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배우 차승원이 12년 만에 장기인 코미디로 돌아온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코미디보다 휴먼 감동 코드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코미디 맛집'이라고 전면에 내세운 웃음 코드는 주변에 있다면 찾아갈 만한 '동네 맛집'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후반부 영화의 진정성 가득한 감동 코드는 상업 영화에선 보기 힘든 '전국구 맛집'이라고 칭할 만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칼국수 가게에서 칼국수를 팔면서 손님들에게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고 말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철수'(차승원)와 그의 숨겨진 딸 '샛별'의 이야기를 그린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한 채 시도 때도 없이 팔근육을 자랑하는 '철수'는 후천적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철수' 앞에 어느 날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이 나타난다.
이 영화는 그동안 차승원이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보여준 코믹함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완성한 캐릭터 '철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장, 표정, 대사, 몸짓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코미디로 휘감은 차승원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캐릭터의 설정도 30년 차 배우의 내공을 발휘하며 적절한 웃음으로 포장한다.
극 초반엔 웃음 할당제가 있는 것처럼 쉬지 않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코믹함으로 관객을 몰아치지만 새로운 맛은 없다. 특히 배우 박해준, 전혜빈, 안길강, 조한철 등 양념처럼 등장하는 '철수'의 주변인들도 저마다 웃음 포인트를 담당하는 데다, 강약조절 없는 음악까지 더해질 땐 산만한 느낌을 줘 '과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모두가 아는 '코미디 맛'에 물릴 때쯤, 부녀의 또 다른 과거가 밝혀지며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방향을 튼다. 시원한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지점이지만, 시끌벅적 코미디를 벗어나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확장해가며 이 영화만이 가진 특별함이 드러난다.
영화는 지적장애를 가진 '철수', 백혈병을 앓는 '샛별'의 모습과 사연을 희화화하지도 신파적 요소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신파를 덜어내고 이들의 상황을 덤덤하게 보여주며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본격적으로 부성애를 다루는 캐릭터는 처음인 차승원과 딸 '샛별'로 등장하는 배우 엄채영의 훌륭한 연기 호흡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한몫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가 끝난 후 느껴지는 행복한 여운에서 상업성과 진정성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한듯한 감독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 뭉클함을 더한다.
연출을 맡은 이계벽 감독은 "우리 주변에 여러 상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했고, 관객들이 그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면 좋겠다"며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가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2세 관람가. 오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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