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상원, 한쪽 눈 찡그리고 세상을 보다
배우 박상원, 한쪽 눈 찡그리고 세상을 보다
  • 유성희
  • 승인 2008.10.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년 동안 찍은 사진으로 첫 사진전 열어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배우 박상원이 사진전을 열었다. 중학교 시절, 빼앗다시피 선물 받은 누나의 카메라를 손에 넣은 이후 뷰파인더로 바라본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30년 지난 오늘에서야 ‘박상원의 모놀로그’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가을비가 내리던 주말 오전, 사진전이 열리는 인사동 관훈갤러리에 들어서자 앙드레 가뇽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모퉁이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는 박상원이 보였다. 간편한 청바지 차림에 건빵모자, 하늘빛 스카프를 두른 소박한 멋이 느껴지는 활기찬 청년의 모습이었다. 청년 같다는 말을 건네자, 그가 큰 소리로 웃었다.



첫 사진전을 연 소감이 어떠십니까?

오늘로서 사진전을 연지 3일이 지났는데, 전시를 시작한 첫날과 똑같은 감정이에요. 어색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재밌어요.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뒤섞여 있네요.(웃음)



2004년부터 찍었던 사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주제를 가진 작품들인가요?

특별히 시기를 정해서 사진을 간추린 것은 아닌데 고르다 보니 2004년부터 올해까지 찍은 작품들이더라고요. 공통된 주제를 가졌다기보다 이 갤러리만의 공간과 구조에 맞게 고르게 되었는데, 아마 한 공간의 갤러리였다면 또 다른 사진들을 선택했을 거예요. 전시공간이 세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1층은 절제돼 있는 단순한 느낌의 사진들을, 2층은 광활하고 경이로운 풍경사진들을, 또 별관의 경우에는 피상적 모던함을 지닌 내 색깔을 지닌 희화적일 수 있는 느낌의 사진들을 전시하게 되었어요.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시겠어요.

‘연극적 상상과 창조적 망상’이라는 말을 좋아 하는데, 여기 있는 사진들은 움직이는 상황을 한 장면 안에 스톱 시켜놓은 것이에요. 정지된 사진 안에는 흘러간 석양의 빛깔, 옆에 세워져 있던 차들, 같이 있었던 한비야(오지 여행가)씨의 모습까지 나만의 스토리를 배우의 감성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는 사진작품 세 점을 차례로 가리키며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부터 날아온 한 마리 갈매기의 찰나를, 방파제 밑의 부서지는 파도를, 어느새 끼룩끼룩 울리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까지 사진으로 포착해 영상을 그려내듯 상상해가는 거예요. 언뜻 사진이 여백을 가진 모습으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웬만한 영화 한편보다 더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사진적 상상과 창조적 망상’을 지닌 사진들입니다.


전시된 사진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요?

끌리는 게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떤 것 하나 좋다고 얘기하면 다른 애들(사진)이 들어요.(웃음) 사진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하면 누구 하나 콕 집어서 마음에 두고 싶지는 않아요. 또 사진의 느낌은 보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다 달라서 평가를 내리기도 모호한 점이 있고, 사실 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그 자체로 보고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셀카시대인데, 본인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내 모습을요? 우리는 그런 앵글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 건 사실 아주 하지 말아야 될...(웃음) 어쨌든 그래 본 적은 없어요.



