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 이단아'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로 돌아온 이유
'클래식계 이단아'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로 돌아온 이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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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지용/사진=크레디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2016년 2월 전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던 그래미 시상식. 이날 시상식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가 있었다. 젊은 피아니스트 지용이 그 주인공.  

시상식에서 방영된 한 광고 영상 속에서 지용은 모든 음을 낼 수 있는 피아노와 한 음반으로만 조율된 피아노를 신들린 듯 번갈아 치며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연주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다양한 모습을 가진 여럿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1분짜리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 영상은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고, 지용은 전세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스타 음악가로 떠올랐다.

1991년 부산 출신인 지용은 5세에 피아노를 시작한 이후 '줄리어드 예비학교'와 '줄리어드 음악원'의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신동'이다. 10살 때 이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콩쿠르에서 우승해 '뉴욕 필'과 협연을 했고, 글로벌 매니지먼트사'IMG'와 역대 최연소 아티스트란 타이틀로 음악계를 놀라게 한 천재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지용은 여느 클래식 피아니스트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발레공연의 피아노 반주를 맡기도 하고, 일본 재즈그룹과 싱글 앨범도 제작했다. 자신의 바흐 뮤직비디오에서는 직접 무용수로 등장해 춤을 추기도 했다.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는 그야말로 '파격'행보다. 팝 음악, 일렉트로닉 뮤직, 무용, 영상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다재다능함으로 '피아노 아티스트'란 새로운 타이틀을 개척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흐의 곡으로 돌아왔다. 지용은 '워너클래식'의 제안에 첫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를 전세계에 발매했다. 워너클래식 120여년 레코딩 역사상 백건우, 임동혁, 임현정에 이은 네번째 피아니스트다. 

8일 음반 발매 기념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용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피아노를 떠났던 2년여간의 방황 그리고 '바흐'의 곡으로 돌아온 그의 스토리를 일문 일답으로 담아봤다.    

피아니스트 지용/사진=크레디아

-'워너클래식'에서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을 낸 배경

그래미 시상식에서 출연했던 광고가 나간 이후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에이전트와 매니지먼트에서 제안이 쏟아졌다. 그 중에 워너 클래식 매니지먼트에서 앨범 제의가 들어왔다. 

(지용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앙상블 '디토'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2010년 첫 솔로 앨범 '리스토마이나'(LIZSTOMANIA)와 2012년 2집 미니앨범 '바흐 익스히비션'(Bach Exhibition)을 발매하긴 했지만, 인터내셔널 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택했는데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어떤 레퍼토리로 녹음을 할지 정하는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계약 당시 몇장의 음반을 내기로 했는데, 마지막에 음반에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데뷔 앨범으로 낼 자신은 없었다. 너무 '간 큰 짓'이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이 곡을 2년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어릴적 레슨도 제대로 안받고 연주했을 당시 그때 감성이 돌아오더라. 정말 감사한 일이다. 바흐에게 백번이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곡 해석은

바흐의 곡을 수백년이 흐른 지금 내가 연주하는게 신기하다. 물론 시대가 지나면서 수많은 음악의 장르가 생겨났고, 관객들의 귀도 달라졌다. 또 시대의 상황들도 바뀌었다. 누군가 300년전 바흐시대 때의 연주 방식처럼 똑같이 연주한다면 바흐가 "동굴에서 살고 있었니"라고 물어볼 것 같다.(웃음) 난 요즘 접하는 느낌들을 담아 나만의 바흐를 담으려고 했다.

피아니스트 지용/사진=크레디아

-제일 좋아 하는 작곡가는

바흐다. 예전엔 주변에서 내게 바흐의 곡을 권유했던 이유를 몰랐다. 10대 후반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회의 등으로 방황 하면서 2여년간 피아노를 안쳤을 시기가 있었는데,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해준 계기가 바흐였다.

예프게니 키신이 연주한 바흐의 샤콘느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세상이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는 사람의 음악같다고 해야하나.(웃음) 어떤 느낌인지 나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하에 몰두하게 된 것 같다. 2012년 발매했던 앨범 타이틀도 '바흐 익스히비션(Bach Exhibition)'이었다. 

요즘 세상이 좀 이상하지 않나. 내 미친 생각일 수 있지만,(웃음) 바흐가 이 세상을 조금은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흐 음악에는 평화가 느껴지고, 삶의 진실한 의미가 많이 담겨있는 것 같다. 쓸데 없는것이 없다. 그래서 바흐를 좋아한다.

