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지디 "한국 '미투'운동, 연대하고 응원한다"
[인터뷰]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지디 "한국 '미투'운동, 연대하고 응원한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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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리암 마지디 방한, 자전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한국어 출간
-6살 때 프랑스로 망명...마리암 "두 정체성의 혼합, 더 풍요로워...정체성은 마치 모자이크와 같아"
-"여성 권리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리암 마지디/사진=문홍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1980년 이란에서 태어난 '마리암 마지디'는 6살이 되던 해 이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 망명길에 오른다. 낯선 환경 속에서 어느덧 불어에 능숙해진 그는 집에서는 반드시 페르시아어만 사용하도록 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란과 프랑스. 이질적인 두 개의 언어와 문화권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의 시기를 보내던 그는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화해하게 된다.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원제: 마르크스와 인형/달콤한책)은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리암 마지디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성장기다. 

그는 이 책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2017 '프랑스 공쿠르 신인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주목받는 작가로 발돋움 했다. 이 책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2개 언어로 출판됐다. 

한국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하는 '2018년 프랑코포니' 행사 참가차 방한한 마리암 마지디는 26일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난 두 정체성이 혼합되어 있다"며 "정체성은 다양한 요소들이 모인 모자이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한국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연대하고 응원한다"며 "여성 인권을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은 어디까지 인가.

글에 쓰여진 제 이야기는 90%이상 이 모두 사실이다. 도입부에 내 어머니가 1980년 이란혁명 당시 임신 7개월의 몸으로 건물 3층에서 뛰어내린 것도 사실이다. 다만 등장 인물들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픽션이 조금 가미됐다. 예를 들어 외할머니에 대한 성격을 비롯한 여러 묘사의 경우 제가 편한 부분만 취했고, 어머니도 유머가 넘치시는 분이신데, 강단 있는 여성으로만 묘사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 번의 탄생으로 구분 짓는다. 첫 번째는 이란에서 보낸 어린 시절, 두 번째는 파리에 정착하여 프랑스어를 배우던 시기, 세 번째는 2003년 고국인 이란을 방문하며 어린 시절 그가 '폐기'했던 페르시아어와 조우하는 시기이다. 프랑스와 이란, 두 세계 속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되짚어가며 자신과의 화해로 이르는 치유와 성장의 글쓰기로 거듭난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궁금하다.

이란 테헤란에서 출생한 후 6살이 되던 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야 했다. 부모님이 정치 활동을 하셨는데, 당시 이란 체제와 맞지 않아 망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정착해 살면서 프랑스어와 문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1세부터 불어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25세까지 굉장히 많은 시를 썼는데, 출판되지 않은 시 원고들이 많다. 공부를 마치고 중고교 불어교사로 일을 했는데 일상이 무기력지더라. 파리를 떠나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해외로 나갔다. 베이징에서 불어교사로 있으면서 4년간 머물렀고, 이후 터키로 떠나 이스탄불의 프랑스문화원에서 불어를 가르쳤다. 2년 후 이스탄불 생활을 청산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소설을 출판했다. 

-책은 언제부터 집필하기 시작했는가.

2012년 경 베이징에 머물었을 당시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하고 1/4 정도를 썼다. 갑자기 고칠 것도 많고 고민도 많아져서 글 쓰는걸 멈췄다. 1년간 메모를 하면서 머리 속에서 숙성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줄거리가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넘어갔는데, 그 곳에서 그 간의 고민들이 풀리면서 원고가 완성됐다. 하루 8시간씩 2달 간 몰두해서 집필했다. 그리고 출판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돌아왔다. 이 책이 나오기 까지 3개의 도시가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우선 베이징에서 이 작품이 잉태됐고, 이스탄불에서 숙성과 발전 과정을 거쳐 파리에서 완성본이 나올 수 있었다.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리암 마지디/사진=문홍진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삶과 망명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들이다. 생각해보면 작가나 예술가들은 자신이 느낀거나 체험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나 역시 '망각'에 대해 도전장을 내고 그 흔적을 남기려고 했던 것 같다. 또 문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글 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이란과 프랑스 두 문화권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체성을 담아냈다. 그 고민의 결론은 무엇인가. 

망명으로 다른 나라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나, 혹은 다른 계기로 이중언어자나 이중문화자가 된 사람들은 마치 그네나 진동추처럼 끊임없이 왔다 갔다 오가는 것과 같다. 만약 누군가 내게 "프랑스인이냐, 이란인이냐" 하나의 정체성만을 선택하라 한다면 굉장히 어렵다. 어쩔 때는 화가 나기도 한다. 난 이 두 정체성이 혼합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혼합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두 정체성 사이의 혼란보다 하나의 정체성을 선택하라는 건 더 고통스럽고 폭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내 일부를 절단 당하는 고통이나 마찬가지다. 두 개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건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두 개의 사고와 시선으로 더 풍요로워질 수 있으니까.  

- 본인이 생각하는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체성은 다양한 요소들이 모인 모자이크라고 생각한다. 전혀 해외에 나가지 않고 프랑스에서만 살아온 프랑스인도 스스로 모순 상태에 빠질 때도 있고, 반대되는 다양한 경향이 있다는 점을 깨달을 때도 있을 테니까. 이중 문화를 접한 사람이건 아니건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평소에는 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사고할 때나 표현할 때, 심지어 꿈을 꿀 때 모두 불어로 한다. 제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의 언어가 불어였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책을 읽을 때나 생각할 때 모두 불어로 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럼 삶에서 차지하는 페르시아어의 위치는?

