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는 손현주, 영화와 ‘숨바꼭질’ 끝냈다
방송하는 손현주, 영화와 ‘숨바꼭질’ 끝냈다
  • 이희승
  • 승인 201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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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기 인생은 언제나 다윗이었고 언제나 새우등이었다”

【인터뷰365 이희승】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영화 ‘숨바꼭질’은 누군가 내 집에 들어와 몰래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집주인이 직장에 가고 시장에 간 사이에만 나와 활동한다. 실제로 일본과 유럽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실화다. 이상하게 음식이 없어지고, 동전이 사라진 걸 수상하게 여겨 집안에 설치한 CCTV를 통해 발각(?)된 사건이다.
이 기막힌 일은 어쩌면 주연배우인 손현주와 묘하게 비슷하다. 스스로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소시민적 캐릭터만 해왔다’고 밝힌 그는 여러 장르의 작품에서 평범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래서 더욱 손현주를 친근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손현주의 첫 주연작’이라고 소개되는 영화 ‘숨바꼭질’은 스릴러 장르로는 최단 기간 100만 관객 돌파, 개봉 일주일도 안 되어서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드라마 ‘추적자’ 이후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던 그를 구해준 영화기도 하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빡빡한 스케줄 탓에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야 마주앉은 손현주는 “이제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잘 보고 있다.
재벌 드라마는 처음 해봐서 어렵다. 일단 대사가 입에 안 붙는다. 1200만 달러, 10억 달러 내놔라는 식의 대사들인데, 촬영 끝나고 꼭 한국 돈으로 얼마냐고 물어본다.(웃음)


영화도 대박이다.
내 힘은 아니고,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힘이다. 특히 무대인사에 함께 하지 못했던 여러 배우들 덕이 크다. 올 여름 얼마나 덩어리 큰 영화들이 많았나. 역시 시나리오가 알차면 영화는 잘 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니 삭제된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극중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중간 중간 끊기는 것 같다.
극중 문정희가 연기한 캐릭터의 주변 사연과 형제의 이야기 등이 편집됐다. 긴장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편집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긴장감 때문에 몇 번에 나눠 봤다. 개봉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먼저 했지만 시나리오로 만난 건 ‘숨바꼭질’이 먼저였다. 주로 새벽에 시나리오를 많이 보는데 보는 내내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나고 무서웠다.


배우들은 시나리오가 한 번에 쭉 읽히지 않으면 안하던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렇게 무서운 건 처음이었다. 내가 맡은 성수 캐릭터에 저절로 몰입이 되더라. 긴장감 때문에 나눠 읽으면서도 궁금하니까 자꾸 손이 갔다. 일단 시나리오를 집필한 사람이 직접 감독을 한다니까 믿음이 갔다. 허정 감독은 초시계를 항상 가지고 다녔는데 그게 무척 도움이 됐다.


심리 스릴러 장르는 처음 출연한 걸로 알고 있다.
사는 것에 대한 불안 공포를 잘 다루고 있어서 참여했지만 역시나 무척 힘들었다. 처음엔 ‘어? 이럴 수가 있나?’ 했다가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연기했다. ‘숨바꼭질’을 보러 오는 관객들도 불안하니까 보게 되는 것 같다. 관객들도 일반생활에서의 공포를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으니까.


아파트 공포랄까, 사는 집에 대한 심리를 잘 다룬 것 같다.
집안 내부는 세트장에서 거의 대부분 찍었다. 제작비가 거기에 다 들어갔다고 들었다.(웃음) 영화 초반에 나오는 허름한 아파트는 예전에 연예인 아파트라고 불렸던 곳이었다. 이주일씨부터 백일섭 선배님까지 살았던 고가의 아파트였다. 영화에서는 피폐하게 나왔지만 현장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촬영 내내 함께 즐거웠던 ‘숨바꼭질’의 문정희, 전미선.(사진 왼쪽) 그리고 늘 초시계를 가지고 다녔던 허정 감독.(사진 오른쪽)


다들 현장에서의 손현주를 칭찬하더라.
초반엔 내 분량 위주였다. 세트장에 혼자 있으니까 꼭 연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상대배우들 만나는 게 너무 반가웠다. 현장에서 말썽 피우는 배우들도 없었다.(웃음) 우리끼리 나오라는 시간보다 1시간 전에 도착해 있자고 약속했고 실제로도 다들 그랬다. 회차에 맞게 찍자고 의기투합했거든. 현장이 지체되면 스태프들까지 60명 이상의 밥값만 해도 얼만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공포감이 있나.
시간에 맞춰야 하는 공포. 20년 이상을 항상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그걸 맞추기 위해 일어나는 시간까지의 공포감은 말할 수 없다. 시간을 촉박하게 잡는 게 너무 싫어서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는 늘 암묵적인 룰이 있다. 최소 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하자는 약속. 다행히 깨진 적은 없다.


