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엔 시인이 산다...시인 6명이 펴낸 ‘섬진강 시인들’ 시 6選
섬진강엔 시인이 산다...시인 6명이 펴낸 ‘섬진강 시인들’ 시 6選
  • 김두호 기자
  • 승인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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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학기·복효근·장진희·박두규·박남준·이원규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이완규 복효근 박두규 박남준 장진희 백학기 시인
(사진 위 시계 방향으로) 시인 이원규·복효근·박두규·박남준·장진희·백학기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최근 금수강산 국토 남단에 흐르는 아름다운 물길 섬진강 유역에 살거나 지연(地緣)을 가진 백학기, 복효근, 장진희, 박두규, 박남준, 이원규 등 섬진강 여섯 시인이 신작시를 모아 시집 ‘섬진강 시인들’(엠엔북스 발행)을 펴냈다. 

‘강 따라 흐르는 여섯 갈래 詩의 물결’이라는 부제를 큰 제목 위에 올렸다. 시인이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원규 시인은 책머리에 여섯 시인이 지난해 백일홍 백만송이가 핀 섬진강 자락에서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가 개최됐을 때 차례대로 자작시 낭독행사를 한 것을 계기로 뭉쳐서 시집을 냈다고 밝혔다.

전북 진안 팔공산 계곡에서 발원한 강물이 경남 하동을 거쳐 바다까지 223.86㎞, 560리에 이르고 그 유역에는 예부터 시인과 소설가 등 문학인재들이 많이 배출 되었다.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김용만 형제 시인을 비롯해 사촌지간인 김도수, 그리고 정우영 김인호 김해화 송태웅 김남호 박남준 시인, 소설가 김탁환 이성아 정지아 한상준 등이 모두 섬진강 명사들이다.

‘강 따라 흐르는 여섯 갈래 시의 물결 – 섬진강 시인들’의 시집에서 여섯 시인의 시 한편씩을 소개한다.

너의 사랑 (백학기)

한때 너의 사랑을 꿈꾸었던 / 불같은 사랑은 / 사월이 되매 더욱 그리워진다 / 집 없이 갈 길 또한 지평선을 향해 막막하고 / 사람 살아가는 모습 가끔씩 눈물겨운 / 사월이 오면 꽃봉오리에 가 닿는 바람처럼 / 머물고 싶다. 머물러 혼의 종소리를 울리고 싶다 / 그러나 가고 오는 세월은 / 사랑을 덧없다 꿈같아라 이르고 / 먼 집 가까운 불빛 은은하게 앞길을 비추면 / 다시 살아가야할 날이 오지게 서러웁다 / 시여 자유여 / 한때는 너의 사랑을 꿈꾸고 / 나와 너의 사랑이 이 세상에서 / 남겨놓은 그 무엇 없을지라도 / 버릴 수 없다. 이 사랑을 이 세상을 / 너의 숨결을 만지고픈 사월이 오면 / 들판에 노란 뫼꽃 한 우주로 열리고 / 강물에 띄어보는 붉은 연심이 더더욱 / 가슴을 찌르는 이 환한 날들 앞에서

춘향의 노래 (복효근)

지리산은 / 지리산으로 천년을 지리산이듯 /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 섬진강은 / 또 천년을 가도 삼진강이듯 /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 깊어진 제 가슴에 /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 엮어가는 끔 / 그것이 사랑이라면 /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 너나들이 우리 / 사랑은 단 하루도 천년입니다

가을 강 (장진희)

저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상처 / 보석처럼 내밀어 떠들던 사람들 떠나고 / 제 슬픔을 비출 수 없는 / 마른 가을 강 / 바위 위에 앉았던 하얀 물새들도 하나둘 날아올라 / 서녘 하늘 붉은 노을 속으로 떼를 지어 떠났다 / 강기슭 비탈진 숲속 / 어둠이 짙게 배어들어 /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하루씩 하루씩 사그라드는 / 옹이진 나무들 속은 누가 알까 /밤벌레는 그 사연 짚어서 / 저리 깊이 울어대는가

저녁 강 (박두규)

어두워지는 하루의 끝자락에 앉아 / 서서히 빛을 발하는 강줄기를 본다 / 별들은 강둑에 숨어 어둠을 기다리고 / 강에는 어김없이 물고기들이 뛰고 있다 / 나는 아직도 그들이 뛰는 이유를 모른다 / 그랬지 이유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 누군가 떠나면 떠나는 것일 뿐이지 / 그렇게 어둠은 서서히 두텁나루에 닿았다 / 이제 강을 거느려는 일은 그만두고 / 강을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리라 / 바람이 부는 일이나 어둠이 내리는 일이나 / 또는 아침이 오는 것처럼 / 늘 그렇게 저절로 그러하듯이 /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에 힘쓰리라 / 하나 둘 켜지는 먼 마을의 불빛들 / 차분하게 어둠을 맞이하는 이런 저녁처럼 / 이제 강을 건너려 하기보다는 / 강을 바라보는 일에 열중하리라

저녁 강이 숲에 들어 (박남준)

강에 나가 저녁을 기다렸네 / 푸른빛이 눈부신 은빛이 / 전율처럼 노을을 펼쳐 파문의 수를 놓고 있네 / 이럴 때 눈물이라도 찍어내고 싶은데 / 황금빛 능라의 베틀을 걸어 / 수만수천 구비 노래하는 물결들 / 단숨에 물들이는 시간말이야 / 누군가 저 강에 들어 / 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하였네 / 사람도 숲에 들면 고요해지듯이 / 내리꽂고 솟구치며 세상의 낮은 곳으로 노래하다 / 분노하여 범람하고 길이 막혀 신음하던 강물도 / 반짝이는 모래톱과 화엄의 바다 가까이 가닿을 거야 / 거기 갈대의 숲 / 안식에 등 숨결들을 생각하며 / 자장자장 찰랑이다 잦아들겠지 / 저녁 강은 바다에 이를 것이네 / 숲에 들 수 있겠지 그곳에서는 / 비상하던 새의 허공도 / 낡고 고단했을 발자국도 적멸에 안길 것이네

소쩍새의 길 (이원규)

섬진강변 용두리 뒷집 할머니 / 밤마다 백 살 먹은 먹감나무 찾아오는 / 소쩍새를 두고 한 말씀 하시는데 / 에라이 저눔의 새새끼 왜 저러코롬 울고자빠지는지 아요? / 밤 열시에 내 염장질러로 온당께 / 반평생 내 혼자 사는지 다 암씨롱 / 지 혼자 ᄍᆞᆨ을 찾겠다고 고약하니 울고잉 / 텔레비전 끄고 잠들라 함시롱 쳐들어와 / 한식경 또 지랄염병 겁나게 울어 쌓다가 / 강 건너 훨훨 문척 안지마을로 간당께 / 내 다 알지라 훤하게 알고말고잉 /저눔의 소쩍이가 워디 워디로 밤마실 댕기는지 / 으미 흐미 오줌보 터져불겄네잉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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