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정의파 미술선생 공유
영화 <도가니>의 정의파 미술선생 공유
  • 김선
  • 승인 2011.1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작을 보고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인터뷰365 김선】“원작을 보고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광주 인화학원 청각장애아드르이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연일 신문 사회면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여론에 밀려 마침내 인화학원의 설립 허가가 취소되고 수사기관이 과거의 그 사건을 재수사할 만큼 파문을 낳고 있다.

<도가니>의 주연 배우는 ‘스윗가이 ’‘로맨틱가이’란 닉네임이 따라 붙는 공유이다. 선한 눈빛에 나긋나긋한 목소리, 훤칠한 키와 잘생긴 이목구비, 마주앉아 얘기를 해보면 4년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속 최한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유는 첫 영화 데뷔작인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에서부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은 최신작 <김종욱 찾기(201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2011년 행보는 남다르다. 영화 제작을 직접 제안하면서까지 열의를 보인 영화 <도가니>를 통해 또 다른 배우의 면모를 보여준 것. 공유는 상처받은 청각장애아들을 위해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미술교사 인호 역을 맡아 가슴을 울리는 연기로 자기 몫을 충실히 해냈다.

지금까지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볼 만큼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도가니>로 인해 더불어 주목을 받고 있는 공유는 “영화의 출발점에 있었을 뿐, 이 영화는 모두가 다 함께 일궈낸 작품”이라며 한사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겸연쩍어 한다.

인터뷰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건 그의 매끄러운 말솜씨보다도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있는 진심이었다.

영화 <도가니> 제작을 처음으로 제안했다고 들었다.

군대 병장시절, 진급기념 선물로 공지영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받아 읽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컸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실화인지조차 모르겠더라. 이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난 이제껏 왜 모르고 살아왔을까란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묻혀진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인호에게서 웬지 모를 연민이 느껴졌고, 그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영화로 반드시 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내가 느꼈던 심정을 함께 공감했으면 했다.

제안 당시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의 대답은?

군대에 있는 나 대신 소속사측이 공지영 작가께 판권을 문의해줬다. “공유라는 배우가 원작을 영화화 하고 싶다는데 가능합니까”라고. 공지영작가가 흔쾌히 승낙하셨다더라. 나에 대한 신뢰만으로 선뜻 응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했다.

<도가니>의 제작소식이 알려진 후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날 잘 아는 측근들은 “너 답다”고 하더라. 스스로도 나와 크게 벗어나 있다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대부분은 “공유가 영화 제안을 했다고?” 놀라움 반 의구심 반이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 모습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이런 반응에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제안이 거절됐으면 어쩔 뻔했나.

혹여 내 제안에 많은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고 넘어갔다고 해도, 내가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어도 내겐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하나만 믿고 손을 내밀어주시는 분들이 늘어갈 때마다 “난 정말 행복한 배우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소속사도 내 적극적인 열의를 보고 뭔가 심상치 않았던 것을 인지했는지 내 대신 판권을 구입해줬다. 물론 내가 아닌 그 누군가의 제안으로 <도가니>의 영화화가 성사가 됐다 해도 분명 행복했을 것 같다.

흥행까지 생각해봤나.

제안을 결심했을 때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했다. 흥행과 결부지어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나도 그렇고 영화 관계자분들도 그랬을 것 같다. 사실 흥행을 기대했다면 투자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분들도 “니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투자가 쉽겠느냐”는 우려를 했으니까. 결국 이렇게 영화가 완성된 걸 보면 많은 분들도 내 생각과 같으셨던 것 같다.

<도가니>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막상 내가 저지른 일이라 생각하니 책임감이 막중했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게다가 극 속 인호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안내자 역할이다. 매 신을 찍을 때마다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짓눌렀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진이 빠질 정도였다.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도가니>는 아팠지만, 행복했던 작품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내겐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개봉 5일만에 100만명이 들었다. 그때 기분은 어땠나.

완성본을 본 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하고 정신이 번뜩 들더라. 시사회가 끝난 후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들에게서 진심을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달달한 로맨스물인 <커피프린스 1호점><김종욱 찾기>등 전작과 달리 <도가니>는 사회고발성이 짙은 영화이다 보니 기존과 비교해 캐릭터에도 변화가 왔다.

사실 이 영화가 공개된 후 캐릭터 변신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이 아닌가 부담스러웠다. 내 변신을 위해 영화를 제안한 것도 아니었고, 나 이런 사람이에요, 알아주세요라고 선택한 작품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점들이 영화에 혹여 독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꼭 말씀드리고 싶다. 이 영화의 출발점에 내가 있었지만 <도가니>는 다 함께 일궈낸 작품이라는 것을. 결코 공유의 변신 따위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치 내가 다 한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 함께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어둡지는 않았나.

