언론의 극찬을 받아왔으며, 결국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이름 날린 것에 대해서는 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리버풀전 후반 막판에 보여준 비이성적이고 프로답지 못한 파울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주기 충분했다. 리버풀 청소 요원 사비 알론소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그는 필요하지도 않은 팔꿈치 가격을 가했다. 이미 그는 옐로우 카드 하나를 받은 상태였고, 주심은 지체하지 않고 경고를 하나 더 주고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가뜩이나 1대2로 지고 있던 상황, 그리고 맨유의 특징적 장기 중 하나이자 농구에서나 볼법한 ‘버저비터식 찬스’를 사용할 시기인데 비디치는 그것마저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래서 비디치는 고개를 숙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버저비터를 노리던 맨유는 리듬이 끊기면서 리버풀에게 오히려 한 골을 더 먹힐 뻔했다.

비디치는 사실 냉철한 센터백이지만, 가끔 이렇게 중요한 경기나 스타 플레이어를 상대로 쓸데없는 기싸움이나 파울을 감행하곤 한다. 그와 첼시의 스트라이커 디디에 드로그바간의 불필요한 싸움과 보기 좋지 않은 파울 에피소드는 이미 유명하다. 비디치가 지금보다 더 뛰어난 평가를 받고, 맨유 선수다운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센터백으로서의 자기 할 일에만 집중해야 마땅하다.




리그 3연패는 생각지 말고 선수 운용에 집중하라


맨유는 참 욕심이 큰 구단이다. 그들은 정상의 네임 밸류만큼 한꺼번에 너무나도 많은 업적을 이루려 하고, 그것 때문에 타 구단 팬들 및 언론에게 집중 포화를 맞는다. 98-99 시즌 그 유명한 ‘트레블’의 환상에 사로잡혀서일까. 아직도 그들은 자신들이 프리미어리그의 최강자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상대를 깔본다. 03-04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상 두 번째 무패 우승을 이끈 구단이 아스날이고, 맨유를 상대로 강점을 보이는 팀이 첼시이고, 그리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다 우승팀이 리버풀인데 말이다.


그래서 맨유는 결정적인 우승 향방의 순간에서 뒤뚱거렸다. 충분히 겸손한 자세로 나아가며 선발급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면 될 것을, 너무 상대를 얕보다가 이룰 수 있는 가능성마저 날려버렸다. 물론 그들의 06-07, 07-08 리그 2연패에 대해서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더불어 07-08 챔피언스리그 제패까지 말이다. 그러나 너무하지 않은가. 토트넘 홋스퍼와 법정 싸움까지 벌이며 베르바토프를 강제로 끌어들이고, 그러면서 욕까지 얻어먹더니 이번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를 노리니까 퍼거슨 감독이 “기분 나쁘다”며 으름장 놓았다. 경기에서의 자만심과 더불어, 외부에서 드러나는 맨유의 이유모를 자신감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맨유의 리그 3연패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은 요 근래의 맨유의 패턴을 완전히 이해했다. 게다가 맨유의 절대적 라이벌이자, 최근 아랍에미레이트의 부호 알 파힘의 조달에 의해 완전히 새 팀으로 바뀌어버린 맨체스터 시티가 맨유를 함락하기 위해 ‘그 날’만을 노리고 있다. 아직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막강한 올스타 스쿼드로 전열을 가다듬은 토트넘 홋스퍼도 있다. 이것은 이미 리그 3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나타났다. 리버풀은 맨유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08-09 스쿼드를 갖췄다. 이제 맨유는 리그 3연패라는 허상보다는, 승점 쌓기와 선두권 다툼 합류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마저 안 되면, 맨유가 지금껏 행한 것들의 평가가 후에 몇 배로 안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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