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준호 감독 “‘옥자’는 내가 처음 만든 러브 스토리”
[인터뷰] 봉준호 감독 “‘옥자’는 내가 처음 만든 러브 스토리”
  • 유이청
  • 승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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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 CCO 테드 사란도스. 사진=넷플릭스

 

 

【인터뷰365 유이청】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첫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옥자’ 제작진이 세계적으로 처음 가지는 자리인만큼 국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넷플릭스 컨텐츠 최고책임자(CCO) 테드 사란도스와 최두호 프로듀서, 플랜B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 그리고 한국의 서유식·김태완 프로듀서와 김우택 뉴(NEW) 총괄대표 등이 참석했다.
‘옥자’는 세계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넷플릭스가 투자하는 영화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에서만 극장 개봉을 하고 전 세계 190개국에 스트리밍 서비스된다.
‘옥자’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나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에서 일주일 이상 상영하지 않은 영화는 경쟁부문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인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작업이 “창조적이었다”고 만족을 표했으며 “빨리 개봉해 영화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다”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있었던 일문일답 가운데 특히 봉준호 감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옥자’는 어디서 출발한 어떤 영화
2010년 운전을 하며 가다가 길에서 큰 동물을 봤다. 내 환각이었을 텐데, 수줍게 생기고 내성적인 느낌이었다. 그때 저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큰 동물이다. 영화는 이 동물을 사랑하는 소녀 미자와 옥자의 사랑과 모험을 다뤘다. 사랑 이야기에는 항상 장애물이 있어,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복잡한 세상의 요소들이 등장한다.

 

넷플릭스와의 작업
넷플릭스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영화의 규모가 크고 예산이 많아 망설이는 회사들이 많았고, 영화 내용이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또 망설이는 회사들이 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망설임 없이 두 가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고 영화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칸에 초청된 소감
칸에 가는 것은 두렵다. 감독으로서는 칸만큼 영광되고 흥분되는 자리가 없지만, 동시에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생선의 느낌 같은 게 잇다. 흥분도 되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 계신 프로듀서들과 함께 영화를 아름답게 완성시켰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빨리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

 

