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존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존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
  • 김하원
  • 승인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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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마스터’ 칸을 이야기하다

2013년 칸영화제 단편영화 경쟁부문에서 한국의 문병곤 감독이 <세이프>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단편영화 작가들에게 선망의 시선을 모았다. 칸영화제는 해마다 단편 뿐 아니라 장편 극영화부문에서 세계 영화 아티스트들의 기량을 평가하는 가장 권위 있고 화려한 영화축제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행하는 국내 영화정보지 ‘한국영화’(2013년 7월 발행)가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 크리스티앙 존 부집행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실질적인 칸영화제의 행사 주무 책임자인 그는 영화제의 특성과 작품 선정 배경, 재정 규모와 행사 운영 내역 등을 소상하게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부 김하원 씨가 정리한 인터뷰 내용을 영화진흥위원회의 협조로 인터뷰365에 그대로 다시 전재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365 김하원】현재 전 세계에는 약 2천 개의 국제영화제가 존재한다. 다양한 곳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각각 다른 목적과 지향점을 갖고 무수히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채 매년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존(Christian Jeune)을 초청해 지난 6월 19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티앙 존 부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영화제 마스터’가 전하는 칸과 세계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전한다.


한국은 얼마 만인가?
부산국제영화제 때가되면 매년 방문하는데 서울은 오랜만이다. 아마 2005년 영진위를 통해 한국영화 작품 시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서울을 다시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올 칸영화제에서 한국 단편 <세이프>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몇 년간 장편영화가 계속해서 초청됐는데 올해는 없어서 모두들 아쉬워하던 차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 역시 <세이프>의 수상이 무척 기뻤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는 한국 영화인마다 올해는 장편영화가 없다고 애석해 해서 더 그런 것 같다.(웃음) 어쨌든 한국영화로서는 최초의 황금종려상 아닌가? 심사위원이었던 제인 캠피온 감독이 특히나 문병곤 감독의 작품에 큰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안다. 여러 가지 점에서 한국영화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병곤 감독 역시 수상 이후 한국에서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장편영화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니 다행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칸영화제가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하고 소개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영화제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꿈 많은 소년, 칸을 만나다


수많은 영화제들 중에서도 칸이 갖는 파급력은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계기로 칸과 인연을 맺게 되었나.
1978년, 열다섯 나이에 칸영화제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니스 인근에 살고 있었는데, 학교를 땡땡이치고 기차를 타고 칸에 갔다. 영화제가 열리는 줄은 알았지만 그 여행에 별다른 목적을 두진 않았다. 도착해서 보니 한 아주머니가 영화표를 나눠 주기에 나도 한 장 달라고 했다. ‘넌 누구냐’ 묻기에 좀 당돌하게도 ‘난 나다’라고 답했다. 그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표를 줬고, 덕분에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바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Stalker>였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 후로 매년 칸을 찾아 상영관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매일 5편씩 열심히 영화를 봤다. 어린 소년이었고, 내 또래는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날 알아보곤 했다. 1981년 칸영화제는 처음으로 참가자 등록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공짜로 영화를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상영관마다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1983년 칸은 현재의 팔레(Palais) 건물로 행사장을 옮기고 새로 일할 사람들을 모집했는데, 그때 지원을 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마치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쓰듯 단 한 줄만 써서 보냈다. “당신들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크리스티앙 존.” 친구들 모두 설마 뽑히겠냐 했는데, 신기하게도 같이 일하자는 답장이 왔다.


매우 적극적인 편이었다.
그때 나를 뽑았던 분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나로서는 매우 감상에 젖게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면접에서 나에게 차를 운전할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영화를 볼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분은 “아하, 너도 그들(씨네필) 중 하나구나”라면서 나를 합격시켰다. 덕분에 프레스센터에서 일할 수 있었는데, 저녁 6시면 퇴근해 매일 새벽 2시까지 영화를 봤다. 일도 하면서 그와 동시에 많은 것을 배웠던 시기다. 2년 정도 그렇게 참여한 후, 당시에는 의무였던 군 병역을 수행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2년가량을 보냈다. 1989년경 현재의 조직위원장인 질 자콥이 파리의 영화제 사무국에서 단기 스태프로 일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영화제 두 달 전에 합류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칸은 나의 ‘평생 직장’이 되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가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2000년 9월부터다. 2001년이 티에리가 집행위원장으로 수행한 첫 번째 해이다. 나는 이미 그전부터 프로그램을 관할하는 영화 부서의 총괄을 맡고 있었다. 물론 프로그램 부서와 집행위원장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해야 하므로 그가 임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우 밀접하게 서로 의논해 가며 일하고 있다.


