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감독의 AI스토리텔링] AI영화제 석권...할리우드 사로잡은 ‘더 롱 비지터’ 현해리 감독
[이은희 감독의 AI스토리텔링] AI영화제 석권...할리우드 사로잡은 ‘더 롱 비지터’ 현해리 감독
  • 이은희 인터뷰어
  • 승인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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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AI 단편영화 ‘더 롱 비지터’ 연출자 겸 무암 대표 현해리 감독
- AI 단편 ‘더 롱 비지터’로 韓∙美 AI 영화제 연이어 수상
- AI프로덕션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
- "AI는 창작 파트너, 인간의 역할 더 중요해져"
- "K-콘텐츠, 탁월한 AI 활용력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대될 것"

AI스토리텔링은 인공지능(AI)이 사람과 협력하거나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기술 및 개념을 의미합니다. 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의 저자 이은희 감독이 AI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만나 4가지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듣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AI 단편영화 ‘더 롱 비지터’ 현해리 감독. 그는 K콘텐츠 제작사 무암(MooAm) 설립자이자 대표다./사진=무암

인터뷰365 이은희 인터뷰어 = 국내외 AI영화제를 휩쓴 AI 단편영화 ‘더 롱 비지터’는 영리한 영화다. AI가 생성하는 영상이 지닌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데서부터 그 영리함이 드러난다.

AI가 만들어낸 인물이 주는 이질감과 완벽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일관성의 문제를 ‘동물’이라는 설정으로 비껴가고, 몽타주 편집을 통해 스스로 일관성을 파괴한 자리를 호기심 가득한 세계관으로 채워 넣는다. AI 단편영화라고만 부르기엔 다채로운 이 작품의 연출자, 현해리 감독을 만났다.

현 감독은 MBN 시사교양 PD 출신으로, 2020년 K콘텐츠 제작사 ㈜무암(MooAm)을 설립해 대표로 활동 중이다. 무암은 Film with AI(AI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라는 철학 아래 2023년부터 AI를 도입했으며, 기획부터 제작, 배급을 아우르는 원스톱 프로덕션 모델을 구축했다. 그동안 장편영화 ‘계약직만 9번 한 여자’, ‘폭락’ 등의 영화를 제작, 연출했다.

1. 여정과 경험

- ‘더 롱 비지터’ CGV AI 영화제 대상, 할리우드 AI 영화제 최고상 수상
- AI, 상상의 문턱 낮춰...불가능했던 캐릭터가 8일 만에 현실로

- AI 스토리텔링 분야에서의 경험과 성과가 궁금합니다.

“2023년부터 AI R&D를 본격화하여 제작 전(全) 단계에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AI 프로덕션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더 롱 비지터'로 제1회 CGV AI 영화제 대상 및 할리우드 AI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AI 하이브리드 장편 ‘젠플루언서’를 비롯해 5편의 AI 장·단편 등 폭넓은 AI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K-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AI댠편영화 더롱비지터(The Wrong Visitor)의 한 장면 (사진제공 : 무암(MooAm))
AI단편영화 '더롱비지터(The Wrong Visitor)'의 한 장면./ 사진=무암(MooAm))

- 경험상, AI 스토리텔링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단연 AI 단편 ‘더롱비지터’ 제작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늑대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한 문지기'인데, 보통의 중소 제작사 환경이었다면 예산이나 기술적 제약으로 기획 회의에서 가장 먼저 삭제되었을 설정입니다. 하지만 AI기술을 믿고 스토리텔링의 제약을 완전히 풀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구현 불가능해 보이던 늑대 인간의 미묘한 표정과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마음껏 서사로 담아낼 수 있었고, AI는 그 대담한 상상을 단 8일 만에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AI가 아니었다면 기획서 단계에서 포기했거나, 서랍 속에서 잠들었을 이 이야기가 스크린에 걸리고, 나아가 할리우드 AI영화제에서 최고상까지 받는 경험을 했죠. AI가 제작비의 한계를 넘어 감독의 상상력 한계까지 도전하게 해준 순간이었습니다.“

- 이런 AI 영화를 만들 때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AI에게 0에서 100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I는 좋은 시나리오를 창조해 주지 않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해 '인간이 쓴 척', 흉내를 내는 것 뿐이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은 결국 인간의 고유한 경험과 의도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백지상태에서 AI에게 "이야기 써줘"라고 시키지 않습니다. 그건 창작이 아니라 생성일 뿐이니까요. 거친 초고라도 인간이 직접 쓰고, AI에게는 그것을 다듬거나 구조를 비평해 달라는 에디터의 역할만 맡겨야 합니다. 창작자라면 AI의 기술력에 기대기보다, "내 글에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가 있는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결국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고 책임지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 AI 스토리텔링이 대중과 산업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일까요?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보자면, '상상과 구현 사이의 시차'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AI가 그 막연한 공포를 없애주었습니다. 추상적인 생각을 입력하면 즉시 구체적인 시놉시스와 구조로 정리해 주니, 누구나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죠.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산업적인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과거에는 제작비 문제로 시도조차 못 했던 많은 창작자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IP를 AI로 직접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개념을 빠르게 티저나 프리비즈(Pre-vis)로 구현해 제작비를 펀딩받는 선순환이 가능해진 것, 이것이 산업에 미친 가장 실질적이고 큰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2. AI 스토리텔링의 본질과 가능성

