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곽도원, 그의 매력을 알려면 아직 멀었다
[인터뷰]배우 곽도원, 그의 매력을 알려면 아직 멀었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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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 영화 '강철비' 속 '적재적소 웃음 활력소'
-'다작배우'로 불리며 쉼없는 연기활동...내년 소망? "연기 더 잘하는 것"
배우 곽도원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곽도원은 재치가 넘치고 유쾌했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카리스마보다는 푸근함, 오히려 유머러스함이 더 어울리는 배우다.

그러면에서 영화 '강철비'는 반가운 영화다. 그동안 '악역'으로 대표되던 곽도원의 유머러스함과 '곽블리'의 면모를 '재발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 시나리오'를 담은 이 영화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첩보액션영화다. 그는 최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 역을 맡아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과 함께 일촉즉발의 핵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진지하고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스토리 속에서 곽도원은 적재적소에 웃음을 안기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평소 냉철한 엘리트로서의 면모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2%부족한 허술함으로 웃음을 주기도, 때론 정많은 따스함으로 뭉클함을 안긴다.       

'다작배우'로 불리며 쉼없이 달려온 곽도원은 늘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들과 호흡해왔다. 고교 졸업 후 연극무대에서 20대를 보낸 그가 영화판에 뛰어든건 30대가 다 되서였다.

2003년 영화 '여섯 개의 시선'에서 단역부터 시작한 곽도원은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영화 '황해'(2010),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1)을 통해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며 오랜 무명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013년 천만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에 이어 '타짜-신의 손(2014)', '아수라(2016)', '곡성(2016)', '특별시민(2017)'등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치며 주연급으로 거듭났다.

최근 영화 '강철비' 인터뷰차 만난 곽도원의 내년 소망은 "연기를 더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늘 죽을 것처럼 시나리오를 분석한다는 그다. 여전히 연기력에 고민을 놓치않는, 그는 '뼛속까지' 배우였다.

배우 곽도원

◆ '국수집'신 아이디어 "한마음으로 만든 신" 

-'강철비' 출연 배경은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이런 과정으로 결론이 이렇게 나왔는데 어떨까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같았다. 우리가 판을 짜고, 노는 모습을 본 관객분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고 호기심이 일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결론이 너무 좋았다. 강대국들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대한민국이 힘을 갖게 된 것 같아 멋있고 통쾌감이 들었다. 재미와 감동도 있고, 정말 있을 법한 스토리 같지 않나.

-정많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영화에 많이 담겼다. 실제 모습은.

뉴스에서나 청문회 등 공적인 자리에서 공직하시는 분들을 보면 딱딱한 모습이지만, 술자리나 사석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곽철우를 연기했다.

영화 속 어느 부분은 내 일상적인 모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연기 얘기를 할 때는 진지하지만, 극속 장현성 형님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애교스런 장면은 일상 제 모습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웃음) 내가 사실 삼남매 중 막내다. 고등학교때까지 엄마한테 뽀뽀도 했으니까. 막내는 나이가 들어도 티가 안벗겨지는 것 같다. 

-배우 정우성과의 호흡이 돋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갑내기인 곽도원과 정우성은 영화 '강철비' 기자간담회 당시 영화 '아수라(2016)'로 인연을 맺은 후 동료 배우이자 신뢰하는 친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영화 속 정우성은 북한 쿠테타로 치명상을 입은 북한의 권력 1호를 데리고 남하한 북한군 최정예요원 '엄철우'역을 맡았다. )

우성이가 참 잘생기지 않았나. 제일 멋진 부분이 눈빛이다. 정우성의 눈빛을 보면 너무 슬픈거다. 외로워보이고. 나보다 더 잘사는데 왜그런지 모르겠다.(웃음) '아수라' 때와 다르게 그가 맡은 엄철우의 눈빛과 닮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차안에서 함께 찍는 신들이 많았는데, 곽철우는 엄철우에게 '살 좀 쪄라','죽지말라'며 당부가 섞인 말을 한다. 그가 살을 찔수 없고, 아픈 몸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의정부로 함께 가는 신에서 정우성이 눈이 정말 엄철우 같더라. 내가 엄철우를 데리고 가는 것 같았다. 엄철우로 빙의된 눈빛이라고 해야하나. 연기하면서 그런 장면이 몇군데 있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영화 '강철비' 스틸컷

-진지한 스토리안에 영화 곳곳에 웃음을 주는 신이 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때 엄철우란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안해봤던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다. 그런데 죽어도 살은 못빼겠더라.(웃음) 우성이가 맡았다길래 만족했다.

