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득이’ 미스터리-재미있는 장면은 다 있는데 왜 원작보다 재미가 덜할까?
영화 ‘완득이’ 미스터리-재미있는 장면은 다 있는데 왜 원작보다 재미가 덜할까?
  • 김다인
  • 승인 2011.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365 김다인】소설 ‘완득이’는 재미있다. 영화 ‘완득이’는 더 재미있을 것이다-영화 ‘완득이’를 보러 간 이유다.

주말 예매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흥행작이라 해서 주초 화요일 첫 상영시각에 맞춰 극장엘 갔다. 뻘쭘한 시간 치고는 관객들이 꽤 많아 영화의 인기도를 증명하고 있었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영화 시작을 기다렸다. 인기작이니만큼 광고가 수없이 붙어있는데, 그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완득이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소설 ‘완득이’는 완전 재미있었다. 실소와 폭소를 반복하며 게눈 감추듯 읽어치웠다.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소설을 보고 웃은 이후 소설을 보고 웃은 건 처음이었다. 그후 한참 있다가 우연히 다시 책을 보게 됐는데, 그때도 낄낄 하하거리며 읽었다. 이 정도였으면 영화 ‘완득이’에 대해 기대를 걸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캬바레에서 춤을 추는 완득 부친이 등장하며 영하는 시작됐다. 그리고 2시간 정도를 성실하게 달렸다. 여기서 성실하다는 것은 소설 속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빠짐없이 영화로 구현됐다는 뜻이다. ‘똥주’선생 역을 맡은 김윤석은 언제나 입었던 몸에 꼭 맞는 옷을 다시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등 굽은 완득 부친과 필리핀인 완득 모친 연기도 좋았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어 했던 동네아저씨 역에 김상호를 캐스팅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도완득에 유아인을 내세운 것도 신선했다.

그런데 왜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나는 왜 한번도 크게 웃지를 못했을까. 중간중간 똥주선생 대사와 행동에 피식 웃었을 뿐이고 필리핀 엄마와 완득이가 난생 처음 서로를 아는 장면에서는 의외로 코끝이 찡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러 아침에 서둘러 집을 나왔을 다른 관객들 사정도 비슷했다. 삼십명 정도가 앉아서 보는데 큰 소리로 웃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왜 영화 ‘완득이’는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았을까. 내가 얻은 답은 영화가 원작에 성실하기는 했으나 원작의 행간을 영상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설 ‘완득이’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대사,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영화는 그 상황을 잘 묘사했고 등장인물들도 캐릭터 캐스팅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나열만으로 끝났다.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원작의 행간을 영상으로 옮겨 에너지화했어야 했다. 그 행간이란 어떤 에피소드가 일어났을 때 완득의 몸짓, 표정, 언어일 수도 있고 옆집 아저씨를 어떻게 등장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다. 또는 연기자간의 화학작용일 수도 있다.

영화는 원작의 재미있는 부분을 한마디도 안 바꾸고 영상으로 옮겼지만 영화를 에스컬레이트하는 힘, 기승전결의 구조로 끌고 올라가는 힘이 약했다. 안성맞춤인 캐스팅을 해놓은 것으로 만족한 듯 연기자들간의 화학작용도 별로 주문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영화 전반부에 완득이와 똥주선생은 더욱 가열차게 붙었어야 했다. 일례로 완득이가 교회 가는 이유는 똥주선생 죽게 해달라고 빌기 위해서였는데 원작에서 봤던 것만큼의 절절함, 그래서 더 웃기는 기도는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완득이는 양아치스러운 불량함보다는 귀엽고 ‘고급스러운’(?) 불량함을 연기한다. 등 굽은 아버지를 둔 산동네 아이이기보다는 강남에 사는 부티나는 불량아쯤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언뜻언뜻 비치는 표정에서 완득이가 몸에 잘 맞는 옷처럼 보일 여지가 많은 연기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만 보였다는 것은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연기자에게 어떤 주문을 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웃집 아저씨의 등장도 소설보다 약하다. 사실 원작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이 이웃집 아저씨의 씨부렁거리는 소리였다. 똥주와 완득이를 향해 욕도 하고 화도 내고 마침내는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궁금해 귀를 쫑긋 세우고 참견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대사는 원작의 백미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아쉬웠다. 좋은 재료를 제대로 버무리지 못해 제맛을 내지 못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원작만큼 그대로 몫을 해낸 것은 똥주 김윤석이고, 원작 이상의 몫을 해낸 것은 완득의 필리핀 모친이다. 특히 필리핀 엄마와의 만남은 원작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했다.

사실, 영화와 소설은 엄연히 다른 것이어서 원작을 잣대로 영화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설 ‘완득이’ 재미있기 때문에 영화 ‘완득이’는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오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영화 ‘완득이’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걸까, 그렇기를 바랄 뿐이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김다인
김다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