- AI는 대체자가 아닌 파트너...”Film with AI“
- AI 결과물 정확히 꿰뚫어보는 능력 필요

영화 '폭락' 연출 중인 현해리 감독./사진=무암(MooAm)

- AI 스토리텔링을 창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인간의 최종적인 검수와 의도가 없다면 창조라고 볼 수 없습니다. AI가 프롬프트로 내놓은 결과물은 그 자체로 보기 좋게 만들어진 것일 뿐, 창작자의 진심이나 철학이 담긴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AI의 결과물을 ‘꽤 그럴듯한 초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초고에 인간 창작자가 자신의 관점과 의도를 덧입혀야 비로소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저작권법과도 일맥상통합니다.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법리적으로도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인간 창작과의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인가요?

”경험에서 비롯된 이질감의 차이입니다. AI가 프롬프트로 내놓은 그럴싸한 초안은 얼핏 인간이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베테랑들은 그 결과물이 글이든 영상이든, 지독하게 잘 흉내 냈지만 어설픈 이질감이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립니다. AI의 창작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방이지만, 인간의 창작은 경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본질적인 차이를 보완하고, 어색한 이질감을 창의성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인간 창작자의 역할입니다.“

- 앞으로 AI와 인간이 함께 스토리를 만들 때, 이상적인 분업은 무엇일까요?

”제가 늘 강조하는 Film by AI가 아닌 Film with AI라는 철학에 답이 있습니다. 이상적인 역할 분담은, 인간이 감독이자 총책임자가 되고 AI는 도구(Tool)이자 스태프(Staff)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도비나 다빈치 툴을 썼다고 해서 창작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작을 이끌어 가는 것은 결국 인간입니다. AI가 나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FOMO)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나의 창작을 도와줄 파트너가 생겼다는 것, 그 이점 하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향후 인간 작가에게 요구될 새로운 능력이나 감각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이지만, 어떤 것이 AI가 생성한 결과물인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감각입니다. AI의 결과물은 지독하게 잘 흉내 낸 초고입니다. 이 초고에서 어설픈 이질감을 찾아내고, 어디까지가 쓸모 있는 데이터이고 어디부터가 버려야 할 껍데기인지를 구별해내는 능력, 그것이 미래의 작가에게 가장 요구되는 감각일 것입니다.“

3. 인간의 역할과 개입

- AI는 24시간 대기 중인 훌륭한 조력자
- AI는 주니어보다 시니어 창작자에게 더 유용한 툴
- AI 한계는...모순과 아이러니의 이해 부족

영화 젠플루언서 제작진과 함께 한 현해리감독(사진 가운데 아래)./사진=무암(MooAm)

- AI 스토리텔링 작업에 대한 개인적 정의와 활용 방식은?

”AI는 훌륭한 조력자, 즉 24시간 대기 중인 조감독, 보조작가, PD입니다. 시간이나 인력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제 이야기에 대한 피드백과 구조 개선안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30년 차 상업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이 시나리오를 비평해 줘"라고 AI에 요청하면, 즉시 객관적인 외부 시선이 담긴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AI가 생성하는 피드백이, 실제 3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 프로듀서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이 있는 통찰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설령 그것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역할을 시뮬레이션한 모의 비평이라 할지라도, 창작 과정에서 저희끼리만 논의하며 고착되기 쉬운 시야를 객관적으로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분명합니다. 창작자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앵글을 제시하며 막혀 있던 아이디어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죠. 결국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부족한 인력이나 시간을 보완하고 저희의 창의력을 더욱 강화해주는 훌륭한 조력자라고 생각합니다.“

- AI 스토리텔링이 인간 창작을 보완하는 방식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요?

”자료 조사, 구조 개선, 피드백 이 세 가지 측면에서는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창작의 초기 단계를 매우 효율적으로 개선해 줍니다.