시나리오상 30대가 주인공인데 감독이 ‘추적자’에서의 연기를 보고 40대로 바꿨다고 들었다.
맡게 돼서 다행인 거네.(웃음) 감독과 김미희 대표를 캐스팅 전에 만난 적이 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정한 상태였는데 나를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해서 만났다. 나를 왜 ‘숨바꼭질’에 캐스팅하려는지가 궁금했다. 그렇게 두 번 더 만나고 한다고 했다. 대신 조건은 있었다. 예산이나 연출력, 작품성에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우리끼리 만들어 보자는 거였다. 영화 내용이 요즘 사회에 맞는 코드가 있다는 자신감은 살짝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건가.
집은 속옷 바람으로 다녀도 편한 곳이다. 내 가족이 있고 쉼터인 곳이지만 어느 순간 누가 볼까봐 커튼을 내리게 된다. 요즘 아파트를 고를 때 뷰를 얼마나 따지나. 하지만 결국엔 문을 닫고 산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공포감은 대단한 거다. 결국 뷰가 좋은 곳에 살더라도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사는 거지.


정신적인 결벽증을 가진 역할을 연기하는 건 어땠나. 손을 씻다가 피가 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 신은 촬영하면서 얘길 많이 나눴다. 감독이 해외 영화에서 관련 영상을 구해서 보여줬는데 방해가 될까봐 딱 한 편만 봤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세세하게 (손톱을 비비는 시늉을 하며) 닦고 싶어 브러쉬를 구해 달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보면 꼭 그런 친구들 있잖나. 어디에 닿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예민하게 구는 타입. 실제로 그 장면을 찍으면서 손이 많이 까졌다.


가족들 중 ‘숨바꼭질’을 본 사람이 있나.
(표정이 밝아지며) 중3 딸이 봤다. 영화를 본 후 “아빠 이렇게 무서운 영화라고 왜 말 안해줬냐”고 따지더라. 귀신은 안 나온다는 정보만 주고 다른 얘기는 일체 안했다. 몇 명이 봤냐고 했더니 4명이 같이 봤는데 너무 무서워 못 본 장면이 있대서 돈 줄 테니 다시 한번 봐달라고 했다. 뒤에 완성도가 어쩌고저쩌고 해서 “아버지가 4개월 넘게 찍었는데 영화는 영화로만 봐줘라”고 부탁했다.
드라마 대본을 연습할 경우에는 딸이 많이 도움을 준다. 대사를 맞춰달라고 하고 괜히 감정 넣고 읽으면 “그냥 읽어”라고 말한다. 딸이 모니터를 많이 해준다.


딸의 꿈이 연기자인가.
의외로 둘째인 아들이 욕심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연기 하고 싶다더라. ‘네가 연기가 뭔자 알아? 했더니 그래도 꿈이라고 하니까.(웃음) 나는 어디 가서도 가족에 대해선 얘기 안하는 편이라 아들의 이런 반응이 굉장히 놀라웠다. 연기자를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니까 좀 더 크고 나서도 꿈이 그대로면 다시 얘길 하라고 했다. 어떤 일을 해도 고생스럽지만 연기는 더 힘들다고 말해줬다.


요즘 드라마에서 재벌 역할을 하느라 ‘힘이 들어가 있는’ 손현주이지만 그의 전공은 ‘소시민’ 연기다.


