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빛의 근원,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미제라블’ 빛의 근원, 아만다 사이프리드
  • 이승우
  • 승인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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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오디션 도전해 따낸 코제트역...매순간이 감동이었다”

【인터뷰365 이승우】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500만 관객 동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뮤지컬 영화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더군다나 골든글로브상 3개 부문(뮤지컬 코미디부문 작품상, 남녀주연상)을 수상하면서 3월 열릴 아카데미상까지 장기 흥행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가득 찬 '송 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인 것도 모자라 장장 2시간 40분이 넘는 영화 ‘레미제라블’은 가장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기로 유명한 할리우드에서도 ‘과연 될까?’로 시작했던 프로젝트.
1862년 빅터 위고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레미제라블'은 이미 30여편이 넘는 TV프로그램과 뮤지컬로 제작될 정도로 장르를 달리해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만큼 영화로서의 성공은 미지수였다.
‘레미제라블’의 메인 남녀 주인공은 휴 백맨과 앤 헤서웨이지만 스크린 속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보여주는 코제트의 순수함이다.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우울함과 잿빛으로 가득 찬 파리 외곽의 한 여관에서 학대받던 어린 코제트를 벗어 던지고, 눈부신 금발에 흰 피부를 가진 부잣집 딸 아우라를 지닌 채 영화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단단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에서 메릴 스트립의 딸로 출연해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했던 그녀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10대 초반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매력에 이미 빠져 있었고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스케줄을 오디션에 맞출 정도로 ‘준비된 코제트’였다.
언제 봐도 매력적이고 연기 잘하는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인터뷰365에서는 ‘레미제라블’의 500만 관객 돌파를 즈음해 그와 가진 e메일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 작품 전에도 '맘마미아!'라는 뮤지컬 영화를 했다, 그때와 비교해 '레미제라블'을 작업할 때랑 어떻게 다른지?
솔직히 '맘마미아'는 이 작품에 비해 식은 죽 먹기였다. ‘맘마미아’는 힘들긴 했지만 노래도 다 미리 녹음을 했었고 목소리가 완벽하지 않아도 됐었으니까. ‘맘마미아’는 팝송이었지만 ‘레미제라블’은 흡사 오페라 같았다. 어렵지만 제대로만 부른다면 다른 곡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황홀함을 맛볼 수 있는 곡들이 많아 고생한 만큼 보람이 큰 작품이었다. 어렸을 때 오페라 곡 부르는 걸 좋아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많이 났다.

