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총감독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인재진 총감독
  • 한동수
  • 승인 20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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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벅한 자라섬에 재즈 선율을 풀어놓다”

【인터뷰365 한동수】“척벅한 자라섬에 재즈 선율을 풀어놓다”

지난 10월 1~3일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 일대에는 밤낮없이 흥겨운 재즈 선율이 울려퍼졌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자라섬 국제제즈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 젊은이들은 재즈 리듬에 몸을 맡기며 일상의 고단함에서 잠시나마 탈출햇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 총 75만5000명의 관객이 참여한 재즈 축제다. 올해는 국내에서 56개팀, 해외에서 25개팀 등 모두 21개국 81개팀이 참가해 총 9개 무대에서 재즈 선율을 선보였다.

폭우만 내리면 어김없이 물에 잠기던 경기도 가평 폐허의 자라섬. 이 상습침수지역이 2004년 가을부터 물이 아닌 재즈의 선율에 잠기게 된 중심에는 인재진(46) 총감독이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이 섬에 국내외 뮤지션이 모인 음악축제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것이다. 올해로 8회째 계속되고 있는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이제 자연과 재즈가 어우러진 축제로, 한해 관중이 15만명을 훌쩍 넘는 아시아 최대의 음악축제로 성장했다. 유럽의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출연해보고 싶은 꿈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이 척박한 섬에 재즈의 선율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인재진 총감독. 30대 후반의 나이에 ‘황량한’ 섬에 ‘황당한’ 계획을 세웠던 장본인이다. 이제는 40대 중반을 넘긴 인 감독의 첫인상은, ‘총감독’답게 큰 키와 큰 목소리의 카리스마 넘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멀리 빗나가 있었다. 잔잔한 음성에 소년 같은 인상이었다.

상습침수지역 자라섬에서 열린 재즈패스티벌

인 감독과 자라섬의 인연은 아주 사소한 만남에서 비롯됐다. 2003년 어느 신문사에서 주최한 문화캠프에 특강을 갔는데 수강생 중 가평군청 문화관광과에 소속된 공무원이 있었다. 외국의 유명한 재즈페스티벌을 소개한 인 감독의 강의 내용에 관심을 가졌던 그 공무원이 그에게 가평군 방문을 요청했다.

난생 처음 가본 자라섬은 그러나 상상 이상이었다. 비만 오면 발이 푹푹 빠져 절대로 음악축제를 벌일 수 없는 곳이었다. 인 감독이 당시를 돌이켰다.

“자라섬은 재즈페스티벌 후보지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곳이에요. 처음 가보고는 뭐 이런 곳으로 날 데리고 왔나 싶을 정도로 가평군 관계자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 오래전에 참석했던 영국의 음악축제가 떠올랐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운치가 남달라 감동을 받은 축제였는데 이 축제가 문득 자라섬과 오버랩되면서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라섬과 인 감독의 첫 대면은 이렇게 극적인 반전의 인연으로 돌아섰다.

막상 황무지나 다름없던 자라섬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칼을 뽑아든 인 감독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휘둘렀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비전을 봤기 때문이다. 인 감독은 허리엔 무전기, 손에는 핸드폰, 머리엔 헤드폰을 쓰고 섬 끝에서 저 끝까지 뛰어다니며 자라섬을 페스티벌 장소로 변모시켰다. 국내외 재즈뮤지션을 섭외하는 일부터 공항에서 픽업하는 일, 숙박 등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폭우와 눈물과 감동이 어우러진 제1회 페스티벌

2004년 10월 드디어 첫번째 페스티벌이 열렸다. 인 감독의 노력 덕에 국내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재즈뮤지션 12팀을 포함해 15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오 하느님! 그토록 힘겹게 악전고투하며 성사시킨 페스티벌 첫날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야외무대가 주무대인 전원형 페스티벌인만큼 비와 상극일 수밖에 없는데, 기어코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장화를 신고 공연 진행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비가 이렇게 오는 날, 서울도 아닌 가평에서 열리는 재즈페스티벌에 과연 관객들이 올까. 인 감독은 진인사대천명,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공연이 시작될 즈음, 한 손으로 폭우를 쏟아붓던 하늘이 다른 한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자라섬과의 첫대면 이후 있었던 반전처럼 또 하나의 반전이 그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무려 3천여명의 관객들이 운집한 것이다. 그들은 빗속에 몸을 맡기고 재즈선율에 빠져들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비와 관객들은 하나 되어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자라섬엔 늘 재앙이었던 폭우가 처음으로 축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인 감독은 빗속에서 뜨거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비와 눈물과 환호 속에 시작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지난해만도 16만8000명이 방문하는 등 지난 7년간 총 75만5000명이 찾는 대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재즈 사과, 재즈 막걸리 등 가평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진화는 지금까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과수원을 임대해 특별 재배한 ‘재즈사과’를 내놓고, 재즈페스티벌에 때 맞춰 ‘재즈 막걸리’와 ‘재즈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역경제와 축제가 하나가 되어 함께 커나가야 한다는 인 감독의 생각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8년 전 ‘도대체 가평과 재즈가 무슨 연관성이 있어?’라며 생소해하던 지역민심도 이젠 재즈에 젖어들었다. ‘재즈헤어’부터 ‘재즈컴퓨터’, 심지어는 ’재즈모텔‘까지 읍내 상호로 등장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스며들었다. 재즈가 가평의 아이덴티티로 정착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는 대규모 캠핑장을 조성해 사계절 휴양지로서의 면모도 갖춰나가고 있다. 이 캠핑장에는 사계절 기후와 관계없이, 겨울철 혹한 속에도 강변의 설경을 즐기려는 캠핑족들이 줄을 잇는 명소가 됐다. 지난해 12월에 개통된 경춘선전철로 상봉역에서 1시간 거리로 가까워진 ‘역세권 가평’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엔 좋은 기회다. 올해 말로 예정된 용산에서 춘천까지 44분에 주파하는 특급 열차가 개통되면 가평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명실상부한 수도권역이 된다.

