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선이 만난 굿피플] 비번날 등산중 구조 ‘열혈 소방관’ 박준흠...취득한 자격증만 20여 개 달해
[김리선이 만난 굿피플] 비번날 등산중 구조 ‘열혈 소방관’ 박준흠...취득한 자격증만 20여 개 달해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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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고양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박준흠 소방장
- 북한산과 한강서 산악·수난 구조...한 달에 많으면 10번 넘게 산으로 출동
- 소방구조업무 위해 취득하기 시작한 자격증..."다양한 분야에서 도움 주고 싶어요"
- ‘2023생명존중대상’ 수상...생명존중 문화 확산 기여하고 싶은 바람
고양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박준흠 소방장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북한산은 등산객들로 인파가 몰리는 인기 명소다. 그렇다 보니 각종 사고로 인한 응급 신고도 잦은 편이다. 박준흠 소방장(36, 고양소방서 119구조대)은 쉬는 날에도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몸부터 움직이는 열혈 소방관이다. 그는 지난 8월 비번날 북한산에 올랐다가 다친 등산객을 업고 소방 헬기까지 무사히 후송해 생명을 구했다.

박 소방장이 속해있는 경기 고양소방서는 북한산과 한강을 끼고 있어 산악구조와 수난구조가 주요 업무다. 특히 등산객이 많은 날에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주말 근무 시 산악구조 출동 신고는 ‘무조건’ 있다고 보면 되고, 많으면 하루에 2~3번씩 산으로 출동한다는 그는 험난한 산에서 구조가 필요한 이들에겐 '슈퍼맨' 같은 존재다. 

북한산 산악 구조 중인 박준흠 소방장과 구조대원들 

박 소방장은 휴일에도 쉬지 않는 소방관의 직업정신으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하는 ‘2023생명존중대상’에서 사회적 의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소방장을 지난 15일 ‘2023생명존중대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만났다. 응급실에서 한가하다고 말하면 환자들이 몰려든다는 속설처럼 금기어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근무 중 누가 장난식으로 “오늘 날이 너무 좋다”, “산이 좋다” 고 말하면 출동이 자주 걸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출근길에 등산복장이 많이 보인다 싶으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합니다.”

많으면 하루에 2~3번씩 산으로 출동..."산악구조 위해 산행 시작했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주최하는 ‘2023생명존중대상’에서 사회적 의인 수상자로 선정된 박준흠 소방장이 인터뷰365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산행 중 일어난 사건 사고 관련 출동이 다른 소방서에 비해 많은가.

“출동 건수를 보면 다른 소방서에 비해 산악 구조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북한산 백운대로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주말 근무 시엔 무조건 산악 출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보통 7번~10번 정도 산으로 출동을 나간다. 등산 성수기 때는 더 많이 출동하기도 한다. 하루에 2~3번씩 산으로 출동할 때도 있다. 지금은 비수기 때라 그래도 조금은 줄었다.”

박 소방장은 올해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2023년 1월 1일 새해 해맞이 행사 진행 중 북한산 정상에서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저하된 20대 여성을 발견해 인명 구조에 나섰고, 지난 3월에는 북한산 의상봉에 발목 부상으로 거동을 할 수 없던 70대 남성을 안전하게 구조 헬기에 후송하는 등 긴급한 구조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산악 구조 현장
산악 구조 현장

박 소장방의 소방관 임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8월 27일 비번 날 아내와 함께 북한산 백운대 정상을 향해 등반하던 중 낙상으로 양쪽 다리를 모두 다쳐 가족의 부축으로 고통스럽게 하산하는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구조에 나섰다.

그는 “발견 장소가 2시간 이상 하산해야 하는 거리였고, 해도 지고 추가로 2차 사고 발생까지 우려됐던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이날 함께 있던 동료 소방관이자 아내 양주경 소방장(경기 북부 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도 구조에 힘을 보탰다. 당시 같은 고양소방서의 구급대 소속이었기에 아내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응급 처치를 도맡았다. 박 소장방은 119에 전화해 헬기를 요청한 후 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헬기 이송 장소까지 100m에 이르는 가파른 길을 업고 등반한 끝에 안전하게 소방헬기에 인계할 수 있었다.

- 안전 산행을 위한 당부가 있다면.

“백운대는 그렇게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돌 구간도 많다. 무리하거나 익숙지 않은 길을 가다가 부상을 입기도 한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는 얇은 천이나 비닐, 응급처치 키트, 그리고 충분한 배터리 정도라도 챙겨가시면 혹여 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 산악 구조가 많다보니 산도 잘타야 할 것 같다. 평소 등산은 즐겼나.

“사실 등산은 안 좋아했다. 하하. 고양소방서로 부임한 후 미리 산길을 파악해두면 보다 신속하게 구조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비번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산행에 자신감도 생겨서 여유를 즐기면서 산을 오른다. 출동을 받고 나갈 때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월등히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마라톤도 하고, 러닝도 많이 한다.”