-한 때 피아노를 멀리했던 이유는

10살 때 뉴욕 필 연주회 당시 연주를 했던 내 모습을 보면 나도 신기하다. 키가 작아서 피아노 페달이 발에 닿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엔 내 손가락과 피아노 건반 사이에는 음악의 순수함이 있었다. 처음 피아노를 칠 때 소리라던가 그런 느낌이 기억난다. 주변에서 사람들의 반응도 기억나고. 그 때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연주 생활을 계속 하다보니 건반과 내 손가락 사이에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손만 굴린다는 느낌?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소리가 아닌 소음으로만 들리더라. 그래서 피아노를 떠나게 된거다. 최근에 다시 손가락과 건반사이에 선율과 음이 자리잡은 것 같다.(웃음) 다시 꼬맹이었던 그 시절 그 느낌이 돌아온 것 같다. 

-그 느낌이 어떤가

좋다. 피아니스트로 평생 살 수 밖에 없구나, 그런 기분이다.(웃음) 내가 피아노를 하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손으로 음악이나 선율, 멜로디를 들려줄 수 있다는게. 피아니스트들은 그게 익숙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정말 놀라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앨범 커버가 특이하다

팝 아티스트 김태중 작가님이 커버를 맡아줬다. 김 작가님과 저는 2010년경 게릴라 공연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다. 당시 공연에 사용된 오래된 피아노를 보라색과 오렌지로 멋지게 그려주셨다.  

당시 기억도 났고, 오랫동안 못 봤더라. 만나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앨범 재킷을 부탁했더니 할인가격으로 그려줬다.(웃음) 식사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아이디어를 내시더라. 감동받았다. 1주일 만에 그림을 보여주셨는데, 내가 생각했던 대로 너무 잘 나왔더라. 보고 엉엉 울었다.  

앨범 커버에는 지용의 모습을 화려한 색채의 팝아트로 담아냈다.
지용의 첫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 '바흐: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 커버에는 지용의 모습이 화려한 색채의 팝아트로 담겨있다.

-당시 거리 한복판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는 게릴라 콘서트는 화제였다

병원, 명동 등 길거리와 다양한 장소에서 피아노를 쳤다. 그 바쁜 점심시간에도 시민들이 서서 음악을 듣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피아노 연주를 다시 한번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였다. 내가 재미가 있어야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늘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아버지가 윤리 선생님이셔서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음악을 왜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폭넓은 아티스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관심있는 분야가 있다면 

즉흥 연주를 시도하고 있다. 피아노 건반에서 연주하기 전 손을 풀기 위해 아무렇게나 건반을 쳤는데, 주변 사람들이 곡 이름을 묻더라. 그냥 쳤다고 했더니 즉흥 연주를 해보라며 응원해주더라. 그래서 조금씩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계획된 공연은

한국 내한 공연이 끝나고 3월 1일 미국 케네디 센터에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레바논 출신 트럼펫터인 이브라힘 말루프라라는 재즈음악가와 같이 무대에 선다. 같이 연주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왔고, 제 멜로디를 들려줬더니 함께 하자고 하더라.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서게 됐다. 굉장히 흥분된다. 이런 기회가 올 줄 몰랐다. 누군가 인정을 해주니 뿌듯하고 용기도 생긴다. 

피아니스트 지용/사진=크레디아

-팔에 타투가 있던데. 어떤 의미인가

어릴 적 부터 연주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이 빠르다는건 좋은 면도 많지만, 내 삶에서 정해진 길이 단 하나 뿐이라는 트라우마가 생기더라. 그래서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다양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트라우마를 없앴다. 그리고 나서 이 타투를 했다. 왼쪽 팔에 검은 줄의 타투가 있는데, 인생은 한 방향처럼 보이지만, 팔을 비틀면 근육 움직임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보이게 된다. 인생은 직진 같지만 여러 방향이란 의미다. 

-24일 서울과 23일 익산에서 두 차례 공연을 앞두고 있다. 독주회 부제가 '아이 엠 낫 더 세임(I am not the same)'인데

남과 다르면 나쁘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세상은 점점 똑같음을 요구하는 것 같다. 우리 하나하나 다 생각이 다르고, 그 다른 생각들이 세상을 끌고 나간다고 본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모두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자는 의미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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