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36년 간 지적장애인 생활시설(동천의 집)에서 일하며 결혼해서 시설을 퇴소한 지적장애인 부부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도맡은 정현숙 씨가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에 선정됐다.

그는 지금까지 스무 쌍의 지적장애인 부부와 퇴소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며 집안 대소사부터 자녀양육까지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정 씨는 시설에서 생활하다 결혼한 20가정의 자녀 양육과 치료를 지원해주는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용자도 자립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형제가 강원도 양양에서 집을 나란히 하고 오순도순 사는 부부가 있어요. 이 중 형의 아들이 안과 수술을 받게 되어 지원을 했고 향후 취업도 할 수 있도록 자격증 준비도 도왔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보니 퇴소 후에도 마음이 쓰였죠.”

정 씨는 자신이 도운 많은 가정들을 떠올리며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최근에 시설에서 만나 결혼한 가정은 ‘아이도 낳고,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고 하기에 여수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약간 지원을 해줬거든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설로 찾아와서 사진도 보여주며 얼마나 기뻐하던지 저도 덩달아 친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했죠.”

정 씨는 1984년 입사 이래 자신의 휴무일에도 동료들의 휴식을 위해 직원들의 대직업무를 지원하며 쉬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등 장애인과 종사자들의 울타리가 되어줬다.

정 씨는 “지금 이용자들도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형, 언니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품고 꿈을 키우고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씨는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많은데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고 겸손해 했다. 

“저는 다행히 좋은 시설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지만 성인이 되어 집에만 있는 재가장애인을 돌보시는 분들은 저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세요. 다음에 시상이 있다면 그분들이 공헌하신 것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상을 수상한 정 씨 이외에도 ▲은퇴 후 13년 간 무려 1만5000시간 동안 어르신‧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홍경석 씨 ▲장애인-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지역사회를 위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펼친 사회복지사 심희경 씨 ▲매달 장애아동 공동생활가정에 방문봉사를 펼치는 샤롯데봉사단 등이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차원에서 올해는 시상식이 열리지 않는다. 대신 서울시는 수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직접 상패를 전달한다.

2003년 제정된 ‘서울시 복지상’은 이웃사랑 실천으로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과 단체를 선정한다. 매년 '복지자원봉사', '후원자', '종사자' 3개 분야에 걸쳐 대상 1명, 최우수상 3명(각 분야 1명 씩), 우수상 6명(각 분야 2명 씩) 등 10명을 선정했으며 17년 간 총 170명(단체)에게 시상했다.

김리선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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