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게즈가 차린 유혈낭자한 성찬 <플래닛 테러>
로드리게즈가 차린 유혈낭자한 성찬 <플래닛 테러>
  • 유성희
  • 승인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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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와 편먹고 해낸 B급 고전영화의 재현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거친 붉은색 배경이 강렬하다. 절단된 다리에 의족 대신 기관총을 장착한 여전사의 포스도 강렬하다.

극명하게 성격을 드러내는 포스터 속 주인공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 <플래닛 테러>의 고고댄서 체리 달링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할리우드의 악동’이다. 23살에 <엘 마리아치>로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의 애칭으로 썩 잘 어울린다.

<플래닛 테러>는 악동 로드리게즈가 작정하고 만든 좀비영화다.

이미 <새벽의 황당한 저주> <황혼에서 새벽까지>로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던 그는 영화 <스파이 키드>를 제작하던 중 좀비와 호러가 복합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플래닛 테러>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이 독창적인 좀비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텍사스의 한 시골마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유포되고, 감염된 마을사람들이 좀비로 되살아난다. 클럽의 고고댄서 체리 달링(로즈 맥고완)은 댄서 일을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려던 중 좀비의 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잃는다. 다리를 치료하러 간 병원조차 좀비소굴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자 체리를 구하기 위해 옛 남자친구 엘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생존자들과 함께 좀비들을 물리치고 바이러스를 퍼뜨린 배후세력을 찾아 나서게 된다.



<플래닛 테러>에는 좀비로부터 한쪽 다리를 잃고 그 자리에 의족 대신 총을 꽂는 기상천외한 주인공을 비롯, 좀비에 맞서는 비범한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한다.

레즈비언 마취의인 아내를 좀비가 되어서도 쫓아다니는 의처증 남편, 갖은 폼을 구사하며 체리를 구하는 남자친구 엘 레이, 장인 정신 하나로 바비큐 소스의 비결만은 절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바비큐집 주인과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 기어코 소스의 비결을 받아 적는 보안관 동생,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막돼먹은 쌍둥이 베이비시터 등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독특함 혹은 강렬함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는다.

도망만 다니는 여타 좀비영화의 생존자들과 달리 당당히 맞서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좀비들과 맞서며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상황에서 달랑 용기와 배짱만 가지고 엉뚱하게 일을 처리하는 캐릭터들은 피가 튀고 유혈이 낭자하는 괴기스런 장면에서도 공포감 대신 웃음을 유발한다.

댄서생활을 하던 체리 달링이 자신의 매력 NO.1 다리를 잃고 이를 전화위복 삼아 인류를 구하는 여전사로 거듭난다는 설정에서처럼 영화는 ‘쓸모없는 재능이란 없으며 인간은 스스로 개척점을 찾을 수 있다’는 다소 교훈적이기까지 한 내용으로 마무리 된다.



‘B급 영화’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로드리게즈는 자신의 영화를 두고, 이런 말을 당부하지 않을까 싶다.

“저의 잘 차려진 밥상에 그저 수저만 들고 맛있게 감상하세요.”


1970년대 비주류 B급영화를 동시 상영하던 극장을 ‘그라인드 하우스’라고 불렀다. 절친한 사이인 ‘쿠엔티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데쓰 프루프>(2007)와 <플래닛 테러>를 각각 75분으로 만들어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동시상영 했다. 국내에서는 각각 따로 개봉하는 관계로 <플래닛 테러>는 원편에서 15분 추가된 인터내셔날 특별판으로 감상하게 된다.


유성희 기자 annfilm@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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