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넘보는 맨유의 숨은 공신 판 데르 사르
챔피언스리그 넘보는 맨유의 숨은 공신 판 데르 사르
  • 이근형
  • 승인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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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지 않는 플레이, 눈에 띄는 결과물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07/08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까다로운’ 클럽 FC바르셀로나를 맞이했다. 비록 최근의 바르셀로나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는 있었지만 함부로 생각할 팀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맨유가 전통을 지니고 있는 클럽이라면 바르셀로나도 이에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국제무대에서의 성적과 내실을 놓고 봤을 때 맨유 이상의 수준을 지닌 구단이라 할 수 있었다. 누캄프에서 펼쳐진 이들의 4강 1차전에서 세계 축구의 최상위권에 군림하는 ‘독점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마저 그토록 고전하지 않았는가.



1차전에서 맨유는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전이 열리는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하지만 자세히 내막을 살펴보면 평소보다 적은 유효 슈팅과 물방망이 같은 공격력으로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1,2차전 두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역시 맨유와 비교해서 우월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었다. 홈 경기장인 누캄프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이익을 봤다지만 맨유의 홈인 올드트래포드에서의 2차전에서는 리오넬 메시 외에 공격진에서의 이렇다 할 활약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2차전에서 맨유의 폴 스콜스는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결정적 실수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 승리의 금자탑을 자신의 팀으로 옮겨놓았다. 하지만 골이 터진 이전의 시점과 바르셀로나의 총공세가 이어졌던 골 이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바르셀로나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가까스로 따돌릴 수 있었던 데에는 골키퍼 판 데르 사르의 활약을 간과할 수 없었다. 판 데르 사르가 바르셀로나와의 두 차례 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과연 맨유 수뇌부 및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05/06 시즌 직전 골키퍼 보강에 힘썼던 것이 적중했음을 의미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왕좌에 있다가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앙리가 부상 및 리그 적응 실패로 허우적대고, 믿었던 호나우지뉴가 부진의 늪에 빠져있을 때 바르셀로나를 이끄는 선수는 리오넬 메시였다. 그는 과연 바르셀로나의 얼굴답게 철벽 수비로 각광받고 있는 맨유의 수비 라인을 마구 뒤흔들면서 적잖은 유효 슈팅을 날렸다. 특히 올드 트래포드 구장 맨유 진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2차전에서의 움직임은 가히 최고였다. 이런 놀라운 플레이의 메시도 결국 맨유의 골문을 가르지는 못했다. 2m에 육박하는(1m 97) 거구와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판 데르 사르(37세)가 손바닥이 아프도록 메시의 슈팅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명문 클럽의 고민을 단번에 해소시킨 판 데르 사르

맨유는 덴마크 출신의 전설적 골키퍼 페테르 슈마이켈 이후로 대략 5~7년은 족히 골문을 맡아줄 수 있는 세계적인 수문장을 절실히 원했다. 그렇기에 지난 2000년 AS 모나코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던 '98프랑스월드컵 야신상의 주인공 파비앵 바르테즈를 영입했던 것이다. 바르테즈는 이후 약 4시즌 동안 맨유의 안방을 지키며 선방했으나 번번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맨유 수뇌부의 기대치에 벗어났다. 특히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낮고 빠른 슈팅에 약했는데, 이는 02/03 시즌 맨유가 프리미어쉽 왕좌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내친 이유이기도 했다. 바르테즈가 팀을 떠난 후 백업 골키퍼였던 로이 캐롤(현 더비 카운티)과 2003년 MLS 뉴욕/뉴저지 메트로스타스에서 영입한 팀 하워드(현 에버턴)가 맨유의 안방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04/05 시즌까지 두 시즌 가량 번갈아가면서 맨유의 골문을 지켰던 두 선수의 역량은 맨유라는 거대한 모함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수비력 면에서 나름대로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맨유였지만 단 하나, 골문에서의 구멍 때문에 수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로이 캐롤과 팀 하워드는 분명 프리미어리그에서 상위클래스에 속하는 골키퍼들이었지만 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리그, 각종 컵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바라는 맨유에게는 성이 안차는 플레이어들이었다. 04/05 챔피언스리그 맨유와 AC 밀란의 16강전은 ‘좀 더 노련한 골키퍼가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온 대표적인 경기였다.



