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연수의 흑백 포토에세이] 숲의 고요함과 세월의 흔적을 잇는 흑백의 길
[원연수의 흑백 포토에세이] 숲의 고요함과 세월의 흔적을 잇는 흑백의 길
  • 원연수 사진작가
  • 승인 2025.12.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연수 작가

인터뷰365 원연수 사진작가 = 숲은 언제나 말이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이다.

고개 돌려 바라본 고목은 끝난 것이 아니라 기록이다. 뿌리에서부터 껍질까지 무수한 상처는 세월이 남긴 언어로 줄지어 있다.

그 상처를 덮은 이끼와 부서져 틀어진 가지 가장자리에 붙은 돌들의 얼룩까지, 자연이 스스로 치유해온 오래된 방식이다. 그 치유의 과정을 존중하며, 그 온도를 사진으로 표현한다. 

흑백 사진은 결국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이다. 흑백의 세계는 색채를 지우는 대신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빛과 그림자는 구조와 질감을 드러낸다. 중간톤의 회색은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복잡하다. 관람자는 그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채운다. 그래서 흑백 속의 숲은 풍경이 아니라 자연의 외침이다. 

순수예술 사진작가의 길은 고행과 고독이 따른다. 현장에서의 기다림은 생각의 여백을 키우고, 실패한 셔터는 다음 프레임의 윤곽을 만든다. 고행은 작품의 무게가 아니라 작품의 밀도다. 

한 장면을 얻기 위해 바람과 새소리, 물소리까지 멀어진 산중 고요 속에 선다. 나무의 금은 아픔이고, 이끼의 결은 세월이다. 고목의 결을 맴도는 바람은 더 깊은 산으로 오라 속삭인다. 겨울, 잎이 마른 나목의 그림자는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발목을 붙잡는다. 

원연수 사진작가

가장 중요한 것은 공백이다. 흑백은 그 공백을 드러내고, 관람자가 스스로 채우도록 맡긴다. 작가는 그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감동은 관람자에게 조용히 맡긴다. 그래서 어디서 무엇을 보았는지 설명은 최소화하고 감각은 최대화 한다. 단지 한 장의 사진 옆에 짧은 뜻을 남길 뿐이다. 

이러한 참여가 이어질 때, 사진은 대중의 내면에 머무를 자리를 얻게 된다. 쓰러진 거대한 나목의 껍질과 상처에서 세월을 읽고, 그 속의 색과 온도를 느낀다. 오래된 상처와 거친 표면은 촉각을 느끼게 해주고, 흑백의 질감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나목의 상처와 흔적을 촬영하는 일은 작품을 넘어 자연과의 대화를 만드는 일이다. 사진은 대상과 대중을 잇는 조용한 다리와 같다. 그리고 작가는 그 다리를 지킨다. 다리의 균열을 살피고 미학의 힘으로 메우며 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렇기에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림을 서두르지 않는다.

고요한 숲 길을 홀로 걷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로 삶의 목마름을 덜고, 또 다른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원연수 사진작가

미국 시카고 레이보그 칼리지 사진과를 졸업했다. 미국서 활동하다가 귀국 후 제일기획, 나라기획, 에드 컴, 동방기획 등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사진 담당 간부를 지냈으며, 서울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했다. 한국광고대상 사진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