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 영화의 빛은 나 살던 시골의 해그림자”
[인터뷰]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 영화의 빛은 나 살던 시골의 해그림자”
  • 유이청
  • 승인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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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모코토 감독이 '너의 이름은.' 3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365 유이청】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영화가 300만 관객을 넘으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임패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색 셔츠 검은 바지에 회색 재킷을 받쳐 입고 운동화 차림이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날 현재 누적 관객수 358만8578명을 기록한 ‘너의 이름은.‘ 흥행 소감, 앞으로의 연출 계획 등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너의 이름은.’이 350만 관객을 넘었다. 두 번째 한국에 온 소감은.
한 달 전 영화 개봉 때 서울에 왔다. 한 달 만에 350만명이 들었다는 건, 희망사항이었지만 현실화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일본 십대들의 영화 감상평을 보면, 감독이 아저씨인데 어떻게 우리들 감성을 저렇게 표현했나 감탄한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소녀 관객들에게도 아저씨가 우리 감성을 어떻게 잘 아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가 어른이 되는 연속적인 삶을 산다. 그래서 어린 시절 가졌던 슬픔이나 기쁨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물론 퇴색하기는 하지만. 나도 예전 생각을 돌이키며 시나리오를 쓴다. 학창시절은 이미 20년 전이지만 그때 감성을 기억해내 쓰는 것에 지금의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영화를 한 편의 시나 음악처럼 연출하고 싶다고 했다.
내 영화에 대해 뮤직비디오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논리나 이론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항상 논리적인 것에 바탕을 두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론이나 논리를 점프해서 영화 만들려고 한다. 그런 순간 음악이 큰 힘이 된다. 가령 ‘너의 이름은.’에서 두 사람이 서로 뒤바뀌어 다른 일상을 경험할 때 넣은 음악은 매우 밝고 희망적이다. 불안함보다는 새롭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관객들 마음을 바로 바꾸는 음악을 사용한다. 그럴 때면 음악은 참 좋구나, 부럽다. 영화감독보다 뮤지션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음악을 담당한 밴드 래드윔프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이번 영화에 훌륭한 음악을 만들었다. 고생도 많이 했다. 래드윔프스는 자신의 색깔이 확실한 밴드다. 하지만 영화음악은 여러 차례 다시 만드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래드윔프스도 불만이 쌓여 나와 싸움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노다 유지로가 메일을 보내왔는데, “우리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다른 일을 하지만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이 마치 영화의 타키와 미즈하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일을 보고 짜증이 없어지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노다와 얘기하기를, 빠른 시일 내 다시 함께 작업하는 것보다 10년 정도 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있어 고민 중 하나도 음악이다. 래드윔프스처럼 좋은 음악을 해줄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전작에서는 주인공이 감독 자신의 분신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력자가 감독의 분신인 것 같다
테시가와라는 타키와 미츠하의 조력자가 필요해서 만든 캐릭터다. 내가 실제 시골에서 생활했을 때 봤던 여러 캐릭터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미츠하 같은 경우는 도쿄 꽃미남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외칠 정도로 도쿄 생각에 몰두한다. 나도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갔다. 가끔 내가 도쿄로 안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풍요롭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고향에 남았다면 이 영화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다 잘되지는 않았다. 이 영화가 잘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닮아있고 공통점이 많다. 일본에서도 한류 붐이 일고 있지 않나. 풍광도 비슷해서, 어쩌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도쿄를 서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 영화를 개봉해 다녀왔는데, 그곳은 아주 먼 곳인 것 같은데 비해 한국은 이웃집에 온 느낌이다.

영화의 히트 요인 분석은 어려운 일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컨셉의 영화를 다룬 것이 없어서, 우연히 잘됐다고도 생각한다.

 

영화에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우리도 세월호 등 재해를 겪었다. 어떤 메시지를 한국인들에게 주고 싶나.
영화 만들 때 자연재해에서 영감을 얻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년이 소녀를 만나다’는 것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영화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소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재해에 대한 기억은 슬픈 것이지만 영화를 보며 위로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미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바라던 것 이상이다.

 

 

신카이 모코토 감독은 '빛의 전도사'로 불릴 만큼 작품 속에 다양한 빛을 구사한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작품에서는 빛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깊다. 빛의 표현에 있어 영향 준 아티스트나 자연이 있나.
빛에 관해 가장 큰 영향 받은 것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다. 살았던 동네가 골짜기 아래 마을이었다. 해가 산에 가려 늦게 뜨고 빨리 졌다. 해가 넘어가고 나서도 하늘은 상당히 오래 밝은 상태였다. 산그림자가 마을을 덮고 밤이 될 때까지, 하늘의 색이 바뀌는 것을 몇 시간이고 보면서 자랐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빛 묘사에 영향을 줬다.

