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인터뷰] 마임배우 기주아키 니시다
[일본 현지인터뷰] 마임배우 기주아키 니시다
  • 김두호
  • 승인 2012.04.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영화가 일본 관객 호감을 못얻는 것은 일본이나 할리우드풍 연출성향 때문”

【인터뷰365 김두호】기주아키 니시다(54) 씨는 팬터마임의 명배우이면서 영화배우로 활동해온 일본의 중견 연예인이다. 대중예슬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해온 그의 업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7년간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사무국을 이끌어 온 점이다. <일본영화비평가대상>은 일본의 영화인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권위 있는 일본 국내 영화상 행사로 2012년 4월 도쿄 근교의 조후시 대공연장에서 제 21회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도 영화비평가들의 단체인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매년 연말 <영평상> 시상식을 주최하고 있지만 <일본영화비평가대상>은 일본의 영화비평가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무국이 시상식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창립 때부터 사무국장으로 영화제 시상식을 집행해 온 기주아키 씨는 지금 영화제실행위원회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여전히 행사 진행을 주도하고 있었다.

한국의 영화평론가로 정재형 교수(동국대 영상대학원)와 함께 제 21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실행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한 기자가 기주아키 씨에게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것은 그의 한국영화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호감에서 비롯된다. 그는 근래 화제가 된 한국영화를 대부분 보았고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매우 감명을 받았다는 장면을 소상하게 떠올리며 극찬했다.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시상식을 하루 앞둔 늦은 밤에 도쿄 신주쿠의 조용한 카페에서 술잔을 주고받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배우로 영화비평가대상 운영에 관여하게 된 동기를 알고 싶다.
영화감독 출신이면서 영화비평가로 활동한 미즈노 선생(4년 전 타계)으로부터 제의를 받아 그분의 일을 돕겠다는 생각에서 21년 전인 1991년 비평가대상을 제정하고 사무국 운영을 맡았다. 미즈노 선생이 연출한 영화 <시베리아 특급>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됐다. 미즈노 선생은 일본 영화평단의 대표적인 비평가로도 존경을 받은 분이다. 워낙 영화를 사랑하며 영화 전도사 같이 살았던 그 분은 아무리 형편없는 영화라도 마지막에는 꼭 “영화라는 것은 정말 좋은 예술의 세계”라며 관객들이 애정을 같도록 토를 달았다.

당신은 어떤 성격의 배우인가?
나는 희극 쪽에서 활동을 시작해 청년기에는 주로 연극무대에서 팬터마임(무언극) 공연을 많이 했다. 희극요소의 무언극 연기세계가 나의 특장이다. 찰리 채플린을 최초로 만난 일본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체로 희극 쪽의 연기는 타고난 소양이 있거나 어릴 때부터 소질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당신도 그런 쪽인가?
나는 1958년 남쪽 큐슈에서 출생했다. 큐슈제1경제대학 2학년 때 팬터마임 배우에게 반하기 시작했다. 일본여성과 결혼한 체코계 독인인 퀼런에서 프랑스의 장루이, 한때 세계적으로 팬터마임 열풍을 일으킨 마르셀 마르소 등의 공연 작품을 보며 홀딱 반했다.

일본영화 <해소모리>의 기무라 감독(맨 오른쪽)과 아시아영화비평가그룹 창립 얘기를 나누는 니시다 씨(가운데).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가?
무엇이든지 물어보라. 많이 알고 있다.

당신이 감명받은 영화, 선뜻 떠오르는 한국영화라면?
<실미도>부터 얘기하겠다. 그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명장면이 있다. 탈출범들이 탈취한 버스가 시내를 향해 돌진하는 가운데 버스안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탈출범들의 숨 막히는 액션은 압권이다.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다.

생각나는 한국영화 얘기를 계속해 달라.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는 연출 패턴이 할리우드 아류로 볼 수 있어서 감동이 적었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우리의 고전적인 정서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많은 느낌이 따랐다. 촬영지의 풍광도 우리와 비슷하고 소리를 통한 떠돌이 주인공들의 한(恨)의 생애도 백제의 영향을 받은 일본 동북지방의 고전을 접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영화 소재로 끌어낸 것이 놀랍고 감명을 주었다. 변사가 소리를 대신해주던 무성영화 시대의 작품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웰컴투 동막골>이나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 사이>도 재미있게 보았다.

