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자 태실·한개마을·성산서원 등 유적 답사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성주) =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원로 영화인들이 이우석(90) 동아수출공사 회장의 초청으로 경북 성주를 찾았다. 지난 5월 30일 열린 이번 문화유산 탐방은 원로 영화인들에게 삶의 원점과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정이자, 세대와 시간을 잇는 귀중한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한 시대 풍미한 영화인들과 성주에서 귀한 동행
이번 탐방 행사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제작자 중 한 명인 이우석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경북 성주로 원로영화인회(회장 이해룡) 모임인 ‘동아회’를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동아회는 이 회장이 지난 3월부터 주도적으로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마련해온 친목 모임으로, 충무로 시대 영화계의 중심이었던 인사들이 함께하며 안부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우석 회장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 영화계의 중흥기를 이끌며,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김수용 감독의 ‘만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 85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한 한국 영화사의 산 증인이다. 현재까지도 동아수출공사 회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제작자이자 문화인으로서 문화훈장도 수훈한 바 있다.
국가민속문화재 한개마을서 전통과 마주해
원로 영화인들은 이 회장의 선산이 위치한 초전면 봉정리 참배를 시작으로 성주 문화유산 순례에 나섰다. 첫 번째 방문지는 한개마을이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55호로, 조선 세종조에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李友)가 처음 입향하여 개척한 마을로, 현재는 그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17세기부터 과거합격자를 많이 배출하였으며, 이원조, 이진상 등 이름난 유학자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승희 선생을 포함한 많은 인물들이 배출됐다.
또한 전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 돌담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과거 줄놀이 중 희생된 광대의 전설이 서린 ‘광대바위’ 등 옛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마을은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전통문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며, 성주군이 추진하는 역사문화관광벨트의 핵심 거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자 태실, 생명존중의 정신 되새겨
이어 두 번째 방문지는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선석산 자락에 자리한 세종대왕자 태실이다. 이곳은 세종대왕의 18왕자와 원손 단종의 태를 봉안한 태실로, 국내 유일의 왕자 태실 군집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태실은 조선왕조가 왕실의 생명 탄생을 기념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한 신성한 장소로, 성주의 태실은 1975년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88호로 지정됐다가 200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44호로 승격됐다. 현재 성주군은 이 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기반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매년 5월에는 성주 생명문화축제가 개최되어 경복궁에서 태봉안을 시작으로 성주까지 봉송하는 전통 의식을 재현하며 생명과 역사,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긴다.
이밖에 성산서원도 둘러봤다. 성산 이씨의 문중 재실로, 서원으로 승격하여 지역 사회의 정신문화를 계승하고 고전 강좌와 고택 음악회 등을 통해 인성 교육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성주군청에서 이병환 군수와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간담회에서는 이 군수가 성주군의 현황에 대한 소개와 성주군의 특산품인 성주 참외에 대한 얘기 등이 오갔다.
이병환 군수는 “이우석 회장님은 성주군이 낳은 인물로 군 발전을 위해 기부도 많이 해 주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우석 회장은 최근 안태근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이 펴낸 ‘(주)동아수출공사 반세기 이우석’(월인)을 이 군수에게 전달했다.
이번 성주 탐방에는 영화배우 이해룡 원로영화인회 회장을 비롯해 한태일, 문철재, 서영석, 오경아, 엄유신, 나오미, 정지희, 정미혜 원로배우 등 15명이 함께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고즈넉한 고택과 성곽, 생명의 상징인 태실 앞에서 저마다 영화 인생을 회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우석 회장은 “오늘날의 동아수출공사가 있기까지 시대를 함께한 원로 영화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화 유산이 어우러진 고향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문화예술인의 노년이 외롭지 않도록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석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행사는 고령의 영화인들에게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라, 영화 인생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여행’이었다. 영화산업의 중심이었던 충무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영화인들에게 잊히지 않는 감동의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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