 

미술적인 색채도 강한데, 어떤 미술관 가서 어떤 전시를 주로 보나.
미술관에 거의 가지 않는다.(웃음) 영국 런던에서 1년 반 동안 유학할 시절에는 브리티시뮤지엄이나 내셔널갤러리 등을 갓다. 왜냐하면 입장료가 무료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롯본기 힐에 있는 미술관에 연간입장권 받아서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영화로 그동안 부족했던 흥행성을 보강했다. 처음처럼 다시 1인 제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나.
1인 제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 스탭들이 많아 가능할지 모르겠다. 혼자서 영화를 만들면 분량이 짧고 세계관이 작은 영화밖에 만들 수 없다. 그랬을 때 지금 관객들이 좋아할지 자신이 없다. 내가 만든 영화가 전혀 안 팔리게 되면 혼자서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이 많이 먹어 집 밖에 나갈 수 없을 때거나. 지금은 스탭들과의 팀웍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가 있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관객들이 있다. 감독으로서는 몇 번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나.
어제 무대인사 때 관객들에게 물어 봤더니 관객 90% 이상이 세 번 이상 봤다고 한다. 열 번, 오십 번 본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를 만들 때, 한번 보고 저절로 한 번 더 보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영화는 네 번 정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영화에 들어있는 정보가 많으니 두 번째는 오프닝의 의미를, 세 번째는 음악을 듣는 식으로. 여러 번 본 관객들이 많아서 350만 관객이 들었지만 실제로 첫 관객은 100만 정도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행복하다.

몇 번씩 본 관객들이 많으니 영화 속 옥의 티도 여럿 발견해내고 있다. 일례로, 도시락 속 유통기한이 실제 영화 속 날짜와 맞지 않다. 그런 실수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지적해주고 있다. 이렇게 세세하게 체크할 줄은 몰랐다. 다음에는 좀더 조심해서 작은 부분까지 실수하지 않아야겠다. 인터넷상에서 관객들이 지적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DVD 출시 전에 가능한 대로 수정하겠다.

 

한국 관객들이 붙여준 별명 중 마음에 드는 것은.
커플 브레이커라 불러준 것이 인상적이다. 커플 브레이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앞으로 한국과의 협업을 생각해본 것이 있는지.
지난번 한국 왔을 때 샤이니 종현을 만났다. 멋진 청년이었다. 언젠가 그가 음악을 맡고 내가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망상(?)을 해봤다. 나로서는 꿈 같은 얘기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할 때 한국과의 연결이 없으면 안된다. 스튜디오 메인 스탭 가운데도 한국인 여성이 있고, 작화 등은 한국 쪽에 외주를 준다. 한국 스튜디오까지 합해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가 형성되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다음 작품은 구상단계"라고 밝혔다.

 

 

다음 작품은 일본의 여러 지역 배경으로 한다고 들었다.
다음 작품은 구상 시작단계다.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사카 등 다른 지역들이 나올 수 있어도 기본적으로 도쿄는 넣을 예정이다. 다음 작품 역시 엔터테인먼트성 강한 작품을 할 것 같다. 다음에도 이번과 같은 결과가 나올지 우리들이 가진 능력 시험해보고 싶다.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내 답은 젊은 시절 아픔이나 기쁨을 오래 간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느꼈던 강한 감정들은 나이가 들면서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 감정을 잊지 않고, 현재의 아픔과 기쁨을 오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인 것은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영화 ‘군함도’ 관련 일본 매체 기사 등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문제에 대한 개인의 소견이 있다면.
나는 일본인이건 한국인이건 영화를 통해 소통한다. 역사 정치적 문제는 어떤 나라 사이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개인과 개인,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있다. 같이 밥을 먹고 차 마시는 한국인 친구들이 많은데, 정치적 이야기는 대화가 잘 안될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밥 먹고 싶고 그들 자체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국가라는 큰 단위와 개인적인 교류는 다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지만 어떤 면은 흥미롭다든지, 한국은 잘 모르지만 그 한국 남자는 멋있다든지 하는 감정들이 쌓여 문화적 교류가 된다는 생각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10년 전 영화 가지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제 한국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에 나도 자랑스러웠다. 한국 와서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좋은 영화 만들겠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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