어렸을 때 뮤지컬에 출연했었나?
아니다. 가수가 되고 싶어서 11살 때 레슨을 받았다. 노래 부르기는 테니스 치는 것 외에 내 유일한 취미였다. 굉장한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가능성을 많이 인정받았다. 15살 때 이미 여러 나라 언어로 아리아를 부를 정도였는데 17살 즈음 좀더 공부를 하기 위해 뉴욕으로 눈을 돌렸다. 이쯤 되면 그곳에서 멋진 보컬 트레이너를 만날 거라 생각하지만. '이제 지겨워!' 하고 그냥 그만두게 됐다. 연기를 하면서 그만둔 걸 후회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게 됐으니 그 어떤 영화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레미제라블’의 여러 장면들. 아만다는 카메라 밖에서 들리는 연주에 맞춰 실제로 노래하며 연기하는 것이 ‘자유로웠다’고 말한다.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레미제라블’의 광팬이었다고 들었다.
10살 때인가 부모님과 필라델피아의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러 갔었다. 지금도 그때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완전히 넋을 잃었다. 음악, 캐릭터, 세트, 모든 것이 그냥 너무 좋았고 아름다웠다. 그 이후로 몇 년간을 에포닌을 연기하는 내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그러다 제 목소리가 소프라노라는 걸 알게 되고, 15살 때 교내 행사에서 '어 하트 풀 어브 러브 (A Heart Full of Love)'를 불러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신은 이미 할리우드 스타지만 이 영화를 위해 오디션에도 도전했다고 들었다.
친구를 통해 '레미제라블' 오디션 소식을 듣고 에이전트에게 꼭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했더니 흔쾌히 준비를 해주었다.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톰 후퍼 감독은 뮤지컬을 연출해 본 적이 없는데, 그가 '레미제라블'을 맡는다는 사실이 걱정되지 않았나?
감독 앞에서 첫 오디션을 본 후에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서 더욱 매달린 영화가 바로 ‘레미제라블’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고 싶다 하는 감독의 생각이 확실했고, 감독 생각대로 서사극에 잘 어울릴 거라 믿음이 생겼다. 오디션으로는 '루 플러밋(Rue Plumet)' 과 나름 자신 있었던 '어 하트 풀 오브 러브(A Heart Full of Love)' 두 곡을 준비했다. 결과는 내 목소리가 노래가 가진 음역대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제작진들은 모든 지원자들을 신중히 대했고, 나는 제작진의 이런 방법을 존중했다. 그래서 계속 연습해서 도전했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내 꿈이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감독이 내 노래실력보다 내가 연기를 하며 보여주는 진심과 표현에 뭔가를 발견했다고 하더라.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 번 도전한 끝에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모든 장면을 라이브로 노래해야 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었을 때였는데 감독이 전화로 “내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신이 코제트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다”고 말해줬다. 정말 황홀하더라. 진짜 내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동시에 가볍지 않은 책임감이 몰려왔다. 여기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레미제라블 광팬’이기 때문에 조금도 누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원작 뮤지컬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고 볼 때마다 매번 다른 뉘앙스나 다른 감정이 느껴지는 게 이 작품이다. 순간이 중요한 작품이라 매 테이크마다 다른 감정이 실려야 했기에 녹음한 것에 립싱크를 하는 것보다 실제로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자유로울 정도였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각 배우들의 귀에 맞게 제작된 이어폰이 있어서 귀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노래를 불렀다. 의상 겉에 작은 마이크를 달아서 생생한 녹음을 하고 나중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우는 식이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카메라 밖에서 실제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충분히 살려 노래할 수 있었다. 연습을 많이 한 상태에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라이브로 하며 하는 연기는 매 순간이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났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코제트란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갔나.
내가 연기한 코제트는 어느 정도 자랐을 때의 역할이라 훨씬 복잡했다. 어린 코제트가 희망과 무고함을 상징한다면 성인이 된 코제트는 장발장에게 엄마이면서 여동생이고, 동시에 아내이면서 딸이라고 봤다. ‘레미제라블’ 속 빛의 근원이랄까. 일종의 고립된 생활에 익숙한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살리는 게 큰 숙제였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처음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봤을 때는 마리우스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와 이루어질 수 없는 소녀 에포닌에게 감정 이입을 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사랑이 너무 순수하게 그려졌다. 원작은 그 나름대로의 묵직한 감동이 있다. 어떤 장르로 표현되건 ‘레미제라블’의 공통점은 음악이 아름답고 이야기는 어둡지만 그 안에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음악과 연기가 동시에 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레미제라블’은 매 순간이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장에 나란히 참석한 ‘레미제라블’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러셀 크로, 앤 헤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휴 잭맨 자료제공=UPI

앤 헤서웨이가 엄마로 나오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앤이 저보다 실제로는 2살인가 3살밖에 많지 않으니까 관객들이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극중에서 앤과는 서로 다른 시대에 등장한다. 하지만 앤이 제 엄마를 연기하고 있는 건 분명 재미난 일이다.

남자배우들하고의 호흡은 어땠나.
휴 잭맨은 외모부터 태도 등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우아한 사람이다 착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재능이 남다르다. 마리우스 역으로 나오는 에디 레드메인은 연기를 잘 하는 친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멋진 줄은 몰랐다. 거기다 순진한 면도 있어서 마리우스 역으로는 정말 딱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꼽는다면.
뮤지컬인 동시에 시대극이어서 여배우로서 변장놀이를 즐길 수 있어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준비하는 순간은 치열하고 힘들었지만 촬영하면서 멋진 의상을 입는 재미가 너무 색달랐다. 꽉 조이는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입으면 자세를 굉장히 곧게 만들어줘서 흡사 군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내가 연기한 영화 중 가장 멋진 의상이어서 매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놨다. 완벽하게 매만져진 머리에 분홍, 보라, 자두, 검정, 흰색 등 멋진 드레스들을 입은 사진들을 엄마에게 보내주면 너무 좋아하신다. 우리 부모님도 저만큼이나 ‘레미제라블’의 팬이라서..(웃음)

이승우 기자 swlee@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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