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60주년 맞는 배우 안성기의 꿈 “내 꿈은 배우 정년 연장하는 것”
[인터뷰] 데뷔 60주년 맞는 배우 안성기의 꿈 “내 꿈은 배우 정년 연장하는 것”
  • 김다인
  • 승인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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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에 자리한 안성기.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다인】배우 안성기의 데뷔 60주년을 맞아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 전'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렸다.
안성기는 다섯 살이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한 지 만 60년, 그동안 13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0대 중반까지 꾸준히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학업 등을 이유로 10여년 동안 공백기를 가진 후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 변신했다.

이후 '고래사냥'(배창호·1984), '칠수와 만수'(박광수·1988), '투캅스'(강우석·1993) 등을 통해 80년대를 이끌어가는 연기자가 됐으며 최근까지 '사냥'(이우철·2015), '필름시대사랑'(장률·2015)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별전 개막에 앞서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성기는 “처음 영상자료원에서 이런 행사를 가지겠다고 했을 때 자꾸 획을 긋는 것이 싫어서 부담스러웠다며 ”슬쩍 넘어가는 행사일 줄 알았는데 커졌다”고 첫 인사를 했다.

이어 안성기는 “일반적으로는 나를 50대 중반으로 알고 있어 이번 행사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는 농담으로 기자들을 웃게 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가운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을 꼽는다면
출연작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한 작품만 뽑아달라는 질문은 고문에 가깝다.
어역 배우 시절 영화들은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어서 빼고, 성인이 되어 영화를 하겠다고 생각한 이후 첫 번째로 꼽을 영화는 ‘바람불어 좋은 날’이다. 이전까지 어렵게 살다가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산업화 시대를 정확하게 관통한 영화다.
임권택 감독과의 첫 만남인 ‘만다라’, 많은 관객들과 만난 첫 영화 ‘고래사냥’도 꼽을 작품이다. 한국 외국어대 베트남어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더 나이들기 전에 베트남전 참전 용사 얘기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때 안정효 작가의 ‘하얀 전쟁’을 보고 정지영 감독에게 권했다.
착하고 정직한 역만 하다가 ‘투캅스’로 망가져봤고, 나이 들고 역할도 주연에서 조연으로 변하면서 연착륙한 작품이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다. 분량을 적은데 비중은 커서 앞으로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라디오스타’는 작은 영화지만 나와 닮아서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은 시나리오다. 같은 배우라도 시나리오에 따라 박수를 받을 수도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배우의 연기력 못지않게 작품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역배우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그때는 연기가 무엇인 줄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했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 잘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당시는 전쟁 후라 아역배우가 없었다. 끼는 있었는지 시키는 대로 잘 했다. ‘천재소년 안성기‘라는 한 광고문구는 선전용일 뿐, 천재와는 거리 멀다. 당시 영화 ’하녀‘를 보면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 어린애 같고 어리숙한 모습이 보기 좋아서 좋아해 준 것 같다. 연기를 야무지개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역을 하면서 해보지 못했다.

 

60년 동안 드라마나 연극에 출연하지 않고 오직 영화만 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 ‘형사’ 시리즈에 범인으로 출연해 달라는 부탁받고 한번 출연한 적 있다. 이틀에 50분 분량을 찍는 건 영화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드라마 작업은 근본적으로 나와는 맞지 않았다. 영화는 얘기 나눌 시간이 충분하다. 그 재미로 영화를 찍는다. 영화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컴컴한 자리에 앉아서 자신을 감동시켜달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영화계에서 닮고 싶은 배우, 존경하는 배우로 꼽히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생각,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한눈팔지 않고 영화에 매진한 것 같다.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뒤로 빼는데, 영화 일은 앞장서서 열심히 한 편이다. 성인이 되어서 열심히 영화를 한 것이 80년대인데, 그때는 녹록치 않던 시기였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다. 영화 하는 사람들도 대우받고 존경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작품 선택마다 신중을 기했다.