테드 사란도스=‘옥자’ 제작은 넷플릭스 사상 가장 놀라운 일일 것이다. 제레미와 플랜B를 통해 ‘워머신’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제레미가 ‘옥자’ 얘기를 했다. 오래 전부터 흠모했던 봉준호 감독과 일할 기회가 욕심이 났고 우리에게는 도전이기도 했다. 함께 일하면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이 있어 이 세상이 좀더 나은 세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제레미 클라이너=나와 브래드 피트는 오래 전부터 봉준호 감독을 팬으로 흠모해왔다. 스토커 수준으로 봉 감독을 좋아하고 작품을 봤다. ‘옥자’ 대본을 봤는데 놀랍고 재미있고 비주얼도 대단했다. 어린이의 순수함과 성인들의 세계를 잘 그리고 있다. 봉 감독의 비전을 어떻게 해서든 지원하려고 플랜B에서 노력했다. 봉 감독이 하는 제작 전반, 캐스팅이나 마케팅 그리고 배급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지원하면서 봉 감독의 비전을 최대한 뒷받침하려 노력했다. 우리에게는 큰 영광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기분이 어떤가
일단 영화가 잘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오래전부터 서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던 것은 사실이다. 최우식 프로듀서는 ‘마더’ 때부터 함께 일했고, 김태완 프로듀서는 ‘괴물’, 최두호 프로듀서는 ‘설국열차’를 함께 했다. 제레미와 플랜B는 2007년부터 만난 적이 있다. 내 나름으로는 테드를 비롯해 어벤져스 팀을 꾸렸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과 제작 어벤져스 팀. 사진=넷플릭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상영을 한다는 것을 알고 넷플릭스와 작업을 결정한 이유
물론 넷플릭스가 어떤 식으로 영화를 배급하는지 알고 시작했다. 처음 얘기할 때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에서 극장 개봉을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 관객 위해 폭넓게 개봉한다는 것에 마음을 놓고 시작했다.
영화의 유통 배급도 중요하지만 난 작가이자 연출자다. 창작의 자유 또는 최종편집권이라 할 수도 있는데, 자유롭게 창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미국이건 프랑스건 어느 나라건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감독이 모두 컨트롤하도록 전권을 주는 경우는 없다. 마틴 스콜세지나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신에 가까운 분들 외에는 그런 경우가 없는데, 나는 행운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100% 컨트롤할 수 있다는 조건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내가 매사에 소심하고 불안해 하고 걱정이 많은 타입이지만 되게 낙천적일 때도 있다. 일단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고, 넷플릭스 측에서 한국 개봉은 극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초반에 했기 때문에 그 문제로 심각하게 저울질하거나 고뇌에 빠진 순간은 없었다.
결국 극장과 스트리밍은 공존하리라 본다. 어떻게 공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지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며칠 전 1960년대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극중 영화감독이 “시네마는 죽었다, TV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지 않나.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는 데 단점은 없나, 영상이나 사운드 등이 극장이 더 퀄리티가 높을 수도 있고,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기로 유명한 감독인데 관람 환경 때문에 희생되는 부분은 없겠나.
나와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지는 넷플릭스 영화다 아니다 관계없이 우리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했다, 큰 스크린에서 상영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작업했다. 영화 한 편 만들면 개봉 때 큰 스크린으로 보다가 블루레이, 가정용 DVD, 스트리밍 등으로 이동한다. 영화의 긴 수명으로 봤을 때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극장용 큰 스크린에 아름답게 보여주게끔 찍은 영화가 작은 화면으로 옮겨졌을 때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게 내 원칙이다.
영화의 긴 수명을 놓고 생각했을 때 넷플릭스가 보전하고 계속 스트리밍하는 것이 퀄리티 관리가 뛰어나다고 본다. 집에서 내 영화를 TV로 볼 때 잘리거나 밑에 이상한 자막 나오는 것 등을 보면 상처받는 느낌이다. 넷플릭스는 그런 것이 없어서 디지털 아카이빙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 전체를 컨트롤하는 데서 오는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없나
100퍼센트 컨트롤은 자유와 동시에 책임이다. 여기 있는 프로듀서나 넷플릭스는 내가 하기 싫은 것을 시키거나 하고 싶은 것을 막은 일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잘못 됐으면 100퍼센트 내 책임이다.

 

계속 필름을 고집해왔는데, 이번 영화는 디지털이다.
‘옥자’도 35밀리 필름으로 찍고 싶었는데 한국의 모든 현상소가 문을 닫았다. 마지막 남아있는 현상 설비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들어갔고, 그것을 관리하는 분이 있는데 두 시간 장편영화 작업을 할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LA에 현상소가 하나 남아있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관리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국의 필름 랩은 멸종했다. ‘설국열차’가 마지막 필름영화라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다리우스 콘지와 디지털로 하되 필름보다 더 필름 같은 디지털 카메라로 해보자 해서 알렉사65(디지털의 70밀리 버전) 카메라를 도입했다. 영화 ‘레버넌트’ 일부 시퀀스를 찍었고, 벤 애플렉이 이것으로 최근에 장편을 찍었던 카메라다.

 

할리우드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미자와 옥자가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끝난다. 산속 시골아이가 자본주의 심장부인 월가가 있는 뉴욕 맨해튼에 간다는 의미에서 우리끼리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얘기도 했고 ‘반지의 제왕’ 얘기도 했다.

