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박사 손기환’ SICAF 집행위원장
‘만화박사 손기환’ SICAF 집행위원장
  • 조현진
  • 승인 20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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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폭 안에 어우러지는 것. 그것이 만화라는 문화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 사진 김우성] 올해 5월 21일부터 12번째 행사를 맞게 되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이하 SICAF)’는 사실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 했었다. 행사의 규모도 위축되었다. 대형 만화출판사들의 외면도 한 몫 거들었고, 앞 다투어 만화산업을 육성하겠다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열기가 식은 탓도 있었다. SICAF와 함께 제법 규모가 있던 만화 페스티발이었던 ‘춘천만화축제’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어쩌면 예상과 달리 우리 만화가 자생적 컨텐츠가 되지 못하고 게임이나 방송의 뒷 부분으로 가려졌기에 일어난 상황일 런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12월 SICAF의 새로운 집행위원장으로 손기환 상명대 교수(52세)가 선출되자, 만화와 애니메이션 사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이제 다시 SICAF가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를 만났다.



집행위원장을 맡으신 거 축하드린다. 전반적으로 SICAF가 어떤 행사인지 먼저 알려 달라.

집행위원장 된 것이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하) SICAF는 우리나라에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화산업적 인식이 생기고, 그 전까지 외국에서 좋은 사례도 있었고 해서 산업화코드로 1995년 처음 시작된 행사다. 중간에 한 해 쉬고 매년 진행되어 올해로 12회째가 된다. 이전까지 만화 페스티발이 없었으니 처음에는 대중적으로도 아주 인기가 있었다. 물론 지원기관, 만화관련 산업체, 아카데미등이 활성화 되었고, 서울시도 적극적으로 나섰었지.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유사한 엔터테인먼트 행사가 많아지고 만화보다는 게임 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조금씩 행사가 위축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코엑스(COEX)에서 행사를 하다가 몇 년 전부터 학여울역 서울 무역전시 컨벤션 센터(SETEC)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SICAF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나는 올해 행사에서 그걸 제안하고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고.


집행위원장은 처음 맡았지만 첫해부터 SICAF에 깊이 관여해 온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작가로써도 참여했었고, 집행부 일도 해왔다. 그런데 모두들 위기의식이 고조되다 보니 작년 말에 아무래도 대학이 좀 앞장서서 미래지향적 방향도 잡아야 하고 SICAF의 도약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는 주문을 받고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럼 올해 행사에는 어떤 차별화가 있나?

디지털 컨텐츠적인 요소가 행사의 전반적 방향이나 프로그램 상에서 강화될 것이다. 나는 3가지 측면에서 올해 행사를 강조하고 싶은데 ‘지원기관’, ‘산업체’, ‘인력이 활발하게 소통되는 아카데미’로써 SICAF의 의미를 정의하려고 한다.


대중 참여의 부분은 어떤가? 사실 지난 몇 해의 행사는 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사실이다. 행사장도 코엑스에서 쎄텍(SETEC)이라는 산업적 마인드가 강한 곳으로 옮긴 후, 대중의 관심이 좀 줄어들었고 그러니까 만화 관련 업체들의 부스나 참여도 좀 저조했었다. 반면에 비즈니스적인 면에서는 분명히 성장했다. 외국에서의 인지도도 높아졌고. 자본과 만화창작주체를 이어주는 SPP(Seoul Promotion Plan)같은 쪽에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니까 올해는 대중적인 면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고, 비즈니스적인 이 두 가지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만한 균형 있는 행사를 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몇 작품 정도 소개되나?

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행사가 진행되는데 경쟁작이 약 1200편 출품될 예정이다. 이건 세계 유명 영화제와 비교해 봐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중에서 400편쯤이 프로그래머에 의해 선별되어 상영된다. 물론 유명 만화작가와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와서 워크샵도 한다.


전시 부스는?

학여울의 쎄텍은 부스를 많이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국내외 100개 업체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까 관객, 행사규모, 부스 등 다 작년의 2배를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이다.


SPP는 이제 SICAF를 규정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는데 올해 역시 활발할테지?

그렇다. SPP 덕분에 SICAF는 이제 전 세계의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종사자라면 다 아는 행사가 되었다. 올해도 초청인사가 300명 정도 올 것이고, 이미 작가나 업체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지원작으로 선정이 된 작품을 산업체와 연결하고, 투자유치를 지원하고 외국 업체들과도 연결하는 것이 SPP의 임무다. 그러다보니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애니메이션 쪽이 이 행사에 관심이 많다. 제작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기다리는 행사다. 이제껏 성과도 많이 나왔다.




손기환 집행위원장은 홍익대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부터 학교교지에 만화를 그릴 정도로 만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던 그는 대학원을 다닐 때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한다.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민중과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까운 양식이 뭐냐고 고민하다가 그가 먼저 찾은 것은 벽화였다. 대학 건물 외벽과 담벼락에 벽화를 참 많이도 그려 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민중벽화’라는 것은 그려도 그려도 매일 떼고 불에 타다보니 그 다음 손 교수가 관심을 가진 것은 ‘판화’와 ‘만화’였다. 손 교수 덕분에 민중미술 운동안에 자연스럽게 만화가 참여된다. 대학 안으로도 민주화 투쟁의 도구로 만화가 사용되며 6월 항쟁의 상징인 ‘고 이한열 열사’도 연세대 만화동아리의 일원이었다.