스크린쿼터제 때도 앞장섰다. 앞서서 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사명감을 갖고 했다.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연기자 자세로 배우처럼 열심히 했다. 그런 일들에 대한 존중이 있는 것 같다. 영화 출연이나 영화 관련 일을 하면서 신뢰가 쌓이고, 그 바탕 속에서 후배들도 좀더 편하게 일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특별전의 제목에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인생 자체가 한국영화라는 뜻인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영화를 다시 시작하면서 영화하는 사람들, 영화 자체가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 자신을 다그치고 많이 자제하며 살았다. 이전 시기에 사랑영화가 많이 나왔는데, 그런 영화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했다. 신경 많이 쓴 것은 사실이다. 기존 배우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알게모르게 많이 노력했다. 그 속에는 의도적인 것도 있었지만, 내 심성도 그런 쪽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중간에 그만뒀을 것이다.

 

한국영화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제작 환경도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한 소회를 듣고 싶다
90년대 초 민주화가 되고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고 해외 유학파 영화인들이 귀국하면서 영화산업이 많이 바뀌었다. 90년대 중반 ‘쉬리’ 이후 한국영화는 산업화에 들어섰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얻은 것 많다고 생각한다. 영화 스탭들도 삶이 나아졌다.
하지만 예전의 식구,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섞으면서 가족처럼 지내왔던 모습을 많이 잃어서 아쉽다. 대기업에서 투자하다보니, 젊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편하니까 나이든 사람들이 도태되는 사실도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유난스럽게 나이 많이 따지고 세대를 나누는 경향이 있다. 일본 영화 ‘잠자는 남자’를 촬영할 때 당시 현장에서는 20대와 70대 스탭들이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며 일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 영화 현장에서도 윗세대와 올라오는 세대들의 공존이 보고 싶다.

 

 

 

 

국민배우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90년대 중반에 한 영화잡지에서부터 쓴 표현이다, 계속 그렇게 불리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내고 있다. 그렇게 잘 살았으면 하는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나도 거기서 벗어날 필요 없이 그렇게 잘 살아야겠다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사실 나는 국민배우가 맞는 것 같다.(웃음) 팬클럽도 없고, 죽자사자 하는 팬들도 못 본 것 같고...국민이 팬이라 생각한다. 나를 좋아해 주는 분들은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기분좋게 미소짓고 목례하며 지나가는 느낌, 한결같고 은은하며 연탄불 같은 느낌이다.

 

영화 외적으로 하는 일들을 소개해달라
영화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세 가지다. 우선은 유니세프 친선대사 일이다. 전쟁 후 유니세프의 도움을 많이 받은 세대라서, 우리처럼 힘들게 사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인데, 신영균 선배 배우가 출자한 자금으로 젊은 영화인들을 위한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해마다 그해에 가장 열심히 일한 예술인들을 격려하는 일 등을 보람있게 여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일은 한국영화를 짊어지고 나갈 이들을 돕는 즐거운 일이다. 영화 관련 일들을 하면서 내 자신에도 자극이 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오래 하는 것이 꿈이다.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을까. 나이 들어서도 에너지가 느껴진다면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는 많아도 힘이 있고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 좀더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것은 선배들이 일찍 현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동료, 선배가 같이하면 좋겠는데 자꾸 떠나서 외롭다. 내가 좀더 오래 해서 뒤에 오는 후배들이 저 정도까지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정년 연장을 가능하게 하고 싶다.

 

이어 열린 개막식은 ‘사냥’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권율·한예리의 사회로 시작됐다. 개막식에는 신성일 강수연 송강호 장동건 김의성 오지호 고아라 김민종 등의 배우들과 임권택 김수용 이두용 이장호 정지영 이명세 김기덕 감독 등이 참석했다. 특히 1980-90년대 안성기와 함께 많은 히트작을 냈던 배창호 감독이 축사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연출작 18편 중 13편을 안성기와 함께했던 배창호 감독은 축사에서 "(안성기는) 하얀 도화지처럼 여러 색깔을 입힐 수 있었기에 여러 작품을 할 수 있었다“며 ”상복이 많아서 '안상복', 치밀하고 조용한 성격 때문에 '독일 잠수함'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창호 감독은 "안성기가 앞으로도 관객에게 계속 사랑받는 배우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말로 축사를 매듭지었다.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는 배창호 감독(위),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아래).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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