티에리 프레모 체제 이후 칸영화제가 더욱 화려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티에리가 임명되었을 때 그에게는 ‘할리우드영화를 불러와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졌었다. 그전까지는 일반적으로 공식경쟁 부문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초청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칸에는 공식경쟁 부문 외에도 비경쟁 부문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경쟁 부문이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오게 됨으로써 훨씬 화려해졌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영화제 규모가 커진 데에는 마켓 기능도 중요할 것 같다.
칸 마켓이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그전에도 작은 규모의 마켓 기능은 있었지만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부터이다. 지금의 칸 마켓 성장을 이루는 데에는 총괄 디렉터인 제롬 파이야의 역할이 매우 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질 자콥 조직위원장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다.


질 자콥 조직위원장이 조만간 은퇴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 내년인 2014년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난다. 질 자콥이 영화제를 맡은 것은 1977년부터인데, 2000년 전까지는 집행위원장 역을 맡았다. 그가 조직위원장이 되면서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필요했고, 여기에 티에리 프레모를 영입하게 된 것이다. 칸영화제의 조직위는 비영리협회인데 비영리 기관 관련 법률에 따라 3년마다 대표자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선출 방식은 협회의 이사회가 정하도록 되어 있다. 칸영화제는 정부로부터 예산 전액을 지원 받고 있지만, 정부와는 철저하게 독립된 운영 체제를 갖고 있다. 질 자콥은 2005년까지도 작품을 선정하는 데에 관여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조직위 운영의 최고책임자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15세 때였다. 사진=이상엽


운영의 독립성을 지켜라


칸의 작품 선정 과정은 어떻게 되나? 사전 선정위원회 같은 것이 있나?
알려진 대로 감독주간이나 비평가주간 같은 경우에는 분리되어 있어서 별도의 과정을 거쳐 선정이 된다. 그리고 공식 부문의 경우에는 크게 외국영화, 자국영화(프랑스영화), 단편영화로 구분해 외국영화의 경우에는 나와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3명의 또 다른 선정위원들과 함께 결정을 내린다. 프랑스영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관여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몇 편의 영화들이 선정되는가?
공식경쟁 부문에는 약 20편의 장편영화가 초청되고,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은 18편 정도이다. 그 외 메인 극장인 팔레에서 상영되는 기타 부문들에 4~5편, 고전영화 등의 특별 상영에도 4~5편 정도가 초청된다. 장편영화만 놓고 보면 57~58편 가량이 되는데, 접수되는 편수에 비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작품을 섭외하기 위해 해외를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칸은 어떠한가? 굳이 섭외하러 다니지 않아도 상당수의 작품이 접수될 것 같다.
9월에서 12월 사이의 기간에는 나 역시 해외를 다니며 작품을 섭외하는 과정을 거친다. 많은 작품들이 공식적으로 접수를 마치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것은 맞지만, 직접 해외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들도 있다. 일단 현지 영화인들과의 직접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산업이 많이 발달한 국가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칸영화제에 대해 잘 모르는 지역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곳들을 방문해 우리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도 해야 할 역할 중 하나이다. 사실 어디서 어떤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어느 영화제라도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다. 또 만약 12월까지 나온 영화들 중에 괜찮은 작품을 발견했는데, 이미 이것이 연초에 열리는 선댄스나 로테르담 등과 접촉 중에 있다면 발견하는 대로 영상을 구해 파리의 선정위원회가 보고 결정하도록 한다. 물론 초청 여부에 대한 답변 역시 빨리 내려 줘야 할 것이다. 그런 케이스가 많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좋은 작품을 찾아내고 선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흔히 세계 3대 영화제로 칸, 베를린, 베니스를 꼽는다. 은근히 경쟁도 있을 듯한데.
베니스는 작품들은 우수하지만 마켓이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이 찾진 않는다. 또 베를린은 마켓은 있지만 시기적으로 우리와 겹치지 않아 셋이 서로 경쟁하는 사이는 아니다. 오히려 그 영화제들보다는 경쟁 부문의 경우, 칸 감독주간이나 비평가주간과 프로그램 경쟁을 하는 편이다. 한때 베니스에서 프로그램 선정을 위해 12월부터 경쟁부문에 초청하겠다는 언급을 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그렇게 언질을 받은 영화들이 수십 편이 되기도 해서 큰 영향이 없었다. 또 베를린 출품 시기에 작품이 준비되면 우리에게도 보내 의향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베를린에 초청된 영화들 중 2/3가량은 이미 우리가 본 영화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도 베를린 프로그래머들과 매우 사이가 좋다.(웃음) 해외를 방문할 때 일정이 겹치면 같이 작품을 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다른 영화제보다도 칸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출품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고라서 그렇지 않을까?(웃음) 칸영화제는 미디어가 집중되어 있는 행사이다. 아마 올림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론들이 참가하는 행사일 것이다. 한 해에 5천여 명의 기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데, 올림픽은 1만 명 정도지만 규모로 생각하면 영화제이자 문화행사로는 최대급이다. 비교의 대상이 없을 정도다. 1983년에 영화제가 40주년 기념행사를 했는데, 이때 TV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좋은 계기가 됐다. 1989년에 필름마켓이 생기면서부터는 더욱 많은 언론사들이 참가하고 규모도 커졌다.