비오는 창가의 촉촉하게 떨어진 빗방울, 첫눈 오던 날 등교하던 아이를 내려주고 아이가 남긴 발자국을 포착한, 카메라를 새로 구입한 날 아들의 방에서 실수로 찍힌 사진의 순간까지. 실수로 찍힌 사진마저 그는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 냈다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또 이란 밤 지진 때 인구의 1/3이 아까운 목숨을 달리하던 그날의 사고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하늘에는 평화롭게 새떼들이 날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그는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다 평화로운 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사진전의 수익금을 전액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사진전에 후원의 목적이 없었다면 제 스스로 마음이 불편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사진전이라는 것은 판매를 하는 것이기도 한데 절대로 팔 수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수익금을 제가 다 갖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이었고요. 그동안 인연을 맺어왔던 월드비전과 근육병재단, 다일공동체에 기부하며 정리가 된다고 생각하니 나 또한 마음이 편해요.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데, 본인이 느끼는 봉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봉사는 실수로 해도 되는 것이고, 설사 가식적이었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봉사라는 행위에는 반드시 수혜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진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숙된 의식을 가지고 봉사를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훌륭한 성품과 인격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처음부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쉽지 않다고 봐요. 봉사하고 났을 때의 느낌은 본인만의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자, 그 과정에서 해답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직도 흉내에 불과한 봉사일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결국은 그때마다 도움 받는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상황만으로 봉사라는 것은 흉내라도 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지난 여름에는 중학생 아들과 네팔로 봉사활동을 다녀오시기도 했는데요. 조금 더 특별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데려갔어요. 앞으로도 서로 돕고 나누는 경험과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어요. 스스로 뭔가 느끼는 게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녀와서 아드님이 뭐라고 하던가요?

힘들다 그러지요.(웃음)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네팔에 가서 또래 친구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오면서 ‘아빠 저도 이제 가난한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요.’ 라고 얘기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웃음) 아이다운 마음을 지닌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나 또한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늘 소년이고 싶고, 가능한 사회를 너무 알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아이가 한번에 깨닫는 건 원하지 않아요. 본인 스스로 뭔지는 모르지만 느낌은 있지 않을까. 그것으로 만족해요. 아이 책상에는 공부만 할수 있도록 항상 깨끗하게 치우도록 하는데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은 아이들 사진만은 올려놓게 해요.




박상원은 1979년 연극 <지저스 크라이스트>로 데뷔해 드라마 <인간시장>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에서 선이 분명하고 유려하면서 강한 내면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또 2006년부터 2008년 2월까지 진행해 온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지적인 이미지의 행동보폭을 넓혔으며, 동시에 월드비전 친선대사, 한국근육병재단, 청소년 폭력예방재단 홍보대사 등 사회단체의 홍보 대사만 10여 곳 이상 참여했다.


‘배우 박상원’ 하면 드라마 속 반듯한 캐릭터와 부드러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집에서는 어떠한 남편, 아버지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걸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하나. 하하. 연기는 일로서 한 직업적인 부분이고, 집에서는 생활이잖아요. 나머지는 상상이지 뭐.(웃음) 연기와 생활이 완전히 표리부동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밖에서나 집에서나 똑같은 리듬 아니겠어요?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가리더라도 결국은 드러나지 않겠어요?


모래시계의 3인방 불렸던 최민수, 고현정씨와 계속 안부를 묻고 지내시는지요.

그럼요. 민수는 현재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이곳에 오기로 했어요. 알아서 올 애들이 많아요. 부담 가질까봐 연락 못한 동료들이 있는데 알아서들 와야죠.(웃음)


봉사활동과 학교강의, 사진전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데, 연기자로서의 모습은 언제 뵐 수 있는지요.

사진은 내 일상과 함께 하는 생활의 일부이고, 학교 강의의 경우 내가 후배들에게 길을 제시해 주고 있지만, 사실은 후배들을 만나며 새롭게 배우는 점이 많아서 나에겐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이러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호흡이 빨라지지 않을 정도로 항시 연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출연하고 싶어요. 그때까지는 연기를 쉬어가는 호흡이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작품을 고르는 내 소신을 지키고 싶어요.


전시회가 끝나는 날까지 오늘처럼 계속 나와 계시는 건가요?

그렇죠. 나한테는 이 사진전이 공연인데요. 궁금해서라도 나와야 하고, 또 사진도 보고 싶고.(웃음)




갤러리에서의 박상원은 열정적인 사진작가와 일꾼(?)의 모습을 오고갔다. 자신의 사진작품을 설명하는데 있어 열정이 넘쳤으며, 비 내리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관을 옮기며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 다니기도 했다. 그날의 사진전에는 뮤지컬 배우 남경주 부부를 비롯해 절친한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관심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