 

 

'옥자'에 출연하는 틸다 스윈튼과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와 제이크 질렌할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틸다 스윈튼은 시나리오 다 써놓고 캐스팅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설국열차’ 개봉 프로모션할 때 ‘옥자’ 드로잉을 보여줬더니 재미있다고 했다. 틸다 스윈튼은 개와 닭들을 키운다. 동물을 사랑한다. 틸다는 캐스팅을 했다기보다 함께 작품을 준비했다.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하고 미술감독을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깊게 참여했다. 그래서 탑 크레딧에 틸다 이름이 코어 프로듀서로 자막에 올라간다.
제이크 질렌할은 2007년에 처음 만났고 오며가며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제이크한테도 시나리오가 아닌 그림을 보여줬다. 전문적인 아티스트가 그림 그림을 보여줬는데 마음이 녹아내리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순조롭게 됐다.

 

넷플릭스 작품 가운데 재미있게 본 것이 있나
영화 위주로 많이 보는데, 스탠리 큐브릭의 거의 모든 영화들을 좋은 화질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개봉 때 보지 못해 아쉬웠던 후배 박정범 감독의 ‘산다’를 봤다. 그런 인디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홍상수 감독의 ‘그 후’도 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경쟁을 하게 된 마음이 어떤가. 또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이다.
경쟁부문 선정되니 경쟁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흥분되면서도 싫다. 영화를 어떻게 경쟁하고 저울질하겠나. 심사위원들은 조금 더 아름다움을 축복해주고 싶은 영화에 표를 던질 것이다. 그래서 ‘옥자’가 경마장의 트랙에 올라가 레이스를 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은 개인적으로 오랜 팬이고 그 분 영화를 다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엄청난 속도를 내고 있어 따라잡기 힘들다. 창작의 에너지가 부럽다. ‘그 후’도 ‘클레어의 카메라’도 빨리 보고 싶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이다.
나와 잘 알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표현이 있지만 박 감독님이 워낙 공명정대하고 취향이 섬세해서 본인 소신대로 잘 하시리라 본다. 나도 베를린이나 선댄스 심사를 한 적 있지만, 영화제 심사는 전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보는 거다. 어느 누가 선동한다고 한 쪽으로 쏠려가고 그런 것 없다. 우리나라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다.
박 감독님이 이번 심사를 즐겼으면 좋겠고, ‘옥자’가 심사와 경쟁에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즐거운 두 시간을 보장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든다.

 

 

'옥자'는 산골소녀와 거대 동물의 사랑 이야기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기 바라나
이 영화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칸 집행위원장인 디메리 프리모는 정치적인 영화라 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프랑스인 시각에서는.
나로서는 최초의 사랑 이야기다. 첫 러브 스토리인데 상대가 동물이다. 소녀와 동물의 사랑 이야기. 한국에 반려동물 가족이 천만 명을 넘었다던데 그분들만 다 와서 봐도...(웃음), 우리는 동물을 가족, 친구로 보기도 하고 먹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동물을 껴안고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게 우리의 일상 모습인데, 거기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동물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일과 가장 추악한 일들이 동시에 영화에서 다뤄진다.


테드 사란도스=애완동물들도 넷플릭스에서 함께 봤으면 좋겠다.

 

브래드 피트도 이 영화를 봤나
제레미 클라이너=영화는 몇 주 전에 봤고 대본도 봤다. 촬영장에도 왔었다. 브래드 피트와 ‘설국열차’도 봤다. 봉준호 감독을 좋아한다. 틸다 스윈튼과도 함께 일한 적이 있어 존경하고 좋아한다. 봉 감독 영화가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영화라며 플랜B의 흐름과도 통한다고 여기고 있다.
봉준호=뉴욕 촬영 때 왔는데 멋졌다. 나이 쉰 살이 넘어도 여전히 날카로운 턱선을 볼 수 있었다.

 

‘옥자’는 오는 6월28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릴리즈된다. 한국에서는 6월29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극장 개봉을 할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은 빨리 성적표를 받고 싶은 아이처럼 “영화가 공개돼 영화의 스토리와 장면들을 가지고 편하게 얘기 나누고 싶다. 빨리 영화 내부로 들어가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봉준호 감독은 16일 칸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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