영화제의 연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또 그중 정부 지원은 얼마나 되나?
1천 7백만 유로(약 255억 원)이다. 원래는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 받고 있었는데, 8년 전부터는 정책이 조금 바뀌어서 영화진흥기관인 CNC를 통해 약 60% 정도를 지원 받고 있다. 그 전에는 비영리 조직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스폰서를 통해서는 현물만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르노로부터 자동차를, 로레알로부터 기념품을 후원 받았다. 하지만 비영리 단체들에게도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스폰서로부터 현금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역 시 정부로부터는 호텔 숙박이나 경찰 인력 등을 지원 받는다.


그렇다면 CNC는 비영리 영화제들을 모두 지원하고 있는가?
일단 프랑스에서는 비영리 행사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방 도시마다 자체적인 예산으로 영화제가 열리는 경우들도 있고, 도빌영화제처럼 사기업이 운영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 경우에는 CNC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영화제들은 많고, 모두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싶어할 것 같다. 평가 기준 같은 것이 있나?
아마 있겠지만, 칸의 경우에는 단 한 번도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국고 자체가 줄어들어 뭔가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는 게 아니라면 칸영화제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다. 단지, 국가에서 비영리 성격의 단체나 영화제 들을 지원해 주는 것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어서 신청을 할 수가 있다.


단순한 정책의 차원이라기보다 국가가 영화산업이나 영화문화를 사고하는 철학의 문제인 것 같다. 한국도 많은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들의 재정 구조가 그다지 안정적이지는 못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편이다.
한 영화제가 원활한 운영을 하는 데에는 지속적이고 안정된 인력과 구조, 재정이 필수적이다. 재정적으로 불안정해서 돈을 좇게 된다면 결국 그 영화제는 모든 면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프로그램 자체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칸영화제는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은 받지만 철저하게 독립된 운영체이기도 하다. 그 부분 역시 중요한데, 전 세계 어느 영화제를 가 봐도 개폐막식에 정부 관료들이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는 행사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적으로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영화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어떠한 간섭도 할 수가 없다.


아마도 그런 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듯하다.
그럴 것이다. 내가 영화제에서 지낸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때는 좌파가, 또 어떤 때는 우파가 정권을 잡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어떤 문화부 장관이나 대통령이라도 영화제를 갖고 뭐라 간섭하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흔히들 하는 로고 마케팅도 할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칸영화제는 대단한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칸은 표를 팔아서 이윤을 남기지 않는, ‘비영리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름마켓에서 돈을 받긴 하지만 이는 부스를 개설할 때의 공간 임대료 정도이고, 이것은 다시 마켓 전체의 운영비로 환원되기 때문에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라 볼 순 없다.


