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여성, 신봉선에게 던진 7개의 질문
29살 여성, 신봉선에게 던진 7개의 질문
  • 조현진
  • 승인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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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함께’ 가지 않고 ‘일을 향해’ 걷는 여자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 사진 권오준] 지금 신봉선은 한국에서 가장 바쁜 개그우먼이다. 신봉선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하루도 빼지 않고 검색되는 그녀의 근황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KBS 공채 개그맨이 되기까지 고생했던 단편들. 그 이후 <개그 콘서트>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과정들. 몇 개의 우스운 스캔들과 몇 개의 진지한 스캔들까지. 어쩌면 너무나 상세하게 까발려져 있는 이름이 바로 ‘개그우먼 신봉선’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봉선과의 인터뷰는 시작 전부터 부담감이 생겼다. 남이 쓰지 않은 글을 내가 써야한다는 부담 이전에 어떻게 하면 신봉선 그녀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말하는 인터뷰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그 편이 아무래도 인터뷰어인 나나 신봉선,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더 흥미로울 테니까. KBS 1층 커피숍으로 그녀가 들어왔다.



반갑다. 생각보다 얼굴이 아주 작다.

하하하. 고맙다. 칭찬부터 시작하니 오늘 인터뷰 재미있겠다.


그래. 재미있게 한번 해보자. 다른 거 말고 ‘29살 여성 개그우먼 신봉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래서 기획인터뷰를 잘 안하는데 오늘은 7개의 질문을 가지고 왔다. 당신의 ▲기쁨 ▲슬픔 ▲아쉬움 ▲두려움 ▲확신 ▲분노, 그리고 ▲비전을 듣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개그맨으로써 그리고 29살의 여성으로써 편안하게 말해주면 좋겠다. 괜찮을까?

물론. 방송인 신봉선이 아니라 사람 신봉선을 말하라 이거지?


그렇다.

OK. 시작하자.




1. 신봉선의 기쁨 “나는 일하는 여성이다.”

이제 데뷔한지 4년이다. 첫 번째로 나는 많은 직업 중 ‘웃음을 줄 수 있는 직업인’이라는 것이 참 기쁘다. 요즘은 정말로 일이 삶의 전부일 만큼 바쁘다. <비타민>은 얼마 전에 끝냈지만 여전히 <개그 콘서트>에서 ‘대화가 필요해.’를 맡고있고 <무한걸스> <해피투게더> <폭소타임머신 시즌2>등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힘은 들지만 그래서 내 두 번째 기쁨은 내가 ‘일을 하는 여성’이라는 것이다. 아직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만 요즘은 처음으로 내가 맡는 프로그램에서 예전보다 힘이 덜 들고 편안해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때가 있다. 이것이 나의 세 번째 기쁨이다. 물론 긴장을 전혀 안 한다는게 아니라 예전에 100을 긴장했으면 요즘은 60정도 한다는 거지. 분명히 전에는 너무 과도하게 긴장했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볼 때 좀 불안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이젠 나를 많이 알아봐 주시고 또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도 나에겐 큰 기쁨이지.



2. 신봉선의 슬픔 “너무나 일방적인 관계 속에 갇혀 있는 나.”

아무래도 슬픔이란 ‘관계’가 많은 원인이 되겠지. 관계란 상호성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몰려갈 때 마음이 아프다. 인터넷 악성댓글처럼 말이다. 나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악플을 읽을 때가 있다. 내 겉모습만 보고 인신공격성으로 쓴 몇 개의 글이 큰 상처가 되었고 지금도 상처받는다. 나도 사람인데 기분도 많이 나쁘지. 시청자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드리려고 하는 행동을 좋고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반응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 때문에 자살까지 이른 연예인들도 있지 않은가? 가끔씩 너무 지나친 글들을 보면 ‘죽을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 슬픈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플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글을 쓰시는 분들이 스스로 중단하지 않는 한 연예인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한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어느 팬이 이야기해준 ‘언니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한 둘이지만 언니를 사랑하는 팬은 수천, 수만명 이예요. 욕하는 소수 때문에 힘들어 하지 말고 언니를 좋아하는 다수의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고 힘들 때 마다 그 말을 되새긴다.



3. 신봉선의 아쉬움 “너무 많은 것을 꺼내고 있다. 내 안을 채울 것이 필요해.”

아쉬움은 너무 많다. 공휴일 날 쉬고도 싶고, 휴가를 얻어 가까운 곳으로 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고, 백화점 매대에서 세일상품을 골라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 걸 함께 할 남자친구가 있으면 더 좋겠고. ‘자기계발’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많다. 조혜련,박미선, 정선희 같은 선배들을 보면 정말 대단들 하시다. 한 순간도 가만히 계시는 법이 없다. 그렇게 바쁜데도 뭔가를 배우고, 다른 일을 만들면서 자기계발을 하신다. 그런 분들을 보며 나도 해야돼 하면서 각오를 다지지만 쉽지 않다. 특별히 시간을 만들어서 외국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엄살이 아니라 난 정말 외국어 못한다. 학교다닐 때 공부욕심(?)도 너무 없었고, 게다가 나 같은 부산여자에겐 표준말이 제1외국어, 영어가 제2외국어, 일어가 제3 외국어다.


