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랑' 한효주 "스크린 속 낯선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인터뷰] '인랑' 한효주 "스크린 속 낯선 내 모습을 발견했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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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랑', " 낯선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임해...만족스럽다"
-2004년 데뷔 후 14년차 배우..."처음으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어...내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여정"
배우 한효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한효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당차고 통통튀는 매력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드라마 '동이'(2010), 'W'(2016), 영화 '오직 그대만'(2011), '감시자들'(2013), '해어화'(2016) 등의 작품에서 폭넓은 감정 연기로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20여명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에서는 흔들림없는 연기로 다시금 그의 진가를 입증하기도 했다. 

영화 '인랑'은 "낯선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한효주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 속 아픈 상처를 가진 이윤희는 갈등과 연민, 그리고 사랑이란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다. 비록 아쉬운 흥행 성적이지만, 한효주에게는 배우로서의 또 다른 도전이자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한 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잠시 쉼표를 찍었다. "처음으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는 한효주는 "내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인랑'을 찍고 나니 

일기를 가끔 쓰는데, 영화를 찍기 전 일기를 꺼내봤다.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는데, 제 일기장에 가장 많이 쓰여있던 말이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였다.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낯선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로 임했던 것 같다. 김지운 감독님이라면 그 얼굴을 꺼내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다. 내가 봐도 스크린에서의 내 모습에서 낯선 지점을 느꼈으니까. 배우로서 만족한다.  

(영화 '인랑'은 '공각기동대'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원작의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불리는 '인랑'(1999)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근 미래, 남북한이 7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통일을 선포한 가운데,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찰조직인 특기대, 그리고 통일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권력기관인 공안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암투와 격돌을 그린다. 극 속 한효주는 자폭해서 죽은 섹트 소녀의 언니로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 분)의 마음에 동요를 불러오는 '이윤희' 역을 맡아 강동원과 극과 극의 위치에서 만난 남과 여를 연기한다.)

-이번 '인랑' 작품도 그렇고 늘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노력이 엿보인다. 

요즘 배우로서의 고민, 또 인간으로서의 고민이 많은 시기인 것 같다. 다음에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할까, 그리고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를. 저도 제가 걸어갈 다음 발걸음이 궁금하다. 

-인간으로서의 고민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한효주로서도 되돌아보게 되는 시기랄까.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원없이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다른 옷을 입으려고만 했지 제 스스로의 옷을 입는 방법을 모르겠더라.

-스스로의 옷?

내게 주어진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 해왔다. 그러다보니 늘 내가 맡을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살아왔다. 그 캐릭터는 어떤 스타일일까, 뭘 좋아할까,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고민하면서. 휴식기에는 으레 다음 작품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운 좋게도 큰 공백기 없이 계속 작품을 해올 수 있었지만, 정작 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현재는?

'인랑' 촬영이 끝난 후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던터라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처음엔 한효주로서 있는 시간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뭘 좋아했지, 싫어하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남의 옷이 아닌 스스로의 옷을 입는게 불편하게 느껴졌으니까. 그것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내 스스로의 옷을 멋지게 입을 때 비로소 다른 옷도 멋지게 입을 수 있을테니까. 

배우 한효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인랑'은 김지운 감독과 첫 호흡인데

김 감독님의 전작 '밀정'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음악적인 포인트가 인상깊더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 했는데, '인랑' 제안에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하겠다고 했다. 

-영화 '인랑' 원작은 봤나

영화 '인랑' 제작 소식은 6여년 전부터 소문이 있었는데, 출연 제안을 받기도 전에 궁금해서 찾아봤다. 원작이 주는 모호함이랄까 정서가 좋더라. 음악도 너무 좋았다. 

-시나리오를 받은 후 든 생각은?

큰일났다 싶더라.(웃음) 어떻게 해야하지, 한번에 딱 잡히는 캐릭터가 아니었거든.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이 여자를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더라. 새로운 낯선 얼굴을 꺼내보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목표도 있었지만, 관객들에게 공감가는 캐릭터로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또 다른 도전이었던 것 같다.  

영화 '인랑' 속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

-어떤 지점에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했다. 처음엔 어떤 인물인지 몰랐는데, 힌트들이 곳곳에 있더라. 영화 속 다른 캐릭터를 통해 이윤희를 설명해 준다던지, 지나가듯이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다. 내가 이 캐릭터를 놓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대본을 파고 또 팠던 것 같다. 

내적으로도 갈등이 많은 캐릭터라서 힘들었던 것 같다. 이윤희가 처한 상황은 꽤 힘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긴 해야하고, 보살펴야하는 동생도 있다. 아마 다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을꺼다. 쉬지 않고 왔다 갔다 갈등하는 마음을 지닌 캐릭터다. 

-김지운 감독이 요구한 캐릭터는 

관객들이 이윤희에 대해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저에게 새로운 모습을 꺼내보이고 싶으셨던 것 같다. 감독님의 생각은 뭘까, 내게 어떤 옷을 입히려고 했을까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좀 지우더라도 감독님이 원하는 색채를 덧입혀주세요"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것 같다. 

호흡도 잘 맞았다. 연기를 한 후 스스로 불만족스러워서 한 번 더 다시 찍었으면 생각할 때가 있는데, 촬영장이 너무 춥거나 더우면 말을 하기 쉽지 않다.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미안하니까. 그런데 감독님이 바로 한번 더 가자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더 좋은 연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너무 고마웠다.     

-극 속 이윤희란 캐릭터는

전사를 보면 섹터의 여성분과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강인함과 당돌함을 소유한 캐릭터다. 상황적으로 수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단력이 있고 강인한 캐릭터다. 

그러나 현재 처해진 상황 때문에 진짜의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없고, 처음부터 가면을 쓰고 남을 속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윤희의 모습은 연기적인 흥미로움을 안겨주는 것 같다. 순간 순간 이윤희의 행동에서 진심은 있었다고 본다. 관객 입장에서도 저 여자가 진심인가, 의도한 모습일까 생각이 들게 해주는 캐릭터같다. 

-극 속 임중경과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면에 있어서 자기와 닮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이윤희는 임중경이란 캐릭터가 처한 사항을 아니까. 마치 고독하고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 같은 임중경의 모습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자신과 닮아있다는 생각에 연민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같이 떠나자는 말을 할 정도로 크게 동요했을 것 같다. 단순한 사랑보다는 복합적인 여러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한효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와 드라마를 활발히 오가는데. 

영화는 긴 호흡을 요하는 장기전이라면, 드라마는 촬영장이 바쁘게 돌아가니 순발력을 요한다. 촬영 당일 대본이 나오서 찍어야 하는 일도 있으니까. 분위기는 많이 다른데 각기 장단점이 있고 각각 매력이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여자 주인공이 처음엔 능동적으로 보이다가도 후반엔 수동적인 면으로 변하는 것 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안해본 장르들이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는 휴머니즘이나 멜로를 좋아하지만, 배우로서는 스릴러나 액션, 공포영화 처럼 장르가 뚜렷한 영화들을 도전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도 출연해보고 싶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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