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지섭 "인기 중요치 않아...함께 하고픈 배우로 남고 싶다"
[인터뷰] 소지섭 "인기 중요치 않아...함께 하고픈 배우로 남고 싶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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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51K)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소지섭은 데뷔 전 전국체전 입상까지 하며 수영 유망주로 불리던 수영 선수 출신이다. 17살 시절, 우연히 응모한 유명 청바지 전속 모델로 덜컥 선발되면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그는 운동 선수 생활을 접고 연예계 활동에 '올인'했다. 

로맨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과 '미안하다, 사랑한다(2005)'를 비롯, '영화는 영화다'(2008), '카인과 아벨'(2009), '주군의 태양'(2013)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수려한 외모 뿐 아니라 연기력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다수의 작품에서 카리스마와 남성미로 여심을 저격하며 '만인의 연인'으로 불리던 소지섭이 이번엔 아버지가 되서 돌아왔다. 물론 현실이 아닌 영화에서다. 데뷔 후 25년간 '청춘 스타'로 기억되는 그이기에 '아버지' 역할은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만큼 쌓인 연기 내공은 그를 자연스런 가장의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지섭에게 힐링을 안겨준, '쉼표' 같은 영화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순애보적인 남편으로서, 또한 한 아이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는 눈의 힘을 쏙 뺀, 가슴 따뜻한 스토리로 묵묵히 영화를 이끈다. 헐렁한 셔츠를 즐겨입고 모든 것에 서투른, 전작들에서 보였던 '소간지'라는 애칭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이기도 하다. 

지난 25년 간 치열한 연예계 생활을 보낸 그는 "인기나 유명세는 내겐 중요치 않다"고 했다. 이젠 "인기 떨어진지 오래됐다"고 서슴치 않게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생겼다.

2009년 1인 기획사가 흔치 않던 시절 소지섭은 직접 '피프티원케이(51K)'를 설립해 본업인 배우 뿐 아니라 랩퍼로, 그리고 해외 영화 수입·배급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자신만의 길을 구축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건 함께 작업 하는 사람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것.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다음에 소지섭이란 배우와 함께 하면 좋겠다'고 기억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51K)

◆"첫사랑은 고교 1학년 때...누군가 만나고파"

-첫 아버지 역할이다. 어색하지 않던가.

그래서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다. 내가 과연 한 아이의 아버지처럼 비춰질까,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일까 고민이 많았다. 결혼도 안했고, 오랜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있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이 영화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막상 촬영을 해보니 의외로 아이와 함께 하는게 즐겁더라.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세상을 떠난 첫사랑이자 아내인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우진'(소지섭)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긴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 날, 비가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겼던 수아가 다시 우진 앞에 나타나고 이들의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소지섭이 맡은 우진은 어린 아들과 함께 서툴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 그 안에 떠난 아내를 향한 진한 그리움과 순애보를 간직한 캐릭터다.)

-아버지가 되보니 어떻던가.

이제는 빨리 누군가를 만나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이 영화를 촬영 하면서 달라진 생각인가. '군함도(2017)' 촬영 때만해도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이제 (결혼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연애에 집중할 생각은 없는지?

저는 지금도 꾸준히 집중하고 있다.(웃음)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51K)

-감성 멜로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다.

전작을 힘들게 찍어서 그런지(웃음) 힐링 할 수 있고 촬영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사랑을 주제로 한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다. 

(소지섭은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군함도(2017)'에서 경성 최고의 깡패로 등장, 격투신과 액션신 등을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사실 촬영 전까지는 실제 이 영화가 멜로 감성을 일깨워줄까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촬영을 하면서 실제 연애 하는 것 처럼 설레더라. 과거 손잡았던 기억이나 첫 키스 당시 느낌이 새록새록 나면서 긴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보시는 분들도 비슷한 기분일 것 같다.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각별해 보인다.

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아이 아빠로 나오는 모습도 내가 보긴 괜찮은 것 같다.(웃음) 한국에서는 멜로물의 경우 크게 흥행이 안되고 제작도 적은 편이다. 이 영화가 잘되서 따뜻한 감성에 젖어들 수 있는 멜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극 속 우진이란 캐릭터는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적인 캐릭터인데. 공감이 가던가.

죽을 때까지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면 좋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갖고 계신 분들은 그런 분들이 더 많다고 본다. 영화 처럼 첫 사랑과 결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실제 첫 사랑이 생각날때도 있나.

내 첫사랑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문득 생각이 난다기 보다는 다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20대 시절을 연기한 손예진과 소지섭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 현장

-우진이란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많나. 

굉장히 비슷하다. 실제로도 굉장히 어설프고 재미도 없고 엉성하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연기도 편해지더라. 

-실제로도 우진처럼 좋아하는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수줍음이 많나. 

그렇다. 먼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20대부터 노년연기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는데.

사실 나이를 역행해서 연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웃음) 어려 보이게 노력한다해서 그렇게 비춰지는게 아니니까. 단지 촬영 순간에 충실하려 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영화 속 주인공은 수영선수 출신이다. 실제로도 수영선수로 활동하다가 어깨 부상으로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도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못할 뻔 했던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 운동이 전부였던 사람이 그것을 못하게 됐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점이 연기할 때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수영을 그만둔 이유는 연예계 일을 해야 해서 그만둔거다. 학교를 도망나왔다고 해야하나.(웃음)

◆혼자 도드라보이지 않으려 감정 눌러..."인기? 큰 의미 없다"

-원작 소설과 앞서 개봉한 일본 영화도 있다보니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일본 동명 영화로도 개봉된 바 있다.)
 