4. 신봉선의 두려움 “연예인. 정년퇴직이 보장 안되는 직업.”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보면 연예인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불안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늘 준비되어 있고, 새로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게 한번 시작하면 정년 퇴직 때까지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지금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는 너무 감사하지만 스튜디오의 조명이 꺼지면 나에게도 두려움이 온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가수 김건모씨가 ‘올라갈 때 한 계단씩 올라갔지만 내려올 땐 한 순간에 내려온다.’라고 말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내가 원하는 만큼 까지 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 밟고 있는 이 지점보다도 더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배우나 가수에 비해 개그맨은 생명이 더 짧다. 어느 선배가 ‘개그맨에게 두 번째 기회란 없다.’라고 말하더라. 배우는 작품이나 개인적으로 한번 실패가 있었더라도 그 다음에 새 역할을 맡아 거기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면 시청자들도 함께 집중해 주시는데, 한번 실패한 개그맨에게는 마음을 닫고 웃지 않으신다. 보이는 것 자체가 거슬리게 되지. 그런 부담감이 일적인 두려움이고, 그러다보니 이 문제가 자연히 생활로 넘어온다. 일반적인 29살 여자들이 편히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나는 못하는 것이 많다. 가고 싶은 곳 아무데나 갈 수도 없고. 누굴 오픈된 상태로 만날 수도 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대부분 일 때문에 만나는 것이다. 요즘 경험하는 건데 연예계는 분명히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더라. ‘신봉선 누구랑 사귄다.’이런 기사와 소문이 진짜였을 경우라면 숨기고 말고 할 일이 아닌데, 사실이 아닌것이 사실처럼 알려지면 안 되는것 아닌가? 해명도 안 되고. 그러니까 조심스러워 지지.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닫혀있는 공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우울해진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 되었나 싶기도 하고.


5. 신봉선의 확신 “성공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을 확신.”

겨우 데뷔한지 4년인데 주변에서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갔다. ‘이건 꼭 신봉선이 해 줘야 해.’ 같은 말을 듣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라는 확신 뒤로 내 두려움을 숨겨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런 기대에 부응을 하는 열매와 결실이 있어야 한다고 나에게 주문을 건다. 그런 일들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방송국엔 PD,스탭, 동료들이 있고, 회사에는 매니저, 코디들이 다 있으니까 나 자신에게 ‘할 수 있어. 해 내야 해.’ 하는 확신을 끊임없이 심어야 하는 거다. 대신 그런 부담감속에서 맡은 일을 성공할 땐 그 성취감이 너무 달콤하고 짜릿하다. 내가 데뷔할 때 조혜련, 박미선 같은 선배들이 나의 푯대였는데 어느덧 이번에 개그맨 시험 본 친구들 중 신봉선처럼 되겠다는 말한 이들이 많다더라. 그래서 난 다운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확신?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성공할 확신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을 확신은 있다. 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6. 신봉선의 분노 “난 분노를 키울 시간이 없는 다혈질”

난 다혈질이다. 마음에 뭘 담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친한 사람들에게 서운한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섭섭했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분노를 키울만한 성격도 아니고 그렇게 큰 분노가 만들어질 시간도 내안에는 없다. 2주일쯤 전에 매니저에게 짜증은 한번 냈다. 시청자들은 방송으로만 나를 만나지만 나는 그 방송을 위해 준비해야할 일이 많은건데 그 주에는 시간이 너무 몰리더라. 준비가 부족하니까 초조하고 답답해지니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그리고는 ‘아 신봉선. 너 아직 인간으로도, 연예인으로도 갈 길이 멀구나.’하고 후회하고 자학하고...



7. 신봉선의 비전 “일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라 ‘일을 향해’ 걷는다.”

항상 일로써는 변화하는 모습을, 사람으로는 변화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직 나는 단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런 것들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지금 나에게 절박한 것은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푸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내 일이 나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기에 일을 즐기면서 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래서 이건 희망이나 기대가 아니라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내일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이고 싶다. 인터뷰를 하다가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 것 같나?’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난 가장 곤혹스럽다. 그런 질문에 나는 ‘하루 하루 열심히 하다보면 뭐 잘 되겠죠.’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먼저 개그맨이 되고, 몇 년 후엔 버라이어티에 출연해야지 하는 마음과 계산으로 걸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뭔가를 꼭 되어야 한다는 계획도 없다. 처음 <개그 콘서트>에서 맡겨진 코너에 집중하다보니, <봉숭아 학당>에 나갈 기회가 생겼고, 그러다가 버라이어티 쇼의 패널이 되었고, 고정출연 하게 되는 순서로 지금까지 온 거다. 즉,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빼먹지 않고 하나씩 풀어 본 거지.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이 ‘일과 함께’ 손잡고 걸어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을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신봉선이 혼자서 걸어가는 거다. 다가오는 문제와 즐기고 투쟁하면서 하나하나씩 물리쳐 보는 거다. 그러다 어느 날 보면 내가 물리친 문제들이 보일 것이고, 그럼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게 되겠지.



오늘 사진을 찍어준 CF감독 권오준(그는 EF소나타, 밀리오레 등 제법 유명한 광고를 많이 만든 사람이다.)은 인터뷰가 끝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느 각도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주 독특한 얼굴이 나오는 연예인”이라고 신봉선을 평가했다. 맞다. 신봉선에게 던진 7개의 질문에 대한 신봉선의 대답 역시 그렇게 특별했다.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녀는 질문 중 한 가지도 빼먹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특히 ‘일과 함께’가 아니라 ‘일을 향해’나간다는 29살 그녀의 철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 역시 오늘부터,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서 물리치며 ‘날마다 내일이 아닌 오늘의 일기’를 쓰겠다는 신봉선의 투쟁을 박수치며 응원하는 팬이 되기로 했다. 물론 언제나처럼 그녀의 개그에 웃음으로 대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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