곽철우란 캐릭터와 관련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한게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있을 법한 스토리다 보니 관객들이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시간 20여분간의 러닝 타임은 마라톤 선수들의 러닝타임과도 비슷한 시간이다. 선수들이 잠시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중간 중간 음료대를 놓듯,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만들어 놓은 코스에 쉴새 없이 달려오는 관객분들을 위해 어느 지점에 음료수대를 놓아야할까 고민했다.

로케 현장에 가면 계획보다는 많이 틀어진다. 그럴때 빨리 아이디어를 내야하는데, 감독님이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수용해주셨다.

-현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나

감독님이 많이 받아주고 수용해주셨다. 애드립은 없었는데, '삐딱하게'처럼 현장에서 바뀐것도 많다. 영화에 곽철우가 부르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가 원래는 '판타스틱 베이비'였다. '삐딱하게' 가사가 더 착착 감기더라. 이곡으로 하자고 했더니 감독님이 이미 저작권 허가를 받은 상태라며 힘들다고 하셨다. 근데 다른 곡은 따라부르기도 힘들고 곡에 따라 춤도 잘 안춰지더라. 그 모습에 감독님께서 감사하게도 결단을 내리셨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무조건 그 곡의 저작권을 따오겠다"고 하시더라.

-지드래곤의 '삐딱하게'곡의 등장은 의외였다.

반응이 좋더라. 너무 잘부르면 안되고, 그렇다고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는 것도 역할에 맞는 것 같지 않아서 완벽하게 외우지 않았다. 몇백번은 들은 것 같은데, 사실 못따라하겠더라. (웃음) 이외에도 문 사이에 곽철우가 끼이는 장면이나 국수집에서 두 철우가 마주 앉은 장면도 현장에서 바뀐 신이다.

영화 '강철비' 스틸컷
영화 '강철비' 스틸컷

-'국수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 하던데

국수신은 관객분들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주는 신이다. 국수집에서 엄철우과 곽철우가 마주보면서 국수를 먹는 신은 이미 조명이나 촬영 카메라 세팅까지 되어 있었다. 제가 왼손잡이인데, 두 철우가 같은 편에 있으니, 수갑을 각 손목에 같이 차서 나란히 먹는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조명과 촬영 스태프들께 양해를 구해서 위치를 옮겨 찍게 됐다.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스태프분들이 그 신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오셨을 텐데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영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 영화를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끝까지 달려가면서 만든 것 같다. 

-'변호인'에 이어 양우석 감독과 두번째 호흡이다

양우석 감독님과 대화를 한 번이라도 해보면 정말 깜짝 놀란다. '연예' 말고는 모르는게 없다. 다 나온다. 한약, 미술, 역사, 정치, 군사, 스포츠 모든 장르에서 놀랄만한 지식을 갖고 계신다. 그런데 늘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분이다. 마치 자기 한계를 맞닥뜨릴때까지 도전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보면 성향이 엄철우와 비슷할 것 같다. 평소에는 정말 유하고 인내심이 강한데, 정말 어려운 상황에 닥치더라도 맞닥뜨릴 수 있는 그런 분 같다.

◆징글질글했던 영어 대화 신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말 영어때문에 죽는줄 알았다. 이건 립싱크도 못하지 않냐. 영어가 스물 문장 정도가 되는데 안외워지더라.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보면서 외우다 지쳐 잠이 든다. 그러다 깨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외워본다. 그러다 막히면 눈을 못뜨겠더라. 그걸 생각날 때까지 하다가 대본 보고 다 외워지면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내다보니 공부좀 할 껄, 이걸 왜하나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웃음)

또 곽철우란 캐릭터가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어서 발음을 영국식으로 할것이냐, 미국식으로 할것이냐 어떻게 할것이냐, 고민도 많았다. 가르쳐주시는 영어 선생님 발음은 미국식이고,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발음도 영국식으로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감독님께 말씀드리니, 감독님은 "그럼 미국식으로 하죠"그러시더라. "그럼 출신 대학교는 어떻하죠?"이렇게 묻고 다시 회의 하고. 그 '잉글리쉬'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 물론 촬영이 '오케이'된 직후 다 까먹었지만.