인 감독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맞춰 10회째가 되는 2013년을 기점으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발전에 대한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 “기존 페스티벌의 컨셉은 이어가면서 봄 가을 시즌 축제를 열거나 아니면 사흘뿐인 축제의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인 감독의 꿈은 사실 훨씬 더 크다. 가평에 음악학교를 만들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젊은 뮤지션들을 길러내는 것이 궁극적인 그의 꿈이다.

음악적 재능 발굴에 탁월, ‘자유로운 영혼’이 섭외의 비결

인 감독의 ‘실토’에 의하면 고려대학 영문과 학창시절에 그는 모범생이 아니었다. 전공도 잘 맞지 않았다. “음악이 좋아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 색소폰을 불었는데, 오히려 내 자신이 얼마나 음악적 재능이 없는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어요.”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인 감독은 자신이 음악적 재능이 있는 이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주는 일에 관심과 재능이 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누군가를 섭외하고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그는 1993년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음악페스티벌 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인 감독이 뮤지션을 만나 섭외하고 자신의 무대에 오르게 하는 데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작용한다. 그 매력은 바로 ‘자유로운 영혼’. 그 자유로운 영혼은 마치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저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 사람의 마음에 동심원을 만든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하고 진솔함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그의 주변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대학생 때 과외교사를 하던 시절, 학생들이 하도 그를 열성적으로 따라 자신의 학습법을 ‘간증과외’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신도들이 간증을 하듯 자신의 과외법을 따른다는 것을 유머스럽게 빗댄 말이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을 만들고 또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도 인 감독의 매력,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의 주변에는 마치 그의 분신인 것처럼 한마음으로 공연 준비를 하는 직원들이 있으며, 그가 초대하는 국내외 뮤지션들은 다른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쉬는 날에는 북한강으로 낚시가는 것이 취미

인재진 감독이 요즘 재즈 외에 빠져있는 것은 낚시다. 비가 유난히도 많았던 올여름, 그는 비만 그치면 쏜살같이 강가로 달려 나갔다. 꾼들도 잘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비 그친 후면 잘 잡히는 메기며 뱀장어를 숱하게 만났다. 그의 낚시 열정은 지렁이 미끼를 낚시가게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땅을 파서 잡아 쓸 만큼 뜨겁다.

늘 강으로 내달려가는 그의 습관을 알기나 한 듯 인 감독은 올해 환경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제는 취미뿐 아니라 의무감에서 강을 사랑하게 된 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는 북한강 맑은 물을 보다가 남쪽의 오염된 강을 보면 안타깝다”며 “깨끗하고 맑은 강물만큼 사람을 안정시키고 좋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올해 10월 1~2일 치러지는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바쁜 일정이 끝나도 그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붕어를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낚시 하러 한번 꼭 오십시오. 내 비밀 장소가 3곳인데 특별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하. 벼가 익어가는 가을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북한강 붕어를 만나러 가시지요. 가평의 민물매운탕 맛도 일품입니다.”

자라섬을 한국 재즈의 메카로 각인시킨 인 감독은 지난해부터 전남 광주로 그의 행보를 넓혀나갔다.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 연출을 맡았기 배문이다. 인 감독은 올해로 2회째 8월 26~28일 사흘 동안 열린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 대해 “마치 소풍 나온 기분으로 시간대별로 음악을 골라 들으며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표현한다. 이 페스티벌은 국악뿐 아니라 쿠바·몽골 음악, 라틴재즈, 레게 등 다양한 월드뮤직의 고수들을 만날 수 있다. 인 감독은 앞으로 3~5년 안에 광주페스티벌도 자라섬 페스티벌처럼 자리를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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