걱정을 안했던 건 아니다. 영화보다는 책에 더 가깝다. 원작을 똑같이 따라하기만 하는 건 카피 밖에 안되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원작 보다 유쾌하고 보는 분들이 웃으면서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51K)

-배우 손예진과의 부부 호흡은 

처음 이번 영화에서 같이 연기를 맞추게 됐다는 소리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예진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함께 호흡해보니 정말 잘 하더라. 예진씨가 생각 보다 완벽주의자다.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스타일인데, 완성본을 보고 감탄했다. 예진씨가 생각했던 그림이 뭔지를 알겠더라. 

-원래 친분이 있었나.

연락처는 전혀 몰랐다. 17년전 같이 드라마와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따로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이번 영화 촬영을 하면서 친해졌다. 물론 지금 연락처도 있다.(웃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김지환 군과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환이가 남자 아이다 보니 몸으로 부딪혀서 놀아주는걸 굉장히 좋아하더라. 몸이 힘들기도 했다.(웃음) 처음 의상 피팅 때 만났는데, "다음에 볼 때는 아빠라고 불러"라고 했더니 그 이후 부터는 그렇게 부르더라. 둘이 있는 모습이 어색해보이지 않게 계속 손을 잡고 있거나, 안아주기도 하면서 스킨십을 많이 하려 했다. 촬영 중간 중간 틈날 때마다 얘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했다. 선물도 많이 챙겨줬다.(웃음) 

-영화에서 엄마(손예진)와 아들(김지환)의 구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우진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 아쉽지는 않았나.
  
큰 주제로 보면 가족 영화에 가깝다. 그 속에 멜로도 있는 거고. 특히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때 관객들에게 '큰 한방'은 엄마와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나는 열심히 뛰어서 골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 혼자 도드라지지 않으려고 감정을 많이 눌렀던 것 같다. 감정이 과잉되면 오히려 관객분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 배우들보다는 보는 사람이 슬펐으면 했다. 그렇다고 엉엉 우는건 아니고 웃으면서 흘리는 눈물 처럼.

- 촬영 현장은 어땠나

이장훈 감독님이 스태프와 배우들을 사랑하는게 느껴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를 할때의 행동과 표정이 이렇구나' 싶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이말이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촬영 현장에 있으면서 그 마음을 알겠더라.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 현장에서 아역배우 김지환과 배우 소지섭

◆연기, 래퍼, 그리고 해외 영화 수입 투자까지 '다재다능'한 매력의 소지섭

-스케줄이 없을 때 주로 하는 일은 

집에서 생활을 많이 하는데, 하루에 한번 쯤은 운동하러 꼭 나갔다 온다. 평소 외모에 신경을 안쓰는 편이라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잘 못알아 본다.(웃음)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소지섭은 연기활동과 함께 힙합가수로서의 행보를 이어왔다. 2008년 첫번째 디지털 싱글 '고독한 인생'을 시작으로 'Pick Up Line(픽 업 라인)'(2011) '북쪽왕관자리’(2012) ‘6시 운동장’(2013), ‘18 Years(2014)’ , 'So Ganzi'(2015)에 이어 지난해 싱글앨범 '있으면 돼'를 발매한 가수이기도 하다.)

제가 좋아서 하는거고, 또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이다. 팬들과의 공간에서만 하려한다. 다른 장소에서는 못하겠더라.

-공연 제안도 있을 법한데

제안은 많았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평가 받고 싶지는 않다. 잘하지도 못하고. 지금처럼 팬들과 함께 즐기면서 하고 싶다.  

배우 소지섭/사진=피프티원케이(51K)

-해외 영화 수입·배급 사업도 하고 있지 않나. 

사실 숟가락만 얹은 정도라 말하기가 민망하다. 계속 하고 싶은 일이긴 하다. 대부분을 맡기고 관계자분이 영화 마켓에서 포스터나 줄거리 등을 보내주면 함께 선택 하는 정도다. 기회가 된다면 마켓에 직접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해외 영화 수입 시 주로 어떤 작품에 초점을 두나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들이 많아서 포스터의 느낌을 보고 택할 때가 많다. 아직까지는 유명한 감독님들의 작품외에는 이미지에 많이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는

다음 영화를 찍는다면 좀 '쎈' 역할을 해보고 싶다.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이어 하는 것보다는 지금과 반대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악역 캐릭터 제안은 아직까지 들어온 적이 없다. 악역은 힘들지만 재미 있을 것 같다. 

-결정된 차기작은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인데, 9월경 방송 될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하게 됐다. 

-작품 선택 기준에 변화가 생긴건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즐겁게 촬영하고, 또 보는 사람이 즐거운 작품을 하고 싶다. 요즘 마음이 그렇다. 그렇다고 지금껏 작품을 대할 때 '이 작품을 하면 내가 더 멋있어 보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출연한 적은 없다. 작품이 좋거나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치 않을꺼다. 내가 작품에서 혼자 도드라져보이는 것보다는 작품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으면 한다. 함께 작업 하는 배우들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내가 잘되는 것 보다 저와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잘 되면 행복 할 것 같다.

-인기 관리도 필요하지 않나.  

인기나 유명세 이런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인기에 자신있단 말인건가(웃음).

인기가 내려간지 꽤 되지 않았나.(웃음) 사실 천천히 내려왔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어린 친구들과 맡게 되는 역할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경쟁해서 이겨야지 이런 생각은 없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그 어떤 배우이던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다음에 소지섭이란 배우와 함께 하면 좋겠다'고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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