그런데 중국어는 희한하게 선생님께서 성조를 이렇게 빨리 터득한 경우는 제가 처음이라며 칭찬해 주셨다. 한번 들어도 성조가 들리더라. 들은 대로 바로 똑같이 따라했더니 놀라시더라.  

영화 '강철비' 스틸컷
영화 '강철비' 스틸컷

-캐릭터 분석은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건 여전히 제겐 죽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런 작업이다. 인물이 머리속으로 떠오를때까지 시나리오를 보고 또 본다. 그러다가 신기하게 그려질때가 있다. 안그려지면 고통스러운 거지.

곽철우란 캐릭터를 분석을 하면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보수와 진보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왜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란 단어를 쓰게 됐는지 그런 얘기를 다 해주시더라. 

-영화에서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신에 대해

전쟁은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이 사라진다는 생각만 해도 싫다. 먼 미래를 위해 한 민족이니 통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쟁이 아닌 평화가 보장된 상태에서 통일이 되는게 좋지 않을까. 

사실 영화에서는 편집이 됐는데, 영화 속 곽철우가 대학에서 강연하는 뒷부분에 대사가 더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곽철우가 학생들에게 "통일이 되면 캠핑카를 사서 땅끝마을에서 육로로 북한을 지나, 중국과 실크로드를 거쳐 유럽까지 여행한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어때요. 통일, 이뤄야겠죠"이런 대사였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내가 대사를 만들어서 소품까지 따로 요청해 찍었는데 결국 편집됐다. 곽철우가 감성주의자로 갈 것 같다는 생각에 편집을 하신 것 같다.

◆ 깡패역할 해보고 싶어...내년 소망은 "연기 잘했으면"

-엘리트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깡패 역할은 안해봤다. 깡패같은 엘리트만 해봤다.(웃음) 영화 '신세계(2013)'에 나오는 (황)정민이 형이 맡았던 '정청'역할 같은 역할? 이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예전부터 나중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그 캐릭터였다. 그런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사실 내가 영화배우를 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캐릭터를 따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시나리오 들어오는대로 열심히 하려한다. '강철비'처럼 심장이 뛰는 작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고.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을 꼽자면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와 '곡성(2016)'이 기억에 난다. '범죄와의 전쟁'을 찍은 이후로 오디션을 안봤다. 만약 그 이후로도 오디션을 봤다면 10번중 7번은 떨어졌을 거다. 아휴...생각만해도 오디션은 너무 떨린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제33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나홍진 감독과는 영화 '곡성'으로 2010년 영화 '황해'에 이어 다시한번 호흡을 맞췄다. '곡성'은 데뷔 이래 첫 주연작으로, 이 작품으로 그는 제37회 황금촬영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곡성'을 통해 제게 큰 역을 줘도 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조금씩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실 이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 됐을 당시 주변에서 우려나 걱정도 많았다. 나홍진 감독이 날 믿어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렇게 우성이와 같이 주연도 맡을 수 있게 된 거고.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범죄와의전쟁''변호인''아수라''곡성'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변호인'(2013), '곡성'(2016), '아수라'(2016) 스틸 컷

-그동안 악역도 많이 맡았다.
제가 사실 막상 촬영이 끝나면 '끝났다'는 공허함이 들긴하지만, 캐릭터를 금방 잊는다. 그런데 악역만큼은 힘든 것 같다. 매일 그 감정을 3~4개월간 끌고 가야하니까.

-코미디란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연극을 하면서 뼈져리게 느낀게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다는 거다. 코미디는 정말 어렵다. 그 묘한 적정선을 유지하는게 정말 어렵다. 조금만 넘치면 과하게 웃기려는 것 같고, 덜하면 웃으라는건지 애매하니까. 아무나 하는게 아닌 것 같다. 행복하게 남을 해주는 능력이 있다는건 하늘의 축복인 것 같다.

-'다작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삶은

연극했을 당시 연출 선생님들이 배우들한테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 배우들은 파리 목숨이니 박수 받는다고 건방 떨지말고 열심히 하라고. 본인 인생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작가나 연출의 얘기하고자 하는 생각에 본인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년 소망은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놀란 부분이 현장에서의 배우의 호흡은 거짓말이나 요령이 안통한다는 점이었다. 현장에서의 분위기와 느낌들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겨진걸 보니 연기 잘해야겠다, 연기는 참 어렵구나 싶더라. 세세한 감정까지 화면에 담겨져있으니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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