요 근래에는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았다.
듣고 보니 그렇네. 밝은 역할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황금의 제국’이 끝나면 좀 더 가벼운 걸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긴 했다. 이왕이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


의외로 사극도 많이 하지 않았다.
90년대 ‘삼국기’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너무 고생을 했다. 그때는 신인이어서 부르면 나가야 했는데, 가기만 하면 3만원을 주니까 그 재미가 쏠쏠했다. 대관령 문경 돌아다니며 찍는데 노하우가 없으니 너무 고생인 거다. 예를 들면 안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안 춥고, 어떻게 하면 손만 나오고 그런 것들. 한번은 말고삐를 쥐고만 있는 신이었는데 얼굴이 나오면 안 된대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얼굴을 가까이 대는 바람에 말이 놀라서 내 발을 밟아 발톱이 빠진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사극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러브콜은 많이 왔는데 그때의 그 설움과 아픔이 잊히질 않더라.(웃음)


그러고 보니 사극 코미디를 한 작품이 생각난다. 몇 년 전 ‘강철본색’ 4부작짜리.
그때 카메오인데 왕 역할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 나도 용포를 입어보자’는 생각에 들어갔는데...속았다. 생각해 봐라. 무슨 카메오가 4부까지 계속 나와.(웃음) 그래도 대 선배님들은 대신들로 나오는 바람에 찬 바닥에 앉아있고, 나는 위에 의자에 앉아서 내려다보니 그런 재미는 있더라. 슛 들어가기 전에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막상 카메라가 들어가면 호통치고 그랬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 밑에 앉아있는 선배가 된 셈이다. 요즘 후배들 중 눈여겨보는 친구가 있다면 알려달라.
예전엔 이희준이었다. 인터뷰 기회가 있으면 항상 말했는데 역시나 잘됐다. ‘직장의 신’에서 얼마나 잘 나왔나. 지금은 ‘최고다 이순신’의 정우를 눈여겨본다. 그 친구 연기 괜찮더라. ‘황금의 제국’에서는 일찍 죽었지만 내 동생으로 나왔던 친구가 있다. 김형규라고. 극중 사촌형으로 나오는 엄효섭도 괜찮고.


공통점이라면 모두 연극에서 다져진 인물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연기력은 갖춘 느낌이랄까.
(핸드폰을 보여주며) 수많은 배우들 연락처를 가지고 다니다가 현장에서 필요할 때 추천을 한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깔아둔다’라고 표현하는데, 감독 회의나 필요한 배우가 있을 때 ‘이런 사람들이 있다. 만나봐라’고 소개해준다. 의외로 연극배우들이 이쪽으로 건너오기 위한 오디션 정보를 거의 접하질 못한다. 이번 ‘숨바꼭질’도 몇 명 추천했고, 실제 너무 잘해 줬다.


요즘도 대학로에 자주 간다고 들었다.
물론이다. 내 고향은 무대니까. 지금도 스케줄이 없으면 극장에서 연극 보고, 그 친구들이 하는 포장마차도 가고 길가다가도 만나고 안부 묻고 그런다. 그런 게 사는 거지.


예전에는 연극하다 공중파로 나가면 배신자라고 했다고 들었다.
1980년대에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있던 극단이 ‘미추’였는데 그 당시만해도 TV로 넘어가면 변절자란 소릴 듣곤 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연극무대에는 이런 것도 되고 저런 것도 되는, 준비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들을 해주니 더 탄탄해지는 건데 누가 마다하겠나. 소속사에서는 싫어한다. 우리 배우도 있는데 왜 그러느냐고. 연극 쪽 사람들 소개한 지는 오래됐다. 진주 같은 배우들이 있는데 빛나게 해줘야 하지 않나.


영화 ‘펀치 레이디’에서도 주연급이었는데 ‘숨바꼭질’을 첫 주연작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떴다는 걸 직접 느끼나.
‘펀치 레이디’가 망해서일 거다. 처음 말하지만, ‘숨바꼭질’을 찍으면서 큰 두려움과 불안이 있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방송하는 손현주가 영화에 와서 망쳤다’는 소리는 정말 듣기 싫었다. 내 연기 인생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말하면 언제나 다윗의 입장이었고, 고래와 새우등의 싸움에서 새우등의 입장이었다. 그 불안과 압박이 좀 심했겠나.


그런 티가 전혀 안 난다.
소수의 지인들에게는 정말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제작비 25억이면 어마어마한 액수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투자를 했고, 나를 믿고 캐스팅했으니 본전은 건지게 하고 싶었다. 다행히 첫 주 만에 제작비를 회수해서 마음은 편한 상태다.


