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에 울고 웃는 문화계 "악화된 한일관계 고려 VS 문화 교류 중요"
일본 불매 운동에 울고 웃는 문화계 "악화된 한일관계 고려 VS 문화 교류 중요"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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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여파 문화계 확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의식...영화 개봉·음반 발매 연기
-"일본 영화 NO" VS "순수 민간 문화교류"
-개봉 앞둔 항일영화 '주전장' '봉오동 전투' '김복동' 높은 관심 이어져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컷/사진=쇼박스
영화 '봉오동 전투' 스틸컷/사진=쇼박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시작된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문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일본 관련 영화나 공연의 개봉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국립극단은 친일 연극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기획했던 연극 '빙화'의 공연 취소를 발표했다.

국립극단 측은 "비판적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심려에 공감해 기획 의도를 참작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현시점에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빙화'는 1940년대 발표된 임선규의 작품으로, 1937년 9월 소련에 의해 연해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일제강점기 연극 통제 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 요소를 담고 있다. 

또 14일 개봉 예정이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개봉 일을 무기한 연기했고, 일본 걸그룹 AKB48 출신이자 지난해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에 출연한 가수 타케우치 미유는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과 손잡고 준비 중이던 한국 데뷔를 미뤘다. 

방학 시즌마다 극장가에서 마니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도 올 여름엔 힘을 못 쓰고 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은 개봉 3주 차인 5일까지 21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전작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이 개봉 일주일 만에 31만 관객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포스터/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 포스터/사진=리틀빅픽처스

오는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개봉을 앞둔 영화 '안녕, 티라노' 측은 왜색 지우기에 나섰다. 영화는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를 만든 일본의 테즈카 프로덕션이 제작, 극장판 '명탐정 코난'의 시즈노 코분 감독이 연출을,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 감독을 맡았다.

강상욱 '안녕, 티라노'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영화사가 기획·개발·투자를 맡은 '한국 영화'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이슈와 문화적 소비는 구분돼야 한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국적이 있어도 영화에는 국경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영화 상영으로 논란을 빚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도 순수 민간 문화교류로 봐달라"며 예정대로 상영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7편의 일본 관련 영화가 상영작에 포함되자 제천시의회는 앞서 '일본의 백색국가 조치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일본 영화 상영 취소를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영화제 조직위원인장인 이상천 제천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정치적 내용과는 무관한 지극히 '순수 예술'의 작품들이다. 이들 영화인들이나 작품까지 보이콧하는 것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민간 문화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중한 부분이다. 세계 순수 예술의 흐름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주전장' 포스터/사진=㈜시네마달
영화 '주전장' 포스터/사진=㈜시네마달

반면 ‘보이콧 재팬’ 운동으로 항일 투쟁을 담은 영화들은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감독의 시선에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은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며 개봉 1주일 만에 1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개봉 3주 차에도 꾸준히 관객과 만나며 곧 2만 관객 돌파도 앞두고 있다.

이어 7일 일제강점기 독립군 승리의 역사를 다룬 '봉오동 전투'에 이어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주연의 '봉오동 전투'는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6일 오후 6시 이후 '엑시트' '사자' 등을 제치고 예매율 상위권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원신연 감독과 주연배우 유해진은 개봉 시기와 맞물린 정치적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애국심 마케팅에 기대기보단 관객들에게 영화가 전달하는 진정성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원 감독은 "시나리오부터 시작해서 기획된 게 벌써 5~6년이 넘었다. 당시에는 현실이 이렇게 변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만 일제강점기가 피해의 역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었다. 꼭 보여주고 싶었던 시작지점을 유심히 봐주시면 더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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