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300개 이상의 홈런을 치고도 단 한번도 홈런왕의 타이틀 홀더가 되지 못한 선수가 바로 심정수이다. 동병상련의 양준혁도 있지만 그는 93년, 96년, 98년, 2001년(LG)등 네차례나 수위타자에 올라 ‘홈런왕’ 보다도 ‘타격왕’이 어울리는 선수라 하겠다.

8월13일 현재 24개의 홈런으로 현대의 브룽바와 롯데의 이대호를 제치고 홈런더비 1위를 달리고 있는 심정수는 작년 부상과 슬럼프로 단1개의 홈런이라는 불명예를 씻기라도 하는 양 ‘서머 리그’의 슬러거로 각광을 받고 있다.

03년 현대에 있을 때 전인미답이라는 53개의 홈런을 치고도 삼성 이승엽의 벽을 뚫지 못하고 56개의 홈런으로 타이틀을 놓쳤다. 99년 31개의 홈런도 54개의 이승엽으로 좌절되었고, 02년 46개를 쳤으나 47개의 이승엽으로 또다시 고배를 마셔 2위만 세 차례 하는 불운을 기록했다.

심정수는 94년 두산베어스의 전신인 OB베어스에 고교졸업생으로 입단하여 이듬해인 95년 21개의 홈런을 날리며 강타자의 면모를 보이며 5위를 마크하며 ‘소년장사’‘헤라클레스’라는 닉네임을 달고 홈런가도를 질주하였다.

14년간 심정수가 기록한 타격성적은 2003년 0.720으로 최고 장타율과 출루율등 2개가 있을 뿐 타자의 노른자위라 할 수위타자, 홈런왕, 타점왕은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하였다.

무더운 여름철 흑서기인 7월5일부터 8월13일까지 10개의 홈런을 날려 심장사의 저력을 과시하여 03년 53개의 홈런을 치고도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한을 되씹고 있다.

심정수는 금년 4월6일 오픈게임에서 두산의 리오스에게 3회 말 투런 홈런을 날려 작년 26경기에서 단 1개만을 날린 홈런기록을 깨끗이 일소하였다.

박진만과의 랑데부 홈런을 비롯하여 연타석 홈런만 3회를 기록하여 몰아치기의 달인으로 평가받음은 물론 24개의 홈런 중 19개가 팀이 승리하는 백구의 향연을 보였다. 우리는 ‘무관의 홈런타자’인 심정수가 지닌 홈런의 꽃 ‘만루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라는 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82년부터 터진 만루 홈런은 모두 455개가 8월 13일까지 기록되었는데, 심정수가 11개로 이 부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 코치수업을 하고 있는 김기태가 9개이며, SK의 박재홍이 7개를 터트려 ‘만루 홈런’은 당분간 심정수의 수성(數城)이기도 하다.

1백년 역사의 미국은 루 게릭이 23개의 만루 홈런과 일본의 왕정치가 15개가 있어 26년의 짧은 우리나라 프로야구로서 11개는 대단한 기록인 것이다.

브룸바와 크르즈(한화)의 두 용병과 이대호, 김태균과 팀 메이트 양준혁과 벌이는 홈런경쟁은 기필코 심정수를 위한 ‘무관의 한’을 떨쳐 버리는 방망이의 불꽃으로 타올랐으면 한다.

이 글을 쓴 정종화는

잘 알려진 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연구가’이다. 그의 놀라운 ‘자료 수집력’과 그 자료를 이야기 할 때마다 등장하는 그의 놀라운 ‘기억력‘ 때문에 충무로에서 그는 <걸어 다니는 영화사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의 다른 전문분야는 바로 ‘야구’ 다. 그것도 그저 매니아 수준이 아니다. 그가 ‘야구계’ ‘월간 야구’ 의 편집장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의 인생의 5할은 영화, 나머지 5할은 야구>라고 밝히는 정종화에겐 영화만큼이나 많은 야구의 자료와 기억이 있다.

정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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