그 당시 손기환 교수는 <만화정신전>이란 행사를 기획하게 된다. 그 전시를 통해 이희재, 이원복 같은 의식 있는 만화가와 만나며 만화와 미술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민족미술협회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국내 미술단체로써는 최초로 ‘만화분과’가 생기며 손기환 교수는 첫 번째 분과위원장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화의 비평을 시작했고, 직접 그리기도 했다. 물론 그의 만화는 의식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손기환 교수의 이런 노력은 <보통고릴라>의 주완수, 한겨레신문에 시사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박제동 같은 민중만화가들이 등장하면서 결실을 본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만화박사다.

글쎄. 만화로 ‘박사학위’는 아직 없다. (하하) 그렇게 80년대에 민중미술 운동을 했고 그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니까 가장의 역할도 해야 해서 미대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참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공주전문대에 처음으로 만화학과가 생겼다. 강의요청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새 힘이 생겼고. 학생들과 함께 만화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다가 그 다음에 상명대에 학과가 생기면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지금은 상명대 만화 애니메이션 학부와 디지털 영상미디어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분명히 90년대 후반부터 만화를 산업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많은 대학에 만화 학과도 생겼지만 우리 만화가 대중문화의 중심에 존재하게 되었다고는 아직 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만화는 대중과 거리가 있는 걸까? 일예로 어린이들은 여전히 우리만화보다 <짱구>나 <스폰지 밥>에 더 열광한다.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데에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우리만화는 분명히 크게 성장했다. 새로운 인력도 많이 나왔고, 제작되어 외국에 팔린 컨텐츠도 많다. 단지 우리나라 안에서 그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사실 국내 애니메이션이 대중적인 관심을 가질 시간대에 방송된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아예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시선을 맞춘다.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를 메인 마켓으로 놓다보니 가능한 특정문화가 배제된 작품이 기획되어지는 이유도 있다. 즉 만화는 산업이기도 하지만 문화적인 측면도 중요하니까 우리 문화가 노출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지. 그러다보니 우리 문화 토양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외국만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사실 만화에 대해 우리처럼 ‘무거운 생각’을 하는 나라도 없다.



무거운 생각? 어떤 의미인가?

유교적 영향이 크겠지만 우리나라의 만화산업은 너무 기형적이다. 일반만화와 잡지는 맥을 못 추는데 반해 교육만화시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크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교육열과 결합되며 공부가 되는 만화라면 인정하겠지만, 그게 아니면 가차 없다는 거지. 이런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나는 TV를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데 뉴스, 시사프로그램도 있지만 ‘연속극’도 있는것 아닌가?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것이 문화인데 연속극 같은 일반만화는 사장되고, 시사프로그램 같은 교육만화, 다큐멘타리 같은 웹 만화만 활성화 된다는 것은 분명 기형적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만화는 저질이라는 인식이 두텁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다. 만화는 분명히 오랜 시간동안 주류문화에서 거절과 거부를 당했다. 지금도 여전하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10여 년 전 부터 대학에 학과가 생겼지만 아직 만화는 문화적 메인스트림에 진입 못한 상태다. 나는 소비자들에게 ‘삶의 폭 안으로 만화를 받아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개그는 되는데 만화는 안 된다는 생각이면 곤란하다. 이 생각을 바꿔주셨으면 한다. 물론 시간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 팔리는 이유는 그 당시 그 문화를 소비한 이들이 계속 사는 것이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는 세대들이 성장했을 때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문화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세대들이 늘어날 것이다. 나는 단지 그걸 좀 더 당겨보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까지의 만화는 무시당했고, 요즘은 자생적인 문화 컨텐츠라기보다는 게임이나 다른 문화현상의 ‘지원 문화’정도로 머무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더 그렇게 될지도 모르고. 손 교수는 어떻게 전망하나?

우선 개인적으로 만화는 즐겁고, 편하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나는 만화, 애니메이션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만화에서 게임으로 트랜드가 옮겨가는 추세라고 보는 것은 옳은 시각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학자이다 보니 ‘시각문화’, ‘비쥬얼 컬쳐아트’ 라는 말을 난 자주 쓰고, 중요한 용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만화는 그런 형식과 규정의 무거움을 넘어 즐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그 부분을 놓치면 안 되는데 너무 등한시 한다는 것이 안타까움이다. 이 즐거운 전달이 만화의 특별한 특기이자 장점이다. 그러기에 분명한 것은 만화는 미래문화의 주요한 요소이다. 요즘 보면 정말로 좋은 아티스트가 많이 등장하고. 학생들은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 수준도 대단하다. 몇 년 전 교수들보다 요즘 학생들 수준이 높다. 장비도 좋아지고. 인프라가 좋다. 기술적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애니메이터 중에 우리 유학생 출신들도 많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만화의 자생력을 믿는다.




손기환 교수는 얼마 전 <제1회 대학생 만화최강전>을 주도했고 행사는 아주 성황리에 끝냈다. 많은 대학의 만화학과, 미술학과의 학생들이 참여한 이 행사의 인사말에서 손 교수는 권위적이고 폼 나는 ‘미전’이나 ‘국전’같은 이름보다는 <대학가요제>처럼 만화를 사랑하는 학생들이 놀고 즐기는 행사가 되기 위해 만화적인 타이틀인 ‘최강전’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아직 일반 소비자에게 만화는 웃고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반면에 학자들은 이 만화를 저질문화로 규정짓기도, 너무 어렵게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일상처럼 만화가 우리의 삶과 어우러지기를 희망하는 사람 손기환 교수를 만나며 ‘만화라는 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오는 5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제1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은 그런 '만화박사 손기환'의 비젼에 대한 새로운 시험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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