8여 년간 취득한 자격만 20여 개...소방구조업무 위해 자격증 공부하기 시작

고양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박준흠 소방장

박 소방장은 2015년 소방관 임용 후 첫 부임지인 고양소방서를 시작으로, 파주소방서를 거쳐 2022년 1월부터 다시 고양소방서에 몸담고 있다.

박 소방장이 지난 8여 년간 취득한 자격만 20여 개에 달한다. 인명구조사 1급을 시작으로 화재대응능력 1급, 화학사고대응능력 1급, 응급구조사 2급 등 소방 시 필요한 자격증뿐 아니라, 대형 면허증, 대형견인 면허증, 구난차(렉카) 면허증 등 운전 분야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드론 자격증, 로프 자격증도 있다. 모두 소방관으로 임용된 후 소방구조업무를 위해 취득한 자격증이다.

- 자격증이 다양하다. 자격증을 취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일을 하다 보면 화재진압뿐 아니라 다양한 출동 신고가 들어온다. 고양이가 다쳤다는 신고도 있고, 동파 신고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다보니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도 있는데, 최근 전문적인 테크니컬 강사과정도 마무리했다. 지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자격증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은 왜 필요한가?

“인명 구조를 위해서다. 제가 속한 소방서 관할에 북한산도 있지만, 한강도 있다. 한강에서 발생하는 수난(水難)구조도 많이 있는 편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다 스쿠버 다이빙에 취미도 생겼다.”

 한강 수난 구조 중인 모습
 한강 수난 구조 중인 모습

- 수많은 생명을 구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를 소개하자면.

“딱 하나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출동을 나가 상황이 긍정적으로 마무리 됐을 때다. 우리 대원들도 안 다치고, 구조도 무사히 이뤄지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희열도 많이 느낀다. 또 구조되신 분들이 저희에게 고맙다고 연락을 하시거나, 소방본부 게시판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주실 때도 있는데, ‘아, 이 직업이 나와 잘 맞구나’ 뿌듯하다.”

- 구조 작업을 하다가 생명이 위태롭거나 긴박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한강에 익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조류가 정말 셌다. 시야까지 안 보이는 환경에서 인양 작업할 때는 저도 사람인지라 두렵기도 하지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유가족들을 떠올리며 인양을 했던 일이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가 연락이 안 된다는 딸의 신고로 20층 아파트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집으로 진입한 적도 있다. 의식이 거의 없으신 상태로 쓰러져 계셨다. 다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큰 문제는 없었다. 파주소방서에 재직할 때는 대형 공장 단지가 많다 보니 대형 화재 사건이 많다. 지붕에서 화재진압을 하다가 추락할 뻔한 적도 있다. 멧돼지 때문에 크게 놀란 적도 있다.”

- 멧돼지라니?

“파주에서는 멧돼지 출몰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저희가 가진 장비로는 잡을 수 없어서 엽사를 투입한다. 어느 날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그 총소리에 놀란 멧돼지가 돌진하니 저희도 놀라고, 정말 기절할 뻔했다. 하하. 잡긴 잡았다. 또 차에 고라니가 들어왔다는 택시기사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차와 충돌한 고라니가 차 범퍼 사이에 껴있었던 일도 있다.”

- 재난 현장의 최전방에서 분투하며 트라우마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데.

“최근에도 화재 현장에서 소사 되신 분을 조문했다.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선배님들도 십수 년 전 일들이 아직도 기억나신다며 이런 게 아마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고 트라우마인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현장에서는 의연하게 대처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복귀 후엔 PTSD 같은 게 조금은 남아있다. 그래도 지금은 소방본부에서 그런 대원들에 대한 복지를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고, 많이들 좋아지고 있어 점점 개선되고 있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

박준흠 소방장(고양소방서 119구조대)의 ‘생명존중대상’ 수상 축하를 위해 시상식장을 찾은 선후배 동료소방관들.

- ‘2023생명존중대상’ 수상을 축하한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영광이다. 너무 감사하다. 수상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내도 기뻐하고 좋아하더라. 제가 이 상을 받긴 했지만, 팀원들, 그리고 고양소방서 구조대원들과 함께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는 소방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 소방장이 수상한 ‘생명존중대상’은 일상 속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한 공로자를 발굴, 포상해 생명존중문화 가치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박 소방장은 이번 생명존중대상 수상을 계기로 생명존중 문화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에 기여하는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예전에 방 안에 갇혀 있던 36개월 아기를 외부 창문을 통해 진입해서 구조한 적이 있어요. 보통 낯선 사람이 창문으로 들어가면 놀라고 울 텐데 해맑게 웃고 있었죠. 철수하면서 그 아기의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아이의 꿈이 소방관이라고. 아이가 웬만한 소방차 종류를 다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소방관으로서 뿌듯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했던 경험이기도 했고요.”

‘2023생명존중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후 가족과 함께. 사진 왼쪽이 아내이자 동료소방관인 양주경 소방장.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24년 한 해를 맞아 이루고픈 소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의 건강”이라고 말했다. 박준흠 소방장, 양주경 소방장 부부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소방관 부부다. “아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해져서 저와 평생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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