전혀. 현장은 활기 넘쳤다. 무겁고 어둡다는 스토리를 의식해서인지 오히려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아역배우들과 함께 하는 촬영신이 꽤 됐기 때문에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삼촌과 조카 사이 같았는데, 호칭도 아저씨, 오빠 등 제각각이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었나.

뭐 33살이면 이제 아저씨인데. 하하.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10년 후의 미래가 기대된다.

공유에게 30대는 어떤 의미가 있나.

예전에는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안으로 삭히는 편이었다. 항상 신중했고, 깊게 생각했다.

욕심만큼 내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업이다보니 스스로에게 엄격해졌던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방어벽을 많이 쳤다. 직업적인 영향도 있겠고, 피해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싫어했다. 사생활에 관한 한 확실하게 존중을 받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30대가 되고 군대 생활을 거친 후 매사에 유연해짐을 느꼈다. 소심해서, 상처받을까봐 드러내지 못했던 부분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드러낼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20대 보다 유해진 것 같다. 마음을 비울 줄 알고, 시야도 넓어지고.

2008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갑작스럽게 입대했다. 아쉬움이 컸을 텐데.

당시 드라마 종영 후 약 3개월 후에 입대를 했다. 그러나 미련은 없었다. 즐겁게 촬영했고 내 모든 것을 드라마에 쏟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 이제 (군대로) 갈게요’ 였던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군대로 도망갔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커피프린스 1호점> 성공 이후 쏟아지는 관심은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때론 사적인 면에서 감당하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양날의 검이라고 해야 하나.

입대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분들은 물론 안타까워했다. 나 역시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입대로 은퇴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나를 지지해주실 한 명은 있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모든 것은 나 하기 달렸다고 생각했다.

30세에 늦깎이로 입대 했다. 배우로서의 조바심은 없었나.

전혀 일 생각은 안했다. 군대에 있던 2년간 배우 공유를 버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로서도 충전의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입대해서인지 다행히 군 생활은 덜 힘들었던 것 같다. 하하. 빡빡 머리를 밀고 추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PX(군대내 매점)에 가는 생활은 나도 마찬가지였고, 동료들도 어느 순간엔 나를 옆집 형처럼, 친구처럼 편안히 대하더라. 철원에서 반년을 산속에서 보낸 적이 있다. 유격훈련 후 대원들과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고 있는데 다른 부대원들이 나를 발견하곤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모습을 본 동기와 선후임들이 “형 괜찮겠냐”고 내 몸을 가려준 적이 있다. 나는 신경 안 썼는데. 하하.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아이였을 것 같다.

남자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무리지어 잘 다니긴 했지만 튀는 아이도 아니었고,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공부 잘하는 무리들과 ‘껄렁’한 무리들과도 무난하게 잘 섞이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키가 많이 컸다. 반에서 20번 정도 하던 키가 중학교 3학년 때 쑥쑥 크더니 갑자기 180㎝가 됐다.

군대에서 라디오 DJ도 맡았다. (국방홍보원 연예병사로 복무한 공유는 국군방송 KFN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공유가 기다리는 20시>의 DJ로 활약했다.)

국군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신인시절 6개월간 라디오DJ를 잠깐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땐 좀 더 성숙해진 후에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군대에서 하기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군대에서 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밤마다 친구에게 넋두리 하듯 편안하게 대화하면서 팬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청취자들과의 소통은 내 군대 생활의 활력소이기도 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어 제대 첫 복귀작이 로맨스물인 <김종욱 찾기>였다.

<김종욱 찾기>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제대 후 선택한 영화가 또 로맨틱코미디야?”“또 쉽운 거 택했네”등 말도 많았다.

<도가니>도 그렇지만 난 장르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좋은 느낌이 팍 꽂히면 결정짓는 스타일이다. 혹자는 로맨틱 코미디란 장르를 쉽게 보지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김종욱 찾기>역시 쉬운 작품이 아니었고, 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컸다. 내겐 도전이었다. 내게 매 작품은 도전이었고 다 어려웠다. 쉬웠던 적은 없었다.

제대 후 줄곧 영화로만 팬들을 만나고 있다. 드라마 복귀는 언제 할 예정인가.

물론 드라마 욕심은 있다. 그러나 워낙 <커피프린스 1호점>이 히트를 쳤기 때문에 기대감이 커서 걱정이다. 이를 넘어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때 출연할 거다. 한결(<커피프린스 1호점> 속 공유의 배역)을 넘을 만한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하.

앞으로 직접 연출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나.

나는 배우의 몫을 충실히 하는 거고, 연출은 감독의 몫이다. 아직 난 연기도 힘들다니깐. 하하. 우선은 한 분야에서 잘 해내고 싶다. 할리우드에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해내는 배우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중에라도 연출에 욕심이 생기면 연기는 접고 충분히 공부한 후에 본격적으로 연출에만 전념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기존의 필모그라피에서 볼 수 없었던 깜짝 놀랄만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의 10년이 너무 기대된다.

김선
김선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