손현주의 핸드폰에는 수많은 후배 연극배우 연락처가 있다. 언제든 현장에서 필요로 할 때 ‘추천’하기 위해서다.


대화를 하다 보니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다.
내 스스로가 들떠있는 걸 가장 경계한다. 다행히 지금껏 뒤돌아봐도 그런 적은 없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설국열차’ ‘감기’ ‘더 테러 라이브’와 함께 흥행 사각구도라는 건데. 우리 때문에 못되는 작은 영화들도 분명 있다. 나는 그런 걸 느껴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마냥 기쁘진 않다.


가장 최근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합치면 1천만 배우인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내 성공은 다 주변 사람들의 힘이다. 사적으로 장혁과 친한데 우연히 ‘감기’와 개봉일까지 같았다. 그래서 VIP 시사에도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흔쾌히 와서 뒤풀이자리까지 있다가 갔다. 정말 고마웠다. 나도 ‘감기’를 첫 상영일의 마지막 회에 보고 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꽃미남 3인방인 이현우, 김수현 박기웅은 바쁜 와중에도 VIP시사에 와줬다.


과거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겪어서 지금의 성공이 더욱 달콤하겠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뼈는 많이 부러져 봤다.(웃음) 턱에는 아직도 철심이 있고. 다행히 무릎에 있는 건 다 제거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이것도 운이 좋은 거더라고. 내가 착하게 살았는지 ‘여우야 뭐하니’ 피디가 작업을 같이 하자기에 다리가 안 좋아서 거절했더니 “형! 졸부에다 패셔너블한 캐릭터니까 지팡이 짚고 나오면 되겠네” 했다. 그래서 그걸 또 살려서 연기를 했다.


부상도 연기로 살리는 걸 보면 뼛속까지 배우인 건가.
도전적인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추적자’의 경우에는 끝나고 3개월 정도 너무 우울했다. 그때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더라. 처음 시작할 때 경쟁 드라마가 공룡 수준이어서 시청률로나 배우로나 승부가 되질 않을 것 같았다. 우리끼리 약속만 지키자며 편하게 시작했는데 엄청난 인기를 끌고 마무리가 됐다. 가족도 딸도 잃은 가장에 너무 몰입을 하니 평소에도 술만 먹으면 울고, 매일 ‘추적자’ 얘기만 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어떻게 극복했나.
그러다 만난 게 영화 시나리오였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이 원작이라길래 처음엔 안하려고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본 거였다. 이미 각자의 상상력으로 완성시킨 작품을 영화로 하려면 아무래도 어렵다. 그런데 안 해본 역할이라는 점에 끌려서 바로 액션스쿨에 등록해서 내내 거기서 살았다. 결국엔 액션스쿨의 모든 강좌를 섭렵했다.


소시민 역할에 있어서 손현주를 따를 자가 없지 않나. 남다른 고충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맡았던 가장 작은 소시민은 커피 자판기에서 동전 수거하는 사람이었다. 내 연기는 20년가까이 소시민의 모습이 축적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작은 역할을 해야 큰 역할도 할 수 있는거니까. 그래서 요즘 재벌 캐릭터가 힘든가 보다.(웃음)


무엇보다 형(영화잡지 ‘시네21’ 사진기자)이 이번 영화의 성공을 가장 기뻐할 것 같다.
형이 어느날 “너는 왜 드라마만 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더라. 그때 내 대답은 그랬다. 사람은 때가 있는 거라고. 기다리면서 철저히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형이 아주 좋아한다. 사람 일이라는 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차기작이 드라마가 될지 영화가 될지 모르는 그 순간이 유일하게 내 불안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다음 선택이 어떤 것이 될 것인가 고민하는 그 찰나가 지나가고 앞서 말한 내 공포인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선 작은 역할을 해봐야 하는 것처럼 자기 것이 아닌 걸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요즘 방송사들이 단막극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현상이 가장 개탄스럽다. 어떤 기관의 투자나 배우들이 조금씩 돈을 내서라도 단막극을 유지해야 된다고 본다. 단막극이라는 장르는 좋은 연출자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숨어있는 진주들이 나올 수 있는 기회다. 얼마전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했는데, 2분부터 길게는 20분까지,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단언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될 거다. 이제 기존의 연출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참고로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도 여기 출신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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