맨유는 05/06 시즌을 앞두고 팀의 경기력에 걸맞는 골키퍼 물색에 나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풀럼에서 01년부터 05년까지 활약했던 네덜란드 넘버원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였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 A 명문 유벤투스의 안방을 지킨 적이 있는 판 데르 사르는 유벤투스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출신 등번호 1번 골키퍼였다. 또한 그보다 훨씬 이전 94/95 챔피언스리그 아약스 우승의 일등 공신이자,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대표 팀에서 절대적으로 신임을 받는 선수였다. 이렇듯 판 데르 사르가 맨유의 안방을 지키는 데에 그의 경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록 팀은 다른 클럽들의 먹잇감이었다지만 풀럼 시절 그의 경기력은 크레이븐 커티지(풀럼 홈 구장)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풀럼의 수비진이 워낙 엉망이라서 판 데르 사르가 아무리 신기를 발휘한다 해도 10개의 슈팅 중에 대략 6~7개가 골문으로 들어가는 형국이었음에도, 결정적인 순간 그의 노련한 움직임이 풀럼을 살려내곤 했다. 판 데르 사르는 리그에서 날고 긴다하는, 골 냄새 잘 맡는 스트라이커들에게 유난히 강했는데, 맨유의 판 니스텔로이(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격돌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이력 등은 놀라움으로 남아있다.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맨유 수뇌부의 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다른 걸 떠나 그의 실력이 맨유라는 거대 클럽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축구 평론가들은 최근 맨유의 호성적을 분석할 때 판 데르 사르의 합류로 인해 강화된 수비력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일례로 2007년 9월에 열린 07/08 프리미어리그 버밍엄 시티와의 경기에서 판 데르 사르는 발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골문을 잠시 비운 적이 있는데 그것은 퍼거슨을 비롯한 맨유 전체를 가슴 철렁하게 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맨체스터 지역 언론들은 그의 전력 공백에 대해 심히 우려를 나타냈으며, 맨유가 수비력 면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맨유는 '빅 이어'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올시즌 '트레블'의 꿈을 접은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과 함께 '더블 크라운'을 눈앞에 두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상대는 강적 리버풀을 꺾고 올라온 첼시다. 맨유는 최근 열린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와의 경기에서 스탬포드 브릿지의 저주를 이기지 못하고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맨유가 믿을 것이라고는 웨인 루니 외에 주전과 백업 모두 양호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자원의 풍족함'을 들 수 있다.



맨유는 결코 첼시보다 우월한 경기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첼시는 아브람 그랜트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휘탑의 붕괴니 뭐니 하며 잡음이 많았지만, 결국 맨유와 마찬가지로 '더블 크라운'을 노리는 위치에까지 당당히 올랐다. 램퍼드를 위시하여 드록바, 발락, 조콜 등 팀의 공격력이 절정에 다다른 첼시의 예봉과 호날두와 루니, 박지성 등의 젊은 피와 노장들이 조화를 이룬 맨유가 붙을 때 이번 결승전은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호각지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맨유에게는 눈에 잘 띄지 않으나 전력 면에서 분명 눈에 띄는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넘버원 골키퍼 판 데르 사르가 있다. 판 데르 사르는 앞서 언급했듯 이미 94/95시즌 아약스 골문을 지키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에게는 무려 13년 전의 기억이지만 이번 결승전이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무관한 대개의 맨유 선수들에게 라커룸에서 좋은 경험담으로 전해질 것이다. 어느새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 이상으로 맨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에드윈 판 데르 사르. 그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영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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