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았다 놓친 대어 '만다라'
다 잡았다 놓친 대어 '만다라'
  • 김갑의
  • 승인 200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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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감독이 택한 원작 결국 임권택감독에게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필자가 영화기획자로 활동하던 70년대 후반 어느날, 이장호 감독이 영화화했으면 좋겠다고 책 한 권을 권했다. 막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김성동씨의 <만다라>였다.


3년여의 공백을 깨고 감독활동 재개를 위해 신중히 작품을 고르고 있던 이장호 감독이 고른 작품이라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원작을 읽었다. 별로 재미가 없고 난해한 느낌도 들었지만, 각색만 훌륭하게 된다면 이장호 감독 특유의 부드럽고도 섬세한 연출력에 의해 색다른 감흥의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장호 감독은 각색자로 소설가 김승옥씨를 찍었고 김승옥씨는 벌써 흥분돼 있었다. 우리는 김성동씨에게 원작의 영화화권 인수 교섭을 벌였다. 그랬더니 “현대문학사에서 출판했고 매니지먼트에 관해서는 현대문학의 주간인 이근배씨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근배씨와 만나 협의를 끝내고 원작구입에 관한 품의서를 올렸더니 사장은 중들 얘기가 무슨 흥행이 되겠냐는 냉담한 반응과 함께 무슨 원작료가 4백만원씩이나 되냐며 호통을 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원작료 4백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온갖 힘을 다해 사장을 설득해보았지만 대답은 여전히 노!였다.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장호 감독과 김승옥씨에게도 망신스러웠지만, 큰 소리 땅땅 치고 곧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한 이근배씨에겐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 우리팀 외에 다른 사람들과는 작품매매에 관한 협의를 일절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고 왔는데. 화가 난 이장호 감독은 “좋은 작품을 갖다 줘도 못하는 회사 당장 때려치우라!”며 분을 삼키지 못했다.





고심 끝에 화천공사에 있는 기획자 황기성씨에게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뜻밖에도 “마침 잘됐다. 우리도 막 작품 검토를 끝내고 <만다라>를 영화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장 넘겨 달라”며 반색했다. 결국 <만다라>는 곧바로 화천공사에 넘겨져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완성된 <만다라>는 그해 흥행 랭킹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지금까지도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걸작이 됐다.


잘 나가는 <만다라>를 보면서 속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아찔한 건 그해 대종상에서였다. 우리 측은 최하원 감독의 <초대받은 사람들>(1981)을 출품했는데 <만다라>와 끝까지 경합하게 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한 표 차이로 <초대받은 사람들>이 최우수작품상을, <만다라>가 우수작품상을 받긴 했지만, 놓친 기획이 얼마나 무서운 상대로 변하는가 뼈아프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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