부모와 대화할 때는 페르시아어를 사용한다. 부모님과 페르시아어로 대화함으로써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페르시아를 사용하는 일은 사실상 이 때 밖에 없는데, 내겐 말하기 편한 언어는 아니다. 생각할 때 페르시아어로 한 적이 없으니까. 제 작품과 관련해 페르시아어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는데 사실 불편하고 어렵다. 그래서 미리 질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곤 하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화가 많이 나거나 분노할 때는 페르시아어로 튀어나온다. 이중언어자나 이중문화자의 사람들 중에 자기 자신의 진정성과 관련 되었을 때, 아주 애정 넘치는 표현이나 정 반대의 과격한 언어는 자기도 모르게 '어머니'의 언어로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6살때 프랑스로 망명 후 이란에 첫 방문했을 당시의 기억은 어땠나.

당시가 2003년, 내가 23살때였다. 그 때는 너무 좋아서 파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그 당시 이란에서의 삶은 안개 속에서 제대로 진실을 보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모국에 돌아갔다는 판타지 같은 요소가 더해지다보니 이성적이고 명철하게 분석을 하지 못했던 거다. 첫 여행은 현실 같지 않고 몽환적이었다고나 할까. 이후에 몇 번 더 이란을 방문하게 되면서 실제 이란의 속살을 보게 됐다. 다양한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점도 보이더라.

이란 출신 프랑스 소설가 마리암 마지디/사진=문홍진 

-책에서 복장규제라던가 이란 여성들에 대한 억압과 관련한 묘사들도 나온다.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나. 

여성 인권분야에 관심이 많다. 난 여성이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건 교육의 영향이 크다. 어머니는 강단 있는 여성주의자다. 지금까지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싸워오신 분이다. 어머니는 부당한 권력의 탈취에 대해서는 싸우고, 부당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수하라고 말씀하셨다.

문학 작품을 접하면서 내가 여성주의자가 된 부분도 있다. 제가 우상처럼 생각하는 시몬느 드 보봐르 작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보봐르는 여성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현재 누리는 것들이 언젠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 경제, 종교에서 위기 상황이 오면 여성의 권리부터 박탈할 수 있다. 여성들은 인권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신적인 사고의 투쟁도 있지만, 물리적인 투쟁이 될 수도 있다. 권리를 탄압받지 않도록 방어하고, 또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미투'운동이 활발하다.  

현재 이란은 최악의 신정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은 모든 권리를 부정 당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나 한국에서의 여성들에게는 먼 이야기 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들은 우리의 자매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들의 겪는 상황에 대해 결코 무심해서는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움직임이 큰 규모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연대감을 느끼고 응원한다. 미투 운동에서 연대하고 있다는 의사 표시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루는 파리에서 지하철 탔는데 덩치가 큰 아저씨가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고 싶다며 예의 바르게 의사를 표시했는데, 그 아저씨가 한 쪽 좌석을 내주면서 "왜 하필 여기와서 앉으려고 하냐"며 기분 나쁘게 말하더라. 정중하게 "두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계시지 않았냐"고 말했더니 갑자기 욕을 내뱉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음성을 높이면서 대응하는데, 문득 '이 아저씨가 날 때리지는 않을까'란 걱정이 들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그 칸의 여성들이 나에게 동조의 눈빛을 보내면서 아저씨에게 왜 그러시냐고 말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동스런 순간이었다. 한 여성이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연대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연대를 통해 여성 권리를 개선시킬 수 있다.

-여성 인권과 관련한 책도 집필할 생각인가.

비록 이 책에 짧은 부분이지만 내가 이란에 방문한 후 사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란 여성들이 현재 겪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더 발전시켜서 또 다른 작품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이 책이 나온 후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하다. 

어머니는 시를 많이 쓰셨던 분이다. 제 작품에 시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어서 좋아하시더라. 아버지는 처음엔 이 책에 이란의 정치상황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제 안전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해주셨다. 우려했던데로 난 이 책을 낸 후 다시는 이란에 갈 수 없게 됐다. 내가 쓴 책이니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왜 이 책을 쓰려했는지 이해해 주셨다. 아버지가 프랑스 공쿠르 신인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드디어 파리에 나가서 머리를 당당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시더라. 망명으로 파리에 정착한 후 희생하면서 힘들게 살아오신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다.

-이란에서 이 책의 출판은

이란에서는 출판되기 힘들 것 같다.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이유기도 하지만, 내가 이란에서 사랑에 빠진 이란 남성과 외출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란 실정법에 따르면 풍기 문란죄에 해당된다. 검열에 걸리지 않고 출판이 되려면 아마 많은 내용을 삭제해야 할 꺼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출판 한 후 1년간 12개국 언어로 번역이 되었는데, 아직 페르시아어는 없다. 이란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페르시아어판 러브콜이 들어와서 현재 논의 과정에 있다. 곧 페르시아어로 출판될 날을 기대해본다.

-한국에서 출판 소감은 

기쁘고 놀랍다. 한국이란 먼나라에서 번역되어 독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한국어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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