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서막 장식할 연극 '집나간 아빠'
가을의 서막 장식할 연극 '집나간 아빠'
  • 서영석
  • 승인 20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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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현장 배우들의 땀 냄새는 향기롭다

연극 '집 나간 아빠' 출연진들/인터뷰365

【인터뷰365 서영석 칼럼니스트】너무도 더웠던 여름, 연극 '집나간 아빠' 출연배우들은 연습실에서 폭염을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뜨거운 연습 열기로 이겨냈다.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에는 많은 공연관계자들의 노고가 필요하지만 특히 연극은 '배우예술'이기에 배우들의 고생이 가장 면전에 드러난다.

계절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을 보이며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에 막이 오를 잔잔한 감동의 작품 연습현장을 찾아 출연 배우들을 만났다.

연극 '집 나간 아빠' 출연진들의 연습 현장/인터뷰365

9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집나간 아빠'의 마지막 연습무대는 열정의 땀 냄새가 자욱했다. 양지월 작/연출에 출연 배우는 최인숙, 정아미, 김수림, 양승걸, 정란희, 윤도원, 이창로, 조유정, 조은아, 김리원 등 10명.

근 3여년 연극무대는 엄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성황을 이루었다.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3일' 등의 공연 작품들은 스타 캐스팅이란 호재도 있었지만 '엄마'의 거룩한 바람을 타고 관객 동원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제는 아빠가 등장했다. '극단 리듬 앤 씨어터'가 아빠를 주제로 감동의 파고를 일으킬 새로운 카드를 내민 것인데 극은 서울의 변두리의 쪽방촌에서 벌어진다.

가난에 몰려 쪽방촌에 몰려든 남녀는 각자의 아픔을 내면에 지닌 채 살아간다. 엄마와 나이들은 딸, 약장수로 살아가는 아빠와 어린 딸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전개되다가 때로는 폭풍처럼 가슴을 때리기도 한다.

작가 겸 연출, 제작에 배우까지 4역을 맡은 양지월(양승걸의 필명)은 처음에 작품을 2인극으로 구상 했으나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무리라고 판단해 10여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무대로 공연 규모와 스케일을 확장시켰다. 작품의 구심점이 되는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내기에 두 명의 배우로 감당할 수 없는 드라마 구성이 필요했던 탓이다.

가난으로 어린 딸을 보호소에 맡겨야 하는 아픔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도 딸의 대사를 나레이션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감동의 비중을 감안해 오디션을 통해 아역배우 김리원을 발굴해 출연진에 합류시켰다.

아버지의 이야기이지만 그 아픔을 받아내고 갈등하는 인물이 엄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 또 그 틈 사이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딸의 역할도 돋보이는 배역이다.

배우 양승걸과 아역배우 김리원/인터뷰365

"연륜으로 젊지 않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아직 젊다"

작품을 소개하는 공연 리플렛의 타이틀 '무명 연극배우의 30주년을 기념하는…'에서 예고하듯 배우 양승걸은 노련한 연극무대 인생이지만 그의 이번 작품에 대한 집념은 비장하다. 표정과 감정이 살아날 때까지 반복 연습을 요구하는 연습 현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처음 연극을 시작하는 사람이 최선의 기량을 보여주려는 긴장감을 읽게 했다.

양승걸은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중의 한사람이다. 이제는 영화나 방송 등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철저히 무대를 고집해온 배우이기도 한다.

자신의 무대 경험 30년을 자축하고자 대본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해내고 있다.

1987년 대학로 샘터파랑새 극장에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생활 30년을 맞이했다. 약 80여 편의 출연작품 중 1996년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카스파'를 가장 잊지 못하고 있다.

연극 '집 나간 아빠'에 출연하는 양승걸, 정아미, 김리원, 김수림(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인터뷰365

또 이 작품에서 엄마 역을 맡은 정아미 역시 연극무대에서 선전수전 다 겪은 원로급 연기예술인이다. 1983년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1학년 때 '환도와 리스'로 데뷔해 역시 방송이나 영화보다는 연극을 고집하며 대학로의 배우로 살아온 그녀도 이젠 할머니가 되었다.

무대에 바친 35년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은 아무것도 없지만 후회하지 않고 만족한 인생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번 작품에 공연한 양승걸과 문화동아리 '맛·술(맛있는 예술)'의 멤버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닥칠 노인문제, 고독사, 가족극이라는 테마에 호의를 느껴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단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경제적 빈곤으로 대학로를 포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가장 가슴이 아프다. 배우는 배가 고파야…, 배우가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린다면 아마 국민 모두가 연극배우 하려하지 않을까요?"

얼굴에 그늘이 없는 해맑은 미소가 아름답다.

또 '집나간 아빠'에서 노처녀 딸 역을 맡은 김수림은 예쁘장한 외모에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서울예대에서 영화연기를 전공했고 사업과 결혼으로 공백기가 많았지만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특히 단군신화를 재조명한 공연 '어둠 아기 빛 아기'에서는 자신의 불행했던 성장과정과 흡사한 역을 맡아 울면서 공연을 했다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혼자서 자식 둘을 키우는 박복한 여자의 삶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열심히 배역에 빠져들고 있다는 고백이다.

'집 나간 아빠'에서 눈여겨 볼 또 한명의 배우, 김리원.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다. 초랑초랑한 눈매에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오디션을 통과한 비결이 연기에 대한 각오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소감도 나이답지 않게 성숙감을 느끼게 한다.

"나 자신을 알고 싶고, 나에 대한 고정관념을 새롭게 알고 싶어 무대를 찾게 되었어요. 이 공연을 계기로 친구들이 저를 연기자로 알아 봐줬으면 좋겠어요."

'집나간 아빠'는 이 시대의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인들 문제, 고독사,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외된 저변사회의 불행을 감동적으로 끌어낸 작품이다.

어찌 보면 우울할 것 같은 소재이지만 양승걸 특유의 핸드링으로 결코 어둡지 않고 재미있고 따뜻하게 풀어나간다. 상투적 테마와 상업연극이 만연한 대학로에서 객석에 잔잔한 감동의 예술성 순수 연극 작품으로 막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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