칸영화제에서 일반인들이 표를 구해 영화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칸영화제는 ‘프로페셔널들을 위한 행사’로 정의되어 있다. 여기서 프로페셔널이란 영화계 관련 종사자들을 의미한다. 표를 구입하는 시스템은 아니고, 대신 참가자 등록을 하여 배지를 통해서 표를 구할 수 있다. 물론 씨네필들에게는 열려 있는데, 미리 참가 등록을 하면 된다. 칸 시 관계자들에게도 표를 제공한다. 이 역시 파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이므로 당연한 관례이다.


원래부터 칸은 이처럼 전문가들을 위한 행사로 기획되었나? 여타의 다른 영화제들과는 차별되는 것 같다.
그렇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오래전부터 표를 판매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등록을 통해서만 표를 구할 수가 있다.


‘당신의 영화’가 답이다


올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많은 사람들이 ‘칸이 원하는 영화’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할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최고인 영화를 선정하고자 한다. 이때 ‘최고’라 함은 우리가 생각했을 때의 최고인 상태를 말하는 건데, 그걸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다.(웃음) 우선은 예술적인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업계 사람들은 현지 배급사의 역할이 칸영화제에 작품이 초청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다.
물론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한국영화를 많이 사고 배급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칸에 작품이 초청되면 별도의 예산을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영화가 많이 알려지게 된다. 이는 배급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프랑스에서의 배급권이 확정되었을 경우, 배급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제의 초청을 위해 힘쓸 것이므로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문병곤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 단편영화 부문 작품들을 보았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단면을 보는 것 같더라. 영화제에서 원하는 작품들로는 로컬리티가 강한 것이 좋은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면들을 보여 준다는 것은 일부분 맞기는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로컬리티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주제 면에서는 보편적이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영화가 성공적이냐 하는 데에 어떠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조언하는 부분은, 절대로 어떤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만들지는 말라는 것이다. 본인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믿고 그것을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정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단편영화 부문의 경우에는 주로 감독의 미래성을 본다. 앞으로 더 좋은 영화감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어떤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영화를 포함해 ‘아시아영화의 현재’를 대략 살펴본다면?
‘아시아영화’라고 하면 소수의 다른 지역도 있지만 일단 영화를 활발히 제작하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이렇게 네 나라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변화무쌍한 지역이다. 극장에 매일 같이 10편 정도의 신작이 걸리는 상황이니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과거에 중국영화는 해외 영화제들에 단골로 초청되곤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그럴 만한 영화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주류와 비주류 영화 사이에 존재했던 경계가 사실상 거의 사라진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올해는 지아장커의 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됐는데, 그의 영화에서도 들여다볼 수 있듯이 중국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예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다시금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많은 수의 작품을 제작하는 국가이고, 많은 재능 있는 감독들이 해외로 뻗어 나갔으며, 또 진출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영화에 있어서 강국인데 어떤 면에서는 프랑스와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일단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고, 여전히 관객들이 극장을 열성적으로 찾는다. 실제로 양 국가의 관객 수를 보면 상당히 높다. 한국 영화인 대부분은 (정책, 산업적)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스템이 전혀 없는 국가들 입장에선 웃을 만한 상황 아닌가?(웃음) 차세대 유망주 감독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제작은 활발하며, 관객들이 극장을 꾸준히 찾으니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영화 같은 경우에는 제작편수는 많지만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화가 많지 않다. 일본은 영화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독립 영화인들이 커 나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인도만 하더라도 많지는 않지만 영화인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일본은 그마저도 없어서 독특한 환경인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 관객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많은 젊은 감독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절대로 칸을 위해서, 영화제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지는 않기를 바란다. 언제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라. 즉, ‘당신의 영화’를 찍어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길이 열릴 것이다. 어느 작가라도 노벨문학상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장편이든 단편이든 다큐멘터리든 그 무엇이 되었든 칸에 출품해 주기를 희망한다. 또 누가 알겠는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지.


김하원(영진위 국제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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