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청,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 3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 제출
-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우리나라 ‘청산도 구들장 논’ 등 5개 등재
- 국가중요농업유산에는 ‘제주밭담농업시스템’, ‘금산 인삼농업’등 18개
- 닥나무 재배농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효과는 한지 글로벌 홍보계기
인터뷰365 박현수 편집위원(/안동) =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 재배농업과 전통한지 생산 시스템의 국내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열정이 뜨겁다.
재단법인 한지살리기재단(이사장 이배용·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9일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한국자치경제연구원, 안동시, 안동시의회와 공동으로 ‘경상북도 닥나무 재배농업과 전통한지 생산 시스템의 국내 및 세계중요농업유산 가치 진단’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김학모 한국자치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사회로 열린 포럼은 이배용 이사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주제발표 및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배용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지살리기재단은 ‘전통한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을 조직해 지난 여러해 동안 열정적으로 노력해 왔다”면서 “그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아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15일 무형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올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을 선정해 지난 3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의 꾸준한 연구 활동과 지역사회의 역점사업인 ‘경상북도의 한지산업 육성’에 대한 노력은 우리의 한지와 한지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특히 지난 몇 년간 이뤄진 ‘경상북도 닥, 황촉규 재배와 한지생산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한지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걸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조상들이 지키고 발전시킨 닥과 황촉규 재배농업, 한지생산시스템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포럼의 목적”이라면서 “한지와 경상북도 한지산업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격적인 주제발표가 있었다. 김형진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교학부총장)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경북한지의 유래와 가치‘라는 제목을 통해 “FAO(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은 2002년 지속가능한 개발에 관한 세계정상회의(WSSD, 남아공)에서 전통적 농업시스템의 보전을 목적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이니셔티브'를 발족하면서 FAO가 창설한 제도”라고 정의했다.
이어 “지역의 환경에 적용하면서 오랜 동안 형성되고 발달해온 농업적 토지이용, 전통지식, 농업문화, 농업경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세대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은 지난 2014년 ‘청산도 구들장 논’을 시작으로 담양 대나무밭농업시스템에 이르기까지 5개의 유산이 있으며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제주밭담농업시스템’, ‘금산 인삼농업’ 등 18개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닥나무 재배농업과 전통한지 생산시스템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선화 국립문화재연구원 연구사는 ‘한지 주원료로서의 국내 권역별 닥나무와 인피섬유의 특성분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닥나무의 DNA를 활용해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한지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대부분의 닥나무는 닥나무와 꾸지나무의 교잡종임을 확인했다”면서 “교잡종이 아닌 닥나무 염기서열만 가진 닥나무들은 전체 23개체 중 2개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20, 22번 시료의 경우 닥나무와 교잡 이전에 뽕나무와 한 번 이상의 교잡 역사가 있었다고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닥나무 인피섬유의 추출성분 함량은 각 지역별 공방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잿물을 사용해 백피를 삶는 제작공정은 셀룰로오스 이외의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화학적 구성성분 중알칼리, 알코올-벤젠 추출성분의 함량이 적고 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품질의 원재료이며 추출성분 함량이 높을수록 펄프 수율을 감소시키고 증해제의 소비량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제3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오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우리나라의 닥나무 재배와 연구현황’이라는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 닥나무를 재배한 시기는 문헌상 기록으로 고려사 및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 나타나며 조선시대 이후에는 전국에서 닥나무를 재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까지 만해도 규모 있는 닥나무 재배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으나 현재는 거의 사라져 “국산닥나무 원료 확보 문제는 전통한지업의 위기와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닥나무 우량종 선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닥나무 지역종을 수집해 생장 특성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통계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계속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원희 한국자치경제연구원 글로벌유산센터장은 ‘경북 닥재배농업과 전통한지생산 농업시스템의 보전관리와 활용’이라는 주제를 통해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초기의 닥나무재배지와 한지 생산지가 전국에서 경상북도가 5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올해 조사한 한지산업타당성 연구용역에서 전국의 서원 및 향교의 한지소비량도 전국적으로 경상북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상북도 한지의 가치를 높여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유 센터장은 그러나 “우리가 5년에 걸쳐 우여곡절 끝에 담양 대나무밭농업시스템을 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등재한 것을 벤치마킹한 중국은 중국의 대나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대나무와 닥나무가 농업이냐 임업이냐를 놓고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닥나무의 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단기적으로 닥나무농업 보전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농가별 네트워킹, 농민협의회 구성, 닥나무 황촉규 경관·생산지원 보전 및 농촌공간구성 정책도입과 닥농업마을을 지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장기 계획으로는 경북에서 생산한 닥, 황촉규 전국 판매 원스탑진행 체제 구축, 경북한지재료농업회관(농업전시박물관)건립, 유네스코, UN, FAO 세계유산 등재가치 보전관리 및 활용사업을 진행하고 국산 닥, 황촉규 등의 성분분석과 자격기준으로 품질관리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닥나무 재배농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효과는 한지의 글로벌 홍보계기가 될 것이며 한지의 생산시스템이 포함된 한지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제발표에 이어 최태호 충북대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에는 닥나무 재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진행됐다.
유종숙 안동시 미래농업과 과장, 조현진 조현진한지연구소장, 김춘호 문경한지 한지장 전수조교, 금교일 안동 도산마을 참닥 재배 영농조합, 국가중요어업유산 뻘배어업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진행한 장동범 전국어민회총연맹 보성군엽합회장, 이병섭 안동한지 대표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장동범 회장은 “아무리 좋은 유산도 사람들이 공유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서 “등재된 이후에도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의 숙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숙제를 혼자서 할 수 없으니까 협의체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유산을 지속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행정적인 지원과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병섭 대표는 “닥나무 원료 창고 면적이 갈수로 줄어들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농촌의 고령화가 원인이라고 제시했다.
이 대표는 “현장의 인력이 70대도 젊은 편에 속하고 대부분이 80대”라며 이분들마저 세상을 떠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해 한지 생산과 공급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는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며 걱정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당국에서 인건비 등을 일정부분 지원해준다면 젊은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행정 당국 쪽에서 유종숙 안동시 미래농업과 과장은 “안동시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닥 재배 농가가 안동한지에 납품하면 kg당 수매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재배농가가 10가구 정도로 종사자들이 80대 고령이다 보니 한계에 부딪혀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령 종사자들이 돌아가시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워져 시에서는 닥나무 재배를 지역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농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재배작물로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닥 재배 농가 소득이 증대되고 자연적으로 농업인들도 늘어나 닥 원료 공급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조현진 조현진한지연구소장은 “닥 껍질을 벗기면서 시골에서는 인력이 없어 도시의 경로당에 일을 맡기려다 보니 수익이 20만 원이 넘으면 연금이 나오지 않게 된다”면서 이와 같은 제도의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값비싼 국산 한지와 비교해 저렴한 수입지가 널리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지에 대한 수요 창출이 늘어나야만 지속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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