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방송의 ‘탑건’ 방현주 아나운서
베이징올림픽 방송의 ‘탑건’ 방현주 아나운서
  • 유성희
  • 승인 200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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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중국 류시앙 선수”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지난 8월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참가한 모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이 감동을 실시간으로 빨리 전하려는 각국 방송사들 간의 경쟁은 또 하나의 미디어 올림픽이었다.

그 치열했던 경쟁의 중심에 MBC 방현주 아나운서가 있었다. 국내 각 방송국들이 올림픽을 진행하는 에이스 카드를 꺼낸 가운데,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진행하던 그의 솜씨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아직도 베이징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장미란, 박태환, 최민호, 야구와 핸드볼 등이 전해줬던 가슴뭉클한 순간이 아직 또렷하고 장애인올림픽이 17일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현주 아나운서를 만나 이번 올림픽의 여운을 함께 마무리하기로 했다.



베이징올림픽은 방현주 아나운서의 방송생활 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는 큰 사건일 것 같습니다. 올림픽 방송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인가요?

좋은 기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남아있는데 저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여자 핸드볼 경기를 보면서 눈물이 났고, 야구를 볼 때에는 스튜디오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하면서 봤어요. 그래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중국의 류시앙 선수를 만난 일이에요. 류시앙 선수에 대한 현지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었어요. 베이징 올림픽의 상징이자 전부라 할 수 있었죠. 그런 류시앙을 정말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결승전에 당연히 진출할 걸로 예상해 예고멘트까지 다 따놓은 상태에서 류시앙 선수가 예선전 기권을 한 거예요. 중국 육상연맹에서 해외미디어 중 유일하게 저희에게만 허락한 노력의 시간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죠.



예상대로 금메달을 땄다면 대단한 뉴스가 됐을 텐데요.

한편으론 그렇지만 저는 거기서 부터 류시앙의 인생스토리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저와 류시앙의 인연도 이제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요. 류시앙 선수가 기권한 바로 그날 류시앙 선수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진심을 다해 위로의 말을 전했어요. 류시앙이 부담감을 이겨 가며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봤기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팠거든요. 제 얘기에 감독님이 너무너무 감동을 하시는 거예요. 류시앙이 예선탈락 한 후에 전화하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면서. 더더욱 외국 미디어 아나운서가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하셨어요. 또 이렇게 계기가 되어 감독님과의 인연도 시작된 거라 생각해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중요한 건 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또 다른 인연을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중문학을 전공한 데다가 아나운서 입사 후에도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만큼 중국사랑이 대단하십니다. 오랜 시간 직접 겪어본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나라예요. 너무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알면 알수록 모르는 나라예요. 그래서 더 매력이기도 하고요. 중국어만 해도 중국의 정치가나 학자들이 쓰는 언어는 또 다른 차원이에요. 대화를 할 때도 중국 고전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거나 이백(중국 시인)의 시에서 한 대목을 현대와 연결 지어 이야기하는 식이죠. 현대어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중국 전체의 역사와 문화, 모든 걸 아우를 수 있어야 해요. 그들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끝도 없어요.


최근 중국에서 혐한류(嫌韓流)가 대두되고 있다는데 현지에서 보신 건 어떻습니까.

언론에서 과장된 부분도 있고 사실인 부분도 있어요. 저는 먼저 자기를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중국과의 관계는 멀리 봐야 돼요. 그래서 멀리 봤을 때 아니라고 판단되면 눈앞의 이익도 저버릴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중국의 호불호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과 안목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본격적인 중국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죠?

제가 어렸을 때 다른 나라 친구들과 펜팔을 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그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펜팔을 희망하는 나라로 프랑스나 미국을 많이 적었는데 저는 중국이라고 썼어요. 그때는 수교를 하기 전이라 펜팔 친구들이 주로 조선족이나 중국아이들이었죠. 대학 1학년 때 중국에 처음 갔는데 펜팔 했던 친구 집 주소만 들고 찾아갔어요. 그렇게 시작된 중국과의 인연이 15년째예요. 올림픽 준비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섭외부터 인터뷰 일정은 저의 15년 중국 인맥을 총동원해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어요.



1997년 12월 MBC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수습딱지도 떼기 전인 입사 3개월 만에 <출발 비디오여행>의 메인진행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한 잡지에서 자신의 진행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싣자 직접 잡지사를 찾아가 “편집장님의 글은 너무 감사하지만 10년 후의 저를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성격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후 <요리보고 세계보고>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방 아나운서는 2003년 활발히 하던 방송을 접고 중국 유학길에 올라 베이징대학교대학원에서 미디어경영학을 전공했다. 최근에는 MBC 글로벌 사업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또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나운서의 꿈은 언제부터 가지셨습니까.

제가 초등학교 일기장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썼다고 하더라고요. 책 읽고 발표하는 거는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썼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요. 대학 다닐 때에는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 유학에 대한 생각을 했었어요. 바로 중국에 관한 공부였죠. 결과적으로 실행을 한 셈이 되었네요.



계획한 일은 반드시 실천에 옮기고야마는 성격이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하고, 중국으로 유학갔다 돌아오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계획했던 일은 아니에요. 제 마음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따라간 것 뿐이에요. 제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일을 하지 왜 벌써 결혼하냐’고 말렸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그것 또한 제 마음에서 가장 강하게 원하는 소리였어요. 올림픽 메인MC도 ‘나중에 올림픽 방송 위해서 유학가야지’ 해서 맡은 일도 아니었고요. 변하지 않고 제 마음의 소리를 잘 듣고 따라간 결과, 경험들이 쌓여서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방송을 떠났다가 복귀했는데, 방송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어떤지요.

방송이든 방송이 아니든 순간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지금 이렇게 만나 인터뷰하는 시간도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 마음을 다하고 있거든요. 그게 단 몇 분일지라도요.


지금 인터뷰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인사를 하시네요.

제 목표가 MBC에서 인사 제일 잘하는 사람이에요.(웃음)


개인적이든 방송일이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십니까.

우리 아들이 이제 1학년인데 많이 못 놀아줘서 더 많이 사랑해 줘야 해요. 우선 가족하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는 아나운서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제대로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능력이 온전한 제 능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나운서가 가진 언어적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주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제 스스로에게 다짐했어요.




방송을 하며 반드시 지키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 있다면요.

방송은 제 인생의 한부분이에요. 제 청춘을 담았던 시간이기도 하고요. 다들 ‘올림픽 메인 MC라 얼마나 부담이 크셨겠어요’라고 하시는데 저에게는 올림픽 메인MC나 라디오 뉴스 3분이나 똑같아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같은 마음으로 매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진심은 진짜 마음이잖아요. 진짜마음을 담으면 그게 차곡차곡 쌓여서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나 무슨 득도한 사람 같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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