하지만 AI의 제안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것이 내 창작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그저 그럴싸한 함정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AI는 주니어 창작자보다 시니어 창작자에게 더 유용한 툴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시니어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기에 AI의 제안을 필터로 활용할 수 있지만, 주니어는 그 제안에 의존하거나 갇힐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를 수용해야하구요.“

- 현재 AI 스토리텔링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모순과 아이러니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관객을 흡입시키는 극의 전개에는 소위 말하는 반전, 역설, 모순과 같은 고도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AI에게 이를 이해시키려 하면,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기 일쑤입니다. AI는 인간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보편성을 추구하기에 논리를 거스르는 아이러니의 본질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간단한 예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첫 문장,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를 AI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직접 질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 인문학 기반 작가 또는 과학 기반 기술자들과 협업할 때 가장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I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 아이러니와 역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인문학 기반 작가들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과가 이공계에 밀리며 그 가치를 의심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범람하는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AI가 데이터에 기반한 보편성과 논리를 흉내 낼 때, 인간의 모순적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이야기의 왜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AI가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이 인간 고유의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가진 분들과의 협업을 기대합니다.“

4. 실무 경험과 협업의 미래

- 프랑스 칸 시리즈서 韓 전래동화 기반 AI작업물로 호평
- 한국, AI활용 능력 뛰어나...AI 기반 K-콘텐츠 경쟁력은 ‘탁월한 응용력’
- ”AI 프리비즈, 비전을 파는 무기로 활용”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순간이 있다면?

”프랑스 칸 시리즈에서 한국 전래동화를 기반으로 한 AI 작업물을 공개했을 때입니다. 현지 제작자들로부터 “시각적 충격이 즐겁다”는 반응을 많이 받았고, 무엇보다 K-콘텐츠의 핵심인 ‘한국의 이야기’를 해외 무대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컸습니다.“

- AI를 활용한 제작 과정에서 겪은 난관이 있다면요. ‘기술적 딜레마’ 혹은 위험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기술적 딜레마는 일관성 유지입니다. 영화는 컷과 컷 사이의 인물, 조명, 의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는 ‘연속성(컨티뉴이티)의 예술’입니다. 반면 생성형 AI는 매번 새로운 결과를 내놓으려는 ‘랜덤성’을 본질로 갖고 있습니다. 현재 실사 촬영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영화 ‘젠플루언서’를 작업 중인데, 실제 배우가 생성형 AI 아이돌로 1인 2역을 하다 보니, 얼굴과 분위기를 끝까지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라도 앞 장면과 미세하게 달라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랜덤성을 통제하고 영화적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AI 제작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기술적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위험 요소는, AI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비주얼에 스스로 취해버리는 것입니다. 프롬프트 몇 줄만 입력해도 인간이 며칠 동안 작업해야 할 이미지를 몇 초 만에 얻을 수 있다 보니, 그 시각적 쾌감에 빠져 정작 중요한 이야기의 본질과 개연성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이미지라도 이야기와 붙지 않으면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그저 한 장의 그림일 뿐입니다. 비주얼의 화려함보다 내러티브에의 적합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 ‘AI 기반 K-콘텐츠’의 차별성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협업에 대한 전망도 궁금합니다.

”이번 할리우드 AI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수상자의 절반이 한국 감독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기술 그 자체는 미국이 앞설 수 있지만, 그 기술을 응용해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한국이 매우 탁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탁월한 응용력’이 곧 AI 기반 K-콘텐츠의 수출 경쟁력입니다. 과거에는 예산 문제로 해외 수출용 SF나 판타지 장르를 시도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할리우드 수준의 비주얼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한국 특유의 탄탄한 이야기’에 ‘AI로 구현한 고퀄리티 영상’을 입히면서 수출 장벽을 크게 낮춘 셈입니다.

앞으로의 글로벌 협업은 ‘검증된 IP의 공동제작’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AI를 활용하면 기획 단계부터 완성도 높은 프리비즈(Pre-vis)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 프리비즈(Pre-vis)를 활용해 제작비 펀딩을 준비하는 창작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요?

투자자나 제작자를 설득할 때는 “말 100마디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신인 창작자가 머릿속 세계관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서류와 레퍼런스를 준비해야 했고, 그만큼 투자의 문턱도 높았습니다. 이제는 AI를 통해 “이 기획이 실제로 스크린에 걸리면 이런 룩 앤 필(Look & Feel)을 가진다”는 것을 바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AI로 만든 프리비즈를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파는 강력한 ‘설득의 무기’로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세계가 어떤 분위기와 톤으로 펼쳐지는지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순간, 투자자는 훨씬 구체적으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 지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투자의 기회는 훨씬 가까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확신이 묻어나는 인터뷰였다. 그가 가는 길은 어쩌면 완벽한 성공이 담보되지 않은 길일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종횡무진할 수 있는 것은, 이미 AI가 생성한 영상물을 통해 랜덤성으로부터의 자유와 창작 그 이상의 즐거움을 맛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가 앞으로 만들어낼 새로운 영화와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영화 '젠플루언서'의 개봉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은희 인터뷰어

감독이자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영화 '순정'을 연출했으며, 장편 시나리오 '민사소송'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앤캐치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예술대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는 스토리텔링 작법서 '4줄이면 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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