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쓸쓸한 추억의 시골 공소
크리스마스가 쓸쓸한 추억의 시골 공소
  • 김철
  • 승인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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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철】시계조차 구경하기 힘든 시절이니 세월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이따금 아기울음소리만 들리던 고요한 산촌에 어느 해 아담한 공소가 들어섰다. 하얀 회벽에 양철지붕의 뾰족한 종탑이 있는 공소는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예뻤다.
때가 되면 한 번씩 울리는 장엄한 종소리는 시계의 역할을 대신하는 성스러운 소리로 들렸다. 어쩌다 한 번씩 벽안의 신부가 나타나면 마을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신기한 듯 구경하기 바빴다.

그 시절, 공소에서 신자들에게 나눠준 구호물품 가운데는 생전 처음 보는 ‘빠다’라는 것도 있었다. 나중에야 그것이 버터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튼 산촌의 공소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세월이 소리도 없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그 때의 공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축사가 들어섰다. 지나 간 여름에 찾았던 윗마을의 공소는 형체만 겨우 남아있을 뿐이었다. 문을 닫은 산 너머 마을의 공소도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행무상은 종소리와 찬송가 소리가 사라진 산촌의 공소를 보아도 느낄 수 있다. 농촌의 고령화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현상이 아니다. 마을마다 손에 꼽을 정도로 남아있는 연세 많은 몇몇 신자들을 위해 주일이면 인근 본당에서 미니버스를 동원한다. 조각품이 신자들을 반기는 화려한 건물의 본당과는 천양지차다. 더 이상 옛 모습을 찾을 길 없는 낭만의 시골 공소는 어느덧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지는 추억의 장소로 변해 이맘때가 되면 더욱 쓸쓸해진다. 세월이 화살 같다.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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