<웰컴투 동막골>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는가?
아, 그 영화는 해학과 풍자가 번득이는 작품이었다. 수류탄을 던져 폭발하는 장면에서 난데없이 팝콘이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게 한 표현은 정말 돋보이는 영화적인 창의성이었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넘어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그건 발상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연출시도를 하는 것부터 용기가 필요하다. <올드보이>도 원작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그밖에 저예산 영화로 제작되는 김기덕 영화도 일본 영화 프로듀서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일본도 메이저 자본이 아닌 순수 영화 투자자들의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 제작 활동에 영화비평가들이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TV드라마와 K팝에 대한 한류바람이 가장 먼저 점화 된 곳이 일본이다. 영화는 그렇게 큰 반응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국영화 <만추>(이만희 감독 / 김지헌 시나리오)를 사토 다다오 영화평론가가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한 것을 꼽는다면 일본 영화인들이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진 유래는 오래된다. 그 후 간혹 한국의 흥행영화가 일본에서 성공을 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일본 관객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것은 많은 작품의 연출 패턴이 일본이나 할리우드풍의 연출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근래 일본영화 중에서 당신이 내세우고 싶은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노무라 요시다로 감독의 <모래그릇>과 기무라 감독이 작년에 발표한 <해소모리>를 소개하고 싶다.

어떤 작품들인가?
<모래그릇>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영화로 옮기기가 불가능하다는 우려를 깨고 연출에 성공한 매우 감동적인 영화다. <해소모리>는 현재와 1500년전 일본의 무사와 재래식 수공 종이(화지)의 장인들이 살던 시대를 연결한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4명의 소년이 우물 속을 통해 과거로 여행하는 타임머신에 환상적인 스토리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한국의 임권택 감독도 2011년 한국의 전통 한지를 소재로 한 <달빛 길어올리기>를 연출한 바 있다.
스토리나 연출 형식이 다르지만 화지(和紙)를 다룬 <해소모리>와 한지를 다룬 <달빛 길어올리기>는 주제가 같아서 함께 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 같다.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선정위원회 와타나베 대표와 행사장에서 함께한 니시다 씨. 와타나베 대표는 타계한 부군이 한국과 애니메이션 사업을 함께해서 한국과 친숙하다고 밝혔다.

근래 일본 영화계의 시대적인 변화나 특징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은 어떤 것들인가?
과거에는 인정받는 감독들이 꾸준히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활동기간이 길지 않다. 한두 작품을 남기고 활동이 끊어진 감독도 많다. 단지 한 작품의 화제작을 남긴 사람도 있다. 또 상업주의를 거부하고 작가적인 작품세계를 고수하며 독립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도 있다. 그런데 영화제작계가 어렵고 부진한 때일수록 화제작이나 우수한 영화가 많이 나왔다.

한국 영화계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인들도 양국의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고 발전적인 돌파구를 함께 찾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우선 영화비평가들의 활동도 아시아권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무라 감독 겸 프로듀서 같은 분들이 아시아영화비평가연맹을 만들어 아시아영화비평가대상이라는 시상식을 개최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영화비평가는 영화저널리스트 출신과 영화학 전공 학자, 영화비평 공모를 통해 전문평론가로 인정을 받은 분들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회원으로 가입해 영화평론가협회상(약칭 영평상) 행사를 주관하고 평론지를 발행하며 단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일본의 영화비평가대상은 행사 주체가 비평가(평론가)협회가 아닌 사무국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구심체가 되는 중진 비평가들이 자문하고 참여한다. 내가 사무국장으로 17년간 일본영화비평가대상을 주관할 때도 미즈노 원로 평론가가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협회가 없어도 비평가들로 선정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분들이 사실상 중요한 결정을 하고 사무국은 그 결정을 실행하는 일을 하게 된다.

제 21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수상 영화인들의 수상 기념사진. (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부터) 주연남우상은 토모카주 미우라, 주연여우상은 시노부 오오타케 씨가 받았다.


이번 제21회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시상식의 행사 팸플릿을 보면 일본수상과 문부과학상, 부흥상, 도쿄도지사를 비롯한 각계인사의 축사가 실려 있다. 시상부문은 작품상에서 감독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 및 신인상, 촬영상, 편집 및 음악상, 공로상과 특별상 등 한국의 영평상과 별차이가 없지만 1천석 규모의 대극장을 빈자리 없이 꽉 채운 초청하객이나 정부의 관심 등 축제 분위기가 국가적인 행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로 치러지고 있다. 선정에 참여한 와타나베 야수코 선정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9명의 선정위원은 모두 저명한 영화계 인사들이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배장수)도 올해 영평상 시상식에 일본영화비평가대상 관계자를 답례 초청키로 했다. 참석할 수 있는가?
물론 참석한다. 그리고 야구감독 선동렬 씨와 친하다는 것도 말해야겠다.

어떻게 알게 된 건가?
이곳에서 선수시절 내가 방송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하면서 알게 됐다. 그를 좋아한다.

기자는 한국 영화평론가로 함께 초청받은 정재형 교수와 함께 일본영화비평가대상 시상식 행사에서 하이라이트인 남녀주연상 시상을 앞둔 시간에 무대 중앙으로 안내되어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대신해 인사말을 하는